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과 집중’ 혼다코리아…車 판매 접고 모터사이클 키운다

자동차 사업 올해 말 종료…한국 진출 23년 만
판매 부진·고환율 직격탄 여파…수익성 감소
모터사이클 사업 역량 집중…“라인업 다양화”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올해 한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혼다코리아가 올해 말 한국에서 자동차 사업을 철수한다. 판매 부진과 고환율 직격탄에 수익성이 악화하자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한 것이다. 혼다코리아는 차량 A/S(애프터서비스)를 최소 8년 이상 유지하는 한편 핵심 사업인 모터사이클 부문을 강화해 시장 점유율 확대에 나선다.

24일 혼다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말 자동차 판매 사업 운영을 종료한다. 이번 사업 종료 결정은 지난 22일 혼다 본사 임원진과의 회의를 통해 이뤄졌고, 다음 날인 23일 딜러사들에 통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코리아가 자동차 사업을 철수하는 건 한국 진출 23년 만이다. 혼다코리아는 2001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125cc 이상 대형 오토바이 판매를 시작했다. 2003년에는 ‘혼다코리아’로 사명을 바꿔 어코드와 CR-V 등 대표 차종을 앞세워 수입차 시장을 공략했다. 2008년에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연간 판매량 1만대를 돌파하며 수입차 시장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로 촉발된 일본 상품 불매 운동인 일명 ‘노 재팬(No Japan)’의 직격탄을 맞은 2019년부터 국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 같은 일본 완성차 브랜드인 닛산과 인피니티가 한국 진출 16년 만에 철수를 선언한 이후부터는 혼다도 철수설에 시달렸다. 지난 수년간 이지홍 대표 체제 아래 하이브리드 라인업 확대와 온라인 직판제 도입 등으로 활로를 찾으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최근 중국 전기차 공세와 높은 환율 변동성의 여파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BYD(비야디)를 필두로 한 중국 전기차가 수입차 시장 점유율을 높인 반면 혼다코리아의 연간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2% 감소한 1951대에 그쳤다. 올해 1~3월 누적 판매량은 211대로 전년 동기 대비 70% 급감했다. 또 혼다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자동차를 미국 오하이오 공장에서 전량 생산하는 만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심화한 고환율 여파로 수익성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혼다 뉴 파일럿 블랙 에디션.<사진제공=혼다코리아>

혼다 본사의 수익성 악화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혼다는 2025년 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적자를 냈고, 최대 6900억엔(약 6조5000억원)의 순손실이 예상된다. 올해 초에는 신형 전기차 3종인 혼다 제로 살룬·혼다 제로 SUV·아큐라 RSX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으며, 그 연장선에서 소니와의 합작 사업도 중단했다. 닛산·인피니티에 이어 혼다의 자동차 사업 중단으로 이제 한국에 남은 일본 완성차 브랜드는 사실상 도요타·렉서스가 유일하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사업 철수를 계기로 모터사이클 사업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혼다코리아가 2025년 회계연도 판매한 모터사이클은 약 4만3000대로 국내 이륜차 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차량 유지·관리, 부품 공급, 보증 대응을 포함한 A/S는 법정 의무 기간인 8년 이상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회사의 중장기 경쟁력 유지를 위해 경영 자원을 중점 영역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혼다코리아 측은 “한국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 사업은 종료하지만, 고객에 대한 책임 있는 대응을 지속할 것”이라며 “고객이 안심하고 혼다 자동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과 안내를 지속 제공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모터사이클 사업에 대해선 “우수한 상품성을 갖춘 다양한 라인업을 고객 니즈에 맞게 도입하고 서비스, 고객 체험 등을 더욱 향상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는 “중장기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경영 자원을 중점 영역에 집중 투입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며 “자동차 판매 사업 종료 후에도 고객에게 가능한 한 불편함을 드리지 않도록 책임감 있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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