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보험사 유동성비율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손해보험사 대부분의 유동성비율이 지난 1년 사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보 중 가장 크게 떨어진 곳은 KB라이프였으며, 손보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유동성비율은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능력을 판단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로, 평균 지급보험금 대비 잔존만기 3개월 이하 유동성자산의 비중으로 산출된다.
보험사 유동성 하락은 일반적으로 받을 돈(보험료)은 정체되거나 줄어드는데, 줄 돈(해약·만기 환급금)은 갑자기 늘어난 상황 때문이라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하락은 금융당국의 유동성자산 기준 조정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의 평균 유동성비율은 2025년 3분기 기준 612.1%를 기록했다. 이는 2024년 3분기 1498.3% 대비 886%포인트 급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손해보험사의 평균 유동성비율 역시 759.6%에서 364.4%로 395%포인트 하락했다.
낙폭 기준으로 보면 생보사 중에서는 KB라이프가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KB라이프의 유동성비율은 2024년 3분기 3584%에서 2025년 3분기 1120%로 1년 새 2464%포인트 떨어졌다. 손보사 중에서는 카카오페이손보가 같은 기간 1603%에서 661%로 942%포인트 하락하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KB라이프와 카카오페이손보를 제외하면, 생보사 중에서는 △메트라이프 2213%포인트(3976%→1763%) △AIA생명 1502%포인트(2442%→941%) △삼성생명 1353%포인트(1949%→596%) △신한라이프 1257%포인트(1675%→417%) △NH농협생명 1158%포인트(1572%→413%) 순으로 유동성비율 하락 폭이 컸다.
손보사 중에서는 △하나손보 915%포인트(1085%→170%) △SGI서울보증 788%포인트(1024%→236%) △한화손보 479%포인트(765%→286%) △메리츠화재 411%포인트(946%→535%) △KB손보 405%포인트(632%→227%) △흥국화재 399%포인트(794%→395%) △삼성화재 335%포인트(524%→189%) 등의 순으로 낙폭이 컸다.
유동성 비율 자체만 놓고 보면 생보사 중 라이나생명의 유동성비율이 176%로 가장 낮았다. 이어 흥국생명 262%, KDB생명 379%, IBK연금보험 393% 순으로 낮은 수준을 보였다. 손보사 중에서는 하나손해보험이 170%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삼성화재(189%), 롯데손보(199%), DB손보(225%) 등이 뒤를 이었다.
이처럼 다수의 생·손보사 유동성비율이 1년 새 급감한 배경에는 금융당국의 제도 변경이 자리 잡고 있다. 금융당국은 2024년 말 유동성자산 인정 기준을 조정하며, 잔존만기 3개월을 초과하는 무위험 채권에 대한 유동성자산 인정 비율을 기존보다 대폭 낮춘 3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보유한 국채, 통화안정증권, 예금보험공사채 등도 30%만 유동성자산으로 산입되게 됐다. 그간 수천 퍼센트에 달했던 유동성비율이 실질적인 지급 여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지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앞서 2022년 10월 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보험사의 유동성비율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한 바 있다. 당시에는 만기 3개월 이상이더라도 시장에서 즉시 현금화가 가능한 채권을 유동성자산 범위에 포함시키는 등 기준을 넓혔다.
이처럼 규제가 완화와 강화 사이를 오가자 업계에서는 현행 자금조달 규제가 보험사의 자본비용을 고려한 최적의 자본 구조 설계를 제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험사는 보험업법상 차입 목적과 방식이 제한적인 데다 한도 역시 상대적으로 낮아, 타 금융업권 대비 자금 운용의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의 자금 차입 규제는 국내 다른 금융업권이나 해외 보험사와 비교해 경직적인 측면이 있다”며 “사회·경제 환경 변화를 반영해 제도 개선 여부를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사례처럼 차입 목적 제한을 전면 폐지하기보다는, 보험업권의 실제 수요를 반영해 차입 목적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관련 규정을 점진적으로 보완해 나가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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