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 차질, 막대한 피해” vs “정당한 권리”…삼성 ‘쟁의 금지 가처분’ 누구 손 들어줄까

29일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 첫 심문 기일
삼성 “노조 총파업 시 생산 차질 우려…막대한 손실”
반도체 생산라인 멈출 땐 웨이퍼 전량 폐기 가능성↑
노조 “쟁의 행위는 정당한 권리…문제 없도록 파업”
‘평택캠퍼스 사무실 점거’ 노조 발언에 불안감 확산
재판부, 다음달 21일 전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 결정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달 21일부터 18일 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한 가운데, 삼성이 법원에 불법 쟁의 행위를 막아 달라고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노사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은 삼성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총파업 전에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법원 판단에 따라 총파업이 실제 이행될 지, 아니면 극한 파업에 급제동이 걸릴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수원지방법원 민사31부(신우정 부장판사)는 29일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 기일을 열었다.

삼성전자는 앞서 지난 16일 수원지법에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 등 2개 노조를 상대로 위법 쟁의 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쟁의 행위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삼성전자측은 “헌법상 보장된 조합의 쟁의 행위를 막으려는 것이 아닌, 법에서 엄격히 금지하는 쟁의 행위를 예방하고 경영상의 중대한 손실을 막으려는 것이다”며 “노조의 단체 행동권 행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4월 2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삼성전자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4·23 투쟁 결의대회’. <사진=연합뉴스>

이날 재판은 비공개로 1시간가량 진행됐다. 삼성전자측은 재판에서 가처분 신청 사유를 약 50분에 걸쳐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안전 보호 시설 정상적 유지 및 운영과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의 변질이나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생산 시설 점거, 쟁의 행위 참여 시 협박 수단 사용 등 불법 쟁의 행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노조법에서는 △안전 보호 시설 정상 운영 방해(제42조 2항) △장비 손상 및 원료·제품 변질 방지 작업 중단(제38조 2항) △생산라인 등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제42조 1항) △협박을 통한 쟁의 참여 강요(제38조 1항) 등을 금지하고 있다.

만약 총파업 과정에서 불법 쟁의 행위가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을 넘어 대형 안전 사고와 인명 피해가 염려되고, 장비 손상 및 원료 폐기로 인한 대규모 손실, 글로벌 반도체 생산 차질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와 함께, 삼성은 총파업으로 인해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경우, 고가의 설비가 손상돼 사업 재개 시점이 연기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반도체 제조 공정 특성상, 조업을 중단한 후 다시 재가동하게 되면 공정 품질을 보증하기 위한 백업 절차가 복잡해 생산 정상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수도 있다.

이에 삼성은 웨이퍼가 손상되지 않도록 최소한의 인원이 총파업과 무관하게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4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단일 과반 노조 공식 선언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4월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단일 과반 노조 공식 선언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다음 심문 기일인 다음달 13일에는 노조측 입장을 듣기로 했다. 노조는 사측이 주장하는 위법한 쟁의 행위가 아닌, 헌법 및 노조법에 의해 보장된 정당한 쟁의 행위에 임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은 앞서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사측에서 시설 유지, 원재료 폐기 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제조와 기술 인력은 기존 단체 협상에서 협정 근로자 대상이 아님을 확인했다”며 “법무법인을 통해 검토한 결과에 따라 정당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제조·기술 인력은 협정 근로자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총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또 최 위원장은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80%가 조합원이지만 사측이 나머지 비조합원을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근무를 편성할 수 있다”며 “노조도 협의해 당연히 안전 시설에 대해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파업을 할 예정이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 위원장의 발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 위원장이 총파업 과정에서 과도한 쟁의 행위를 벌일 수 있다고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5일 최 위원장은 “총파업 기간 동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사무실을 점거할 계획이다”며 “스태프를 모집해 모든 사무실을 관리·감독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 “회사를 위해 근무하는 직원이 있다면 명단을 관리해 강제 전배나 해고 시 우선 안내하겠다”고도 했다.

최 위원장이 밝힌 대로 노조가 총파업 기간 반도체 팹을 점거할 경우, 단순한 생산 차질을 넘어 화학 물질 유출이나 화재 등 대형 안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직원들의 근무 여부를 강제하는 것도 문제의 소지가 크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노조측은 총파업 때 불법 쟁의 행위가 없을 것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며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날 심문 기일 종료 후 초기업노조측 법률 대리인 홍지나 변호사는 “안전 보호 시설 유지 필요성은 노조도 인정하고 있다”며 “(총파업 대 필수 인력을) 생산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자는 대화를 하던 중 사측이 갑자기 가처분 신청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사측은 정작 유지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 인원에 대해 노조는 물론 재판부에도 제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설 점거 계획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사측은 필수적 쟁의 활동을 점거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형사 처벌도 각오한다’는 위원장의 발언은 위법 쟁의 행위도 불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노사 양측의 입장을 들은 재판부는 총파업이 예정된 내달 21일 하루 전인 20일까지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노조는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 간의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첨단 칩 생산 차질로 인한 피해가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노조는 총파업 기간 동안 피해 규모가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최 위원장은 “다음달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 간에 걸친 대규모 총파업 기간 동안 야기될 30조원의 공백은 절대 가볍지 않을 것이다”고 경고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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