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C녹십자가 대법원의 과징금 확정 판결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재판소원이 헌법재판소 본안 심리 단계를 밟는다. 지난 3월 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접수된 사건 중 처음으로 사전심사를 통과했다. GC녹십자가 확정 판결 이후 다시 다툴 수 있는 기회를 얻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전날 지정재판부 사전심사를 거쳐 GC녹십자의 재판소원 청구 사건을 전원재판부에 회부했다. 재판소원은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기본권이 침해됐을 경우 헌재가 해당 판결을 취소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번 사건은 GC녹십자가 과거 HPV4가(가다실) 백신 입찰 담합 제재를 받은 데서 시작됐다. 회사는 질병관리청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발주한 백신 구매 입찰 3건에서 도매상들을 들러리로 세워 낙찰받았다는 이유로 2023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20억3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GC녹십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지만 서울고등법원은 지난해 10월 공정위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상고심에서도 대법원이 지난 2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리며 패소가 확정됐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하급심 판단에 중대한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본안 심리 없이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다.
문제는 같은 사안을 둘러싼 형사 사건에서는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지난해 12월 GC녹십자와 관련 제약·유통업체들의 공정거래법 위반·입찰방해 혐의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입찰 구조상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성립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GC녹십자는 행정사건과 형사사건 판단이 상반된다며, 공동행위의 경쟁 제한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심리불속행으로 사건이 종결되면서 재판청구권과 재산권이 침해됐다는 점을 들어 지난 3월 헌법재판소에 재판소원을 냈다.
회사 입장에서는 재판소원이 인용될 경우 이미 끝난 사건을 다시 다툴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이후 통상적인 소송 절차는 종료되지만, 헌재가 위헌성을 인정해 판결을 취소하면 법원에서 재심리 절차가 열릴 가능성이 생긴다. 이에 따라 과징금 부담 완화는 물론 담합 논란에 따른 대외 평판 리스크를 줄일 여지도 있다.
다만 제도 시행 초기인 만큼 후속 절차는 아직 불명확하다. 재판소원 인용 뒤 어느 법원, 어떤 심급에서 다시 심리할지, 확정 판결을 전제로 진행된 집행 효력은 어떻게 정리할지 등에 대한 명확한 기준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건이 다른 기업들의 소송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대법원 패소 이후에도 헌법적 판단을 다시 구할 수 있는 통로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들의 권리구제 수단은 한층 넓어질 수 있어서다. 특히 리베이트, 담합 등 규제 이슈가 잦은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재판소원이 새로운 법적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재판소원 심리 대상이 된 첫 사례인 만큼 향후 세부 절차가 마련되면 이에 성실히 따를 예정”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지원 기자 / kjw@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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