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의 본사 부산 이전 이슈가 재점화 조짐을 보이면서 해운업계와 노동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검토 가능성에 HMM 노사 갈등 심화와 경영 자율성 제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운이 감도는 분위기다. HMM의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포스코와 동원그룹은 새 변수 등장에 관망 모드로 전환할 전망이다.
30일 정치권과 해운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김성범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업무 보고를 받던 중 “HMM은 언제 옮긴다고 하던가요”라고 질의했다. HMM 본사 부산 이전 추진 상황을 직접 점검하며 대선 공약 이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HMM의 본사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겠단 공약을 내걸었다. 부산을 우리나라 해양수도이자 북극항로 시대 물류 거점으로 육성해 지역 균형발전을 도모한단 구상이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일 해수부의 부산 이전을 시작했고, 같은 날 SK해운과 에이치라인해운도 정부 방침에 발맞춰 부산으로의 본사 이전을 확정했다.
다만 정책적 개입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과거 공적 자금이 투입되긴 했으나, HMM이 사기업인 데다 정부의 보유 지분이 100%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HMM의 지분 현황을 보면 한국산업은행 3억3413만3427주(35.42%), 한국해양진흥공사 3억3086만7712주(35.08%), 국민연금 5303만7024주(5.62%) 등이다. 나머지 지분은 다수의 소액주주가 보유하고 있다.
정부는 HMM이 민간기업이지만,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의 자회사이기에 부산 이전이 가능하단 논리를 펴고 있다. 오는 3월과 4월 HMM의 이사회와 주주총회가 예정된 터라 경영진의 의사결정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많다. 지난해 12월 전재수 당시 해수부 장관이 통일교 의혹에 연루되며 갑작스레 사퇴하면서 주춤했던 HMM 본사 부산 이전 논의가 최근에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배경이기도 하다.
HMM 본사 부산 이전 이슈는 노사 모두에 상당한 피로감으로 작용하고 있다. HMM 육상노조(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는 본사 이전이 주주와 임직원의 이익을 훼손하고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 선박 공급 증가에 따른 운임 하락과 수익성 둔화 국면에서 이전 논의가 조직 전반의 위기 대응을 저해한단 주장이다. HMM은 정부의 지원이 전제되면 부산 이전을 검토할 수 있고, 이전은 이사회 의결 사항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그간 시장에서 꾸준히 제기돼 온 HMM 매각설은 다소 잦아든 모습이다. 유력 인수 후보로 거론된 포스코와 동원그룹이 일제히 속도 조절에 나서면서다. 이들은 본사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과 인력 이탈 가능성 등을 실사 과정에서 주요 리스크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지난해 하반기 HMM 인수 검토를 위해 자문단을 구성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인수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차전지 소재와 수소환원제철 등 본업에 집중된 대규모 투자 부담이 인수 추진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동원그룹 역시 인수 의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지만, 그룹 규모 대비 10조원 안팎으로 거론되는 인수 자금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차입이나 외부 자본 유치 없이는 인수전 완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추진하는 채권단의 입장 차이도 풀어야 할 숙제다. 산업은행은 숙원 사업인 HMM 매각을 신속히 마무리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해양진흥공사는 신중한 매각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지분 매각이 아닌 지분 보유를 전제로 한 민간기업과의 공동 경영 방식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사 이전 문제가 회사 매각의 걸림돌이 될 거란 얘기는 예전부터 많았다”며 “HMM은 물론 인수 후보들조차도 정부 입김을 무시할 수 없기에 매각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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