[2026 전망] ㉑‘악화일로’ 앞둔 해운업계…‘국내 1위’ HMM 과제는?

선박 공급 과잉 심화…수에즈 정상화 시 수익성↓
IMO 환경 규제 강화·美 입항세 부과 등도 변수로
글로벌 해운 업황, 미·중 관계 개선 여부에 달려
재무 체력 갖춘 HMM, 부산 이전·매각 재계 ‘촉각’

2만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사진제공=HMM>

국내 해운업계가 올해 글로벌 선박 공급 과잉에 따른 해상 운임 약세 지속으로 악화일로를 걸을 전망이다. 수에즈 운하 통항 문제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 미국의 입항 수수료 부과 등도 중요 변수로 지목된다. 국내 1위 선사인 HMM은 탄탄한 재무 안정성을 바탕으로 부산 이전과 매각 재개 등 이슈를 풀어 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공급 과잉 따른 불황 예고에도…선박 발주 계속 늘어

19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2024년 7월 5일 3733.80포인트로 고점을 찍은 뒤 내림세를 보여 지난해 12월 26일 1656.32포인트로 약 1년 5개월 만에 55.6%포인트 하락했다. 미·중 무역 갈등 지속으로 인한 관세 충격과 교역 위축에 더해 신규 선박 과잉 공급 현상이 심화한 탓이다.

업황 악화는 올해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컨테이너선 물동량이 전년 대비 1.7% 늘어나는 동안 선대 공급량은 4%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신조 인도는 156만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규모에 달하는 반면 선박 해체 규모는 25만TEU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선사들 또한 IMO의 환경 규제에 대비해 선박 과잉 공급 우려에도 컨테이너선 발주를 줄이지 않고 있다. HMM이 지난해 11월 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에 각각 1만3400TEU급 컨테이너선 8척과 4척을 주문한 것이 대표적이다. 주문 금액은 3조원 규모다.

◇수에즈 정상화 시 수익성 ‘비상’…미·중 갈등 등 변수

해운업계를 둘러싼 핵심 변수는 수에즈 운하 정상화 여부다. 수에즈 운하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2023년 10월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드론과 미사일로 공격하며 마비 상태에 빠졌고, 상선들은 남아프리카 희망봉 등 우회로를 찾았다.

최근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지원을 받는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가 예멘 남부를 장악하고 통제권을 주장하며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STC가 통제하는 아덴항에 대한 선박 입항 허가 발급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희망봉 우회 운항의 장기화는 유럽 항로 전반의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STC발 예멘 내전 재점화 가능성이 커져 불안정성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만약 올해 안에 수에즈 운하 통항이 정상화하면 해상 운임이 하락해 선사의 수익성 악화는 계속될 것으로 관측된다. HMM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296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9.7% 급감했다. 미국 보호관세 본격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와 해상 운임 하락이 겹쳤기 때문이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익도 1조1439억원으로 전년 대비 54.5% 감소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 반대에 연기된 IMO의 환경 규제와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입항 수수료 부과도 올해 중 결정 시한이 돌아온다. IMO는 지난해 10월 영국 런던 본부에서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를 열어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채택 여부를 논의했으나, 다수 회원국이 결정을 1년 연기하는 방안에 투표했다.

규제안에 따르면 국제 항해를 하는 5000톤 이상 선박은 IMO가 정하는 선박 연료유의 온실가스 집약도 기준을 준수해야 하고, 이를 어기면 운항하기 위한 부과금을 내야 한다. 채택 시 이 규제를 포함한 해양오염방지협약(MARPOL) 개정안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IMO가 추진해 온 이 조치를 ‘글로벌 탄소세’라고 비판하며 IMO 회원국들에 반대하라고 촉구해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지난해 11월 중국의 조선·해운 겨냥해 시행한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 수수료 부과 등 조치를 1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중국도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하는 등 대응 조치를 발표했다가 미국의 유예에 관련 조치를 철회했다. 올해 글로벌 해운 업황이 미·중 관계에 달려있다고 봐도 무방한 대목이다.

◇재무 안정성 갖춘 HMM…부산 이전·매각 재계 ‘촉각’

불황의 그림자가 글로벌 해운업계를 덮치고 있지만, HMM의 사정은 그나마 낫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해상 운임 상승에 힘입어 거뒀던 수익으로 안정적인 재무 체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HMM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은 25.5%, 차입금 의존도는 14.9% 수준으로 양호한 편이다. 2020년 부채비율 556.7%, 차입금 의존도 73.6%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재무구조가 크게 개선됐다. 유동자산은 15조282억원으로 유동부채 2조5022억원의 6배 수준이다. 1년 안에 갚아야 할 부채보다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6배 많다는 뜻이다.

HMM이 글로벌 해운 동맹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소속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점도 강점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 시장은 1강인 MSC를 제외하면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제미니 코퍼레이션’, CMA-CGM과 중국원양해운(코스코·COSCO) 등의 ‘오션’, HMM·ONE·양밍 등의 ‘프리미어 얼라이언스’로 구성돼 있다.

HMM의 지난해 3분기 매출 중 약 15%가 같은 프리미어 얼라이언스 소속 선사에서 발생한 만큼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해운 동맹 가입이 필수적이다. HMM은 지난해 2월부터 MSC와 유럽 항로에서 4년 간의 선복 교환을 시작했다. 선복 교환 지역은 아시아~북유럽 및 지중해 항로로, 총 9개 서비스가 해당한다.

다만 HMM이 본사 부산 이전과 매각 재개 이슈라는 복합 변수에 직면한 부분은 약점이다. 노조가 부산 이전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사측과의 총력 투쟁을 선언한 가운데 HMM의 매각을 통한 민영화 작업도 본격화할 예정이라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모양새다.

HMM은 정부의 지원이 전제되면 부산 이전을 검토할 수 있고, 이전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부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부산 해양수도 시대’를 열자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8일부터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을 시작했다. 같은 날 매출액 기준 국내 7위 선사인 SK해운과 10위인 에이치라인해운도 정부 계획에 시너지 효과를 얻기 위해 부산으로의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실효성 논란은 매각 작업과도 관련된 중요 사안이다. HMM의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보유 주식에 대한 공정가치 평가 실사를 위해 회계법인 등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HMM의 지분 현황을 보면 산업은행이 3억3413만3427주(35.42%), 한국해양진흥공사가 3억3086만7712주(35.08%)로 정부 지분이 70%가 넘는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산업은행은 제한경쟁입찰을 통해 수행 기관을 선정한 뒤 올해 2월 말 최종 보고서를 받게 된다. 산업은행이 HMM 매각을 약 1년 만에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박상진 산업은행장도 지난해 9월 취임과 함께 HMM 재매각에 속도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HMM 매각을 통한 민영화는 산업은행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현재 유력 후보로는 포스코그룹과 동원그룹이 거론된다. 포스코그룹은 기존 핵심 사업인 철강과 이차전지에 해운업을 추가해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2023년 HMM 1차 인수전에 참전했다 고배를 마신 동원그룹은 스터디 차원의 조직을 꾸려 인수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HMM을 인수해 수산과 식품 부문을 잇는 종합물류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HMM의 몸값은 10조원 안팎으로 형성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HMM의 재무 안정성은 높은 강도의 경쟁을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부산 이전과 매각 이슈는 여러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는 사안이라 현실화까지 난제가 많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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