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삼성물산·삼성생명 등 삼성그룹내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결고리를 갖고 있는 핵심 계열사들이 일제히 이사진 규모를 줄였다. 최근 상법 개정 등으로 주주권 강화 논의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그룹 지배구조의 최상단에 있는 주요 기업의 이사회 구조를 선제적으로 개편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분석한 결과, 삼성 그룹내 주요 상장사 13곳 가운데 삼성전자를 비롯해 6곳이 이사회 인원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그룹의 주축인 삼성전자는 이사회 규모를 기존 10명에서 8명(사외이사 6명→5명)으로 줄였다. 삼성물산도 이사 숫자를 9명에서 7명(사외이사 5명→4명)으로 축소했고, 삼성SDI 역시 7명에서 5명(사외이사 4명→3명)으로 조정했다. 세 회사 모두 사외이사는 1명 줄어들고 전체 이사 수는 2명씩 감소했다.
이외에도, 삼성E&A, 삼성화재, 삼성생명도 각각 7명에서 6명으로 이사회 인원을 축소했다. 다만 이들 3개사는 사외이사 수를 전년도와 동일하게 4명으로 유지한다.
이사회 인원 감소는 삼성그룹내 특정 계열사에 국한된 변화가 아니라 주요 상장 계열사 전반에서 나타나는 공통된 흐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상법 개정 앞두고 이사회 축소 흐름
삼성 뿐만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 중에서도 최근 상법 개정을 앞두고 이사회 규모를 줄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 되고 있다. 실제 일부 기업들은 정관 변경을 통해 이사 수 상한을 낮추고 있다.
LS일렉트릭은 이사진을 기존 9명에서 5명(사외이사 5명→3명)으로 4명이나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관상 이사 정원 범위를 ‘3인 이상 9인 이내’에서 ‘3인 이상 5인 이내’로 축소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또한 셀트리온 역시 기존 ‘3인 이상 15인 이내’ 였던 이사 수를 ‘3인 이상 9인 이하’로 줄이는 정관 변경안을 주총에 올렸고, 한화갤러리아도 이사 정원을 기존 ‘3명 이상 13명 이내’에서 ‘3명 이상 7명 이내’로 축소하는 정관 변경안을 상정했다.
이처럼, 삼성을 비롯해 주요 기업들이 이사회를 축소한 것이 최근 정치권의 상법 개정안 처리와 궤를 같이 한다는 평가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는 최근 주요 기업들이 추진중인 이사회 축소 움직임이 상법 개정에 따른 집중투표제의 실효성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현행 제도에서는 대주주가 과반 지분을 보유한 경우, 분리선출 감사위원 1인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든 이사를 단독 선임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9월 개정된 상법 개정안 따르면, 올해 9월 10일부터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 적용을 배제하는 정관 규정을 둘 수 없게 된다. 또한 분리선임 감사위원 수도 1인에서 2인 이상으로 확대된다.
집중투표제는 복수의 이사를 선임할 때 의결권을 특정 후보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주주가 추천한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이고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장치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이사 수에 상한을 두게 되면 소수주주가 추천할 수 있는 이사 후보의 수 자체가 제한될 수 있어, 집중투표제의 효과를 충분히 활용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은 정관 변경 없이 이사진 축소
다만, 삼성 계열사들의 경우 이사 수를 줄이기 위한 정관 변경은 없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기존과 동일하게 ‘3인 이상 14인 이하’ 정관을 고수했다. 또한 삼성SDI·삼성화재는 ‘3인 이상 9인 이하’, 삼성E&A는 ‘3인 이상 8인 이하’, 삼성생명은 ‘3인 이상 10인 이하’ 정관에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정관상 이사 정원이 유지되는 만큼, 소수주주가 추천하는 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할 수 있는 여지는 남아 있다는 평가다. 또한 이사회 규모가 축소되는 6개 계열사 모두 사외이사 비중이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다.
실제, 삼성그룹내 주요 기업의 사외이사 비중은 삼성전자의 경우, 60%에서 62.5%, 삼성물산은 55.6%에서 57.1%로 상승한다. 또한 삼성SDI도 57.1%에서 60%로, 삼성E&A·삼성화재·삼성생명 역시 57.1%에서 66.7%로 사외이사 비중이 확대된다.
◆ “이사회 축소, 경영 효율성 제고 보기 어려워” 비판 시각도
다만, 최근 기업의 이사회 축소가 경영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에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정관 변경이 없더라도 이사회 규모를 줄이는 것 자체가 이사회 축소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면서 “이사회 축소를 단순히 효율성 제고 측면으로 이해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경우 지난해 까지 이사회 규모가 10명 이었지만 과도하게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적은 없었다”면서 “학술적으로 보더라도 회사 규모를 고려할 때 이사회 규모가 큰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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