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영업 중인 생명보험사들의 ‘투자손익 내 외환차손’이 1년 새 4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화되는 강달러 현상으로 해외투자 비중이 높은 생보사들의 환율 변동 리스크가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차손은 기업이 외화자산을 원화로 평가하거나 외화부채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환율 변동으로 발생하는 회계상 또는 실제 손실을 의미한다. 이는 투자손익 또는 영업외손익 항목에 반영된다. 생보사들은 고객 보험료를 운용해 수익을 내기 위해 해외채권 등 외화자산에 대규모로 투자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환 헤지를 실시하고 비용(프리미엄)을 지불한다. 그러나 환율 급등이나 한·미 금리차 확대 시 헤지 비용이 증가하면서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외환차손이 커질수록 투자손익이 감소하고, 결국 킥스(K-ICS) 비율 등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생보사 21곳의 ‘투자손익 내 외환차손’ 누계액은 2025년 12월 말 기준 1조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말(2027억 원) 대비 8020억 원(395.5%) 증가한 수치다.
회사별로 보면 21개사 모두 외환차손이 증가한 가운데 대형사의 증가폭이 특히 컸다. 삼성생명은 외환차손이 98억 원에서 1678억 원으로 늘어나며 증가액 기준 가장 큰 폭을 기록했다.
이어 교보생명(323억 원→1428억 원), 미래에셋생명(280억 원→1095억 원), 동양생명(32억 원→835억 원), 한화생명(142억 원→896억 원), AIA생명(55억 원→493억 원), 메트라이프생명(41억 원→42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외환차손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는 강달러와 환율 변동성 확대가 꼽힌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2024년 말 1430원대에서 2025년 말 1440원대 안팎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여기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환율 불안정성이 지속됐다.
보험연구원은 생보사의 외환차손 급증이 국내외 금리차 확대에 따른 환 헤지 비용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해외투자는 투자자산의 발행 통화에 노출되는 구조로, 기대수익뿐 아니라 환 리스크에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따라 환노출 관리와 헤지 여부는 핵심적인 투자 의사결정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환율 변동성이 상시화된 만큼 보다 정교한 외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당국 역시 최근 회의를 통해 일부 중소형 보험사들에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당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자산 듀레이션을 맞추기 위해 해외채권 투자가 불가피하지만, 환율 변동성이 큰 환경에서는 비용 부담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 고환율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교한 환 헤지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환 헤지 비용이 자산운용 수익을 초과하는 상황이 이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장기적으로는 자본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며 “헤지 비율 조정과 통화 분산 투자 등 리스크 관리 체계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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