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킴벌리의 첫 외부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이제훈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 1년을 맞았다. 내수 부진 속에서 새 리더십을 앞세워 ‘구원투수’로 등판했지만, 취임 후 첫 성적표에서 수익성이 악화되며 체질 개선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유한킴벌리에 따르면 이 사장은 지난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제8대 CEO로 공식 선임됐다. 1965년생인 이 사장은 소비재·유통 분야에서 30년간 경력을 쌓아온 전문가다. 외식 프랜차이즈(피자헛·KFC코리아), 편의점(바이더웨이), 화장품(카버코리아) 업계를 거쳤으며, 이후 홈플러스 대표이사와 부회장을 역임했다.
취임 당시 업계에서는 예상 밖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CEO이기 때문이다. 그간 유한킴벌리 사장직은 모두 내부 출신이 맡아왔으며, 조권순·유승호·이종대·문국현·김중곤·최규복·진재승 등 역대 사장들 역시 사원으로 입사하거나 수십 년간 근무한 ‘유한맨’이었다.
이 같은 인적 쇄신은 장기화된 내수 부진을 돌파하기 위한 회사 측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유한킴벌리 주주인 유한양행과 킴벌리클라크는 사내 레터를 통해 “유한킴벌리의 저력과 새로운 리더십이 미래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유한킴벌리는 1970년 유한양행과 미국 킴벌리클라크의 합작으로 설립된 국내 최초 외국계 기업이다. 기저귀, 생리대, 미용티슈 등을 생활필수품으로 정착시키며 국내 대표 생활용품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5년간 외형과 수익성 모두 성장세가 둔화된 상태다. 매출은 2021년 1조4671억원에서 지난해 1조4028억원으로 제자리걸음을 보였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159억원에서 1591억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저출산과 내수 부진이 겹치며 주력 사업이 흔들린 영향이다. 회사는 ‘하기스’와 ‘좋은느낌’ 등을 통해 기저귀와 생리대를 생산·판매하고 있지만, 시장 전망은 밝지 않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어린이용 기저귀 공급량은 2019년 7만6145톤에서 2024년 5만3286톤까지 줄었다.
화장지 등 위생용지 시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유한킴벌리는 ‘크리넥스’를 앞세워 시장 지위를 확대해왔지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제품 유입이 늘면서 점유율이 빠르게 잠식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소재 아시아펄프앤페이퍼그룹(APP그룹)은 2024년 쌍용C&B와 모나리자를 인수한 이후, 최대 생산량 기준으로 유한킴벌리를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섰다.
여기에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펄프 가격이 상승하면서 수익성 압박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국제 활엽수 표백화학펄프(SBHK) 가격은 지난해 말 톤당 675달러에서 현재(21일 기준) 760달러까지 올랐다. 유한킴벌리는 펄프 전량을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사장은 올해 수익성 개선을 축으로 한 체질 개편을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내수 부진과 원가 부담이 동시에 확대된 만큼 강도 높은 조직 쇄신과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사업 구조를 정비하는 한편 주요 제품군의 프리미엄화를 확대해 수익성 회복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유한킴벌리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성장세로 전환되는 등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영업이익의 경우, 저출산과 고환율 기조, 경쟁 심화 등의 영향이 미쳤지만 긍정적으로 전환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핵심 비즈니스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육아용품, 청소용품, Y존 케어 등 인접 영역에서의 성장을 확대해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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