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제공=한진그룹>
올해 안에 ‘통합 항공사’ 출범을 앞둔 대한항공이 결국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와 환율이 급등한 가운데 항공유 가격 상승에 대응한 조치다. 대한항공을 포함한 한진그룹 소속 항공사 5곳이 모두 비상경영에 들어가면서 항공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1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이날부터 전사 비상경영 체제를 시행한다. 티웨이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지난달 16일과 25일 비상경영을 선포한 데 이어 국내 항공사 중에서는 세 번째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자회사 진에어와 손자회사 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동참하면서 국내 12개 항공사 중 절반인 6개 항공사가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전날 사내 공지를 통해 “연료비 급증에 따른 원가 상승에 대비해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며 “유가 수준별 단계적 대응 조치를 즉시 시행해 전사적인 비용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연간 사업계획 목표 달성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우 부회장은 “4월 급유단가가 갤런당 450센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계획 상의 기준 유가인 갤런당 220센트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로, 매월 막대한 연료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단순한 일회성 비용 절감이 아니라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성공적인 통합을 완수하고,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기회로 삼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의 비상경영 선언 직후 한진그룹 산하 LCC 3사도 줄줄이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대한항공 자회사인 진에어는 전날 박병률 대표 명의의 사내 공지를 내고 이날부터 전사적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고 발표했다. 박 대표는 “수익 극대화와 불요불급한 지출 최소화가 필요하다”며 “단순 비용 절감을 넘어 업무 프로세스와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의 손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도 각자 정병섭 대표와 김중호 대표 명의의 사내 공지를 통해 “현 위기 극복을 위한 선제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4월부터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또 “비상경영에도 흔들림 없이 지켜야 할 것은 단연코 안전”이라며 “철저한 안전 준수로 고객 신뢰를 지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한진그룹 산하 항공사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이 일제히 긴축에 나선 가장 큰 요인은 단연 항공유다. 지난 2월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전쟁이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고, 항공유 가격이 전쟁 전보다 2배 이상 폭등하면서 비행기를 띄울수록 손실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리서치 기관인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항공유 가격은 갤런당 574.47센트로 전쟁 직전인 지난 2월 27일(223.75센트)과 비교해 157% 폭등했다. 항공유는 항공사가 쓰는 전체 비용의 20~30%에 달하고, 유류비를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수익성에 큰 영향을 준다.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5월까지 약 두 달간 중국·캄보디아 4개 노선에서 왕복 14회의 항공편 운항을 줄인다고 밝히기도 했다. LCC가 아닌 대형 항공사 중에서 감편하는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업계는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확산으로 다른 항공사들도 연쇄적으로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하고, 운항편을 줄여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꼭 비상경영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항공사가 유류비를 중심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운항 축소나 유류할증료 상승으로 발생하는 소비자 불편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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