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고객 눈치에 막혔다…대형증권사 ‘아빠 육휴’ 0% 속출

남성 육아휴직률, 성과급 구조·고객 이탈 우려 ‘이중 장벽’
한투·NH투자·키움·KB증권 4곳은 ‘0%’…두 자릿수 전무
여성 70%·남성은 3%…대신·하나증권은 상승 ‘개선세’

초저출산 시대를 맞아 대기업을 중심으로 ‘아빠 육아휴직’이 당연한 권리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증권업계에서는 여전히 남성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이 낮은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기준 대형 증권사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를 넘긴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참고로 육아휴직 사용률은 당해 출산 이후 1년 이내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근로자 수를, 당해 출생일로부터 1년 이내 자녀를 둔 근로자 수로 나눈 비율을 의미한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의 평균 육아휴직 사용률은 33.18%로 전년(33.59%) 대비 0.41%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여성 육아휴직률은 77.74%로 전년(76.5%)보다 1.24%포인트 상승한 반면, 남성 육아휴직률은 3.15%로 전년(4.51%) 대비 1.37%포인트 하락했다.

남성 육아휴직률이 0%를 기록한 곳은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KB증권 등 4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투자증권과 KB증권은 2년 연속 0%를 기록했다. 키움증권과 NH투자증권 역시 2024년 각각 5.4%, 5.41%를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0%로 떨어졌다.

10개 대형 증권사 가운데 남성 육아휴직률이 두 자릿수를 넘는 곳이 없는 반면, 여성 육아휴직률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큰 격차를 보인 곳은 키움증권으로, 여성 육아휴직률은 100%였지만 남성은 0%로 나타났다.

그 외 남녀 육아휴직률 격차는 삼성증권(남 2.17%·여 95%), 대신증권(8%·95%), NH투자증권(0%·81.8%), 한국투자증권(0%·77.1%), KB증권(0%·75%), 미래에셋증권(6%·75%), 신한투자증권(7.08%·65.79%), 메리츠증권(2.9%·40%) 순으로 크게 벌어졌다. 이는 증권업계에서 육아 부담이 여전히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증권업계의 육아휴직 ‘쏠림’ 현상은 구조적인 보상 체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특히 투자은행(IB)과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서는 기본급 비중이 낮고 성과급 비중이 절대적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고용보험 등을 통해 기본급 일부만 보전될 뿐, 연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성과급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다.

영업직군의 경우 고객 이탈에 대한 우려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주식 중개, 자산관리, 딜 소싱 등은 개인 역량과 네트워크 의존도가 높은 만큼, 육아휴직으로 인한 공백이 발생할 경우 관리해 온 우수(VIP) 고객이나 딜 파이프라인을 경쟁자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이다.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험이 있는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업계 분위기 자체는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에 대해 과거보다 자유로워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PB나 영업직군의 경우 개인이 관리하는 고객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육아휴직 사용을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일부 증권사에서는 남성 육아휴직률이 개선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대신증권은 2024년 0%였던 남성 육아휴직률이 지난해 8%로 상승했으며, 전체 육아휴직 사용률 역시 27%에서 45%로 크게 늘었다. 하나증권도 남성 육아휴직률이 3%에서 5.3%로 소폭 상승했다. 이 밖에 신한투자증권(7.8%), 미래에셋증권(6%) 등도 일정 수준의 사용률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타 업권과 비교하면 증권업계의 남성 육아휴직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서는 증권업 특유의 보상 구조와 영업 환경을 감안하되, 제도적·구조적 보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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