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다음달 21일부터 장장 18일 간의 대규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전포고에 나선 가운데, 반도체 업계 뿐만 아니라 사회 곳곳에서 파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극심한 생산 차질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노조의 파업으로 첨단 칩 양산에 발목이 잡힐 경우,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른 수혜는 한순간에 날라가고, 오히려 생산차질·납기지연 등으로 신뢰가 추락하면서 위기를 맞을 주도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4·23 투쟁 결의대회를 마치며’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27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 23일 초기업노조는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삼성전자노조동행(동행노조)과 함께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4·23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당시 결의대회에는 경찰 및 노조 추산 4만여 명의 조합원들이 참여했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이번 결의대회에서 보여준 4만 조합원의 결집은 위대했다”며 “뜨거운 함성으로 집회 현장을 가득 메워주신 조합원들은 사측에 ‘더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4만 조합원의 단결은 사측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우리의 실체이자, 변화를 향한 강력한 동력이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번 총집회로 사측이 상당한 생산 차질을 빚었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이번 단 하루의 집회만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생산량 58% 감소, 메모리 생산량 18% 감소 등 결과를 만들었다”며 “그간 모든 성과를 오로지 시황만으로 판단해 온 경영진은 이번 결의대회를 통해 삼성전자의 경영 실적이 우리 조합원들의 헌신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조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총집회 날 삼성 반도체가 입은 타격은 상당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특히 현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있는 메모리가 직격탄을 맞지 않았겠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메모리 생산량은 1Gb 환산 기준 2조2459억800만개였다.
24시간 3교대로 운영되는 삼성 반도체공장은 지난해 단 하루도 쉬지 않고 365일 내내 가동됐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1일 메모리 생산량을 단순 계산해보면 약 61억5317만개임을 알 수 있다.
만약 올해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하루에 61억개가 넘는 메모리를 양산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은 노조의 단 하루 총집회로 인해 전체의 18%에 달하는 약 11억757만개의 메모리를 만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파운드리 생산 차질에 따른 피해는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현재 삼성 파운드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칩 ‘베이스 다이’를 중점 양산하고 있다. 최근엔 4나노 공정 기반으로 6세대 HBM인 ‘HBM4’에 들어가는 베이스 다이를 본격 생산하며 삼성전자의 HBM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했다.
눈여겨 볼 점은 HBM의 구조 상 베이스 다이에 여러 개의 D램을 적층해야 하는 만큼, 파운드리공장이 멈춰 서면 최첨단 HBM 제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KB증권, 키움증권 등 증권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HBM 출하량은 1Gb 환산 기준 40억개 내외로 추산된다. 이를 토대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1일 HBM 생산량을 단순 계산해보면 약 1096만개라는 값이 나온다.
만약 올해도 지난해와 동일하게 하루에 1000만개가 넘는 HBM용 베이스 다이를 양산한다고 가정할 때, 삼성 파운드리는 노조의 단 하루의 집회로 전체의 58%인 약 636만개의 제품 생산에 차질을 빚은 셈이 된다.
지난 23일 결의대회로 삼성 반도체가 적잖은 피해를 받은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내달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첨단 칩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는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는 총파업 기간 동안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 위원장은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를 지켜보는 시장의 낯빛은 실로 어둡다. 증권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할 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 차질 규모가 D램과 낸드플래시 각각 4%, 3%에 달할 것이란 전망마저 내놨다.
KB증권은 “삼성전자 노조가 예고한 다음달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메모리 생산 차질에 따른 공급 부족 심화와 가격 상승 압력 확대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로서 파업이 18일 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반도체 생산라인의 재가동 및 정상화 과정에 추가로 2~3주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며 “노조의 파업 리스크는 타이트한 메모리 수급 환경에서 공급 부족을 심화시켜 가격 상승 압력을 한층 강화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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