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실 여파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더해지며 은행권 건전성 지표가 이중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에 따른 기업대출 증가까지 맞물리면서, 건전성과 수익성 간 균형을 둘러싼 부담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일 각사 공시를 종합한 결과, 시중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올해 1분기 평균 연체율은 0.36%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0.35%) 대비 0.01%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하나은행의 1분기 연체율은 0.39%로, 전년 동기(0.32%) 대비 0.07%포인트 오르며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도 0.01%포인트 상승한 0.38%를 기록했다.
이 같은 흐름은 부실채권 증가로도 이어지고 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의 경우 하나은행이 전년 동기(0.29%)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0.37%를 기록하며 4대 은행 가운데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0.32%) 대비 0.01%포인트 상승한 0.33%를 기록했다. 반면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은 각각 0.01%포인트 개선된 0.30%, 0.06%포인트 개선된 0.34%로 집계됐다.
건전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가 지목된다. 2022~2023년 급격한 금리 인상 당시 버텨왔던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부동산 시장 침체 역시 건전성 악화를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실률 상승으로 임대 수익이 줄어든 건물주와, 매출 감소에 시달리는 자영업 임차인 모두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관련 업종 전반의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부실까지 현실화되면서, 은행권 건전성 지표를 끌어내리는 복합적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최근 생산적 금융 전환에 따른 기업대출 확대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건전성과 수익성 간 균형을 맞춰야 하는 딜레마 역시 현실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생산적 금융 확대 과정에서 은행 건전성 지표에 하방 압력이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본격적으로 생산적 금융으로 전환할 경우 기업대출 확대와 재무 안정성 유지 간 불균형적 성장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경기 사이클과 맞물려 증가하는 기업대출 수요에 대응해 금융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경우, 적정 연체율과 자본비율 등 재무 안정성도 함께 관리해야 하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 리스크가 시중은행 건전성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그 영향이 실물경제를 거쳐 은행권 대출 부실로 전이되는 경로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강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적립하는 한편, 취약 차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여신 심사 기준 역시 보다 엄격히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곽성민 우리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중동발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환경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고려해 관련 업종과 차주에 대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부문 역시 충분한 충당금 적립을 거쳐 안정화 단계에 진입한 만큼, 향후 건전성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염홍선 KB금융지주 최고리스크관리자(CRO)도 “중동 사태 영향으로 고환율·고유가 상황이 지속될 경우 향후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분간 보수적인 충당금 적립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잠재 부실 차주에 대해서는 선제적인 리밸런싱을 통해 부실화를 방지할 것”이라며 “기존 부동산 사업장 역시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손실 흡수 여력을 확보한 뒤 재구조화하거나 매각을 통해 부실을 축소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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