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 영업 중인 손해보험사들의 대출채권 규모가 1년 새 3조5000억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이 대출채권 규모를 크게 늘리며 외형 성장을 주도했다.
4일 CEO스코어데일리가 금융감독원 통계시스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내에서 영업 중인 12개 손보사의 ‘대출채권 규모 및 연체 현황(2024년 12월~2025년 12월)’에 따르면 2025년 12월 말 기준 이들 손보사의 대출채권 총액은 86조722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12월 말(82조5736억 원) 대비 약 3조4986억 원 증가한 수치다.
대출채권 규모가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난 곳은 KB손해보험과 DB손해보험이다.
KB손보의 대출채권 규모는 2024년 12월 말 7조1064억 원에서 2025년 12월 말 9조1638억 원으로 2조573억 원 증가했다. DB손보 역시 13조2420억 원에서 14조9863억 원으로 1조7442억 원 늘어나며 공격적인 대출 영업 행보를 이어갔다. 삼성화재(6034억 원 증가)와 롯데손해보험(2608억 원 증가)이 그 뒤를 이었다.
손보사 입장에서 대출채권은 채권 등 전통적인 안전자산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주요 자산운용 수단이다. 특히 보험계약의 긴 만기에 맞춰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조정하는 자산·부채 관리(ALM) 측면에서도 유용하게 활용된다. 다만 대출채권 규모가 커질수록 신용위험 노출도 함께 확대되는 구조인 만큼, 고금리 환경에서는 차주의 상환 능력 저하로 인한 건전성 악화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실제로 대출채권 규모의 확대와 함께 연체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12개 손보사의 대출채권 연체금액 총액은 2024년 12월 말 8108억 원에서 2025년 12월 말 1조1656억 원으로 약 3547억 원 증가했다.
이 가운데 메리츠화재의 연체금액 증가가 두드러졌다. 메리츠화재의 연체금액은 2024년 12월 말 3299억 원에서 2025년 12월 말 7550억 원으로 4250억 원 급증했다.
이는 12개 손보사의 대출채권 연체금액 증가분(3547억 원)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다른 손보사들이 연체금액을 줄이거나 안정적으로 관리한 것과 달리, 메리츠화재의 연체금액이 크게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DB손해보험(955억 원 증가)과 한화손해보험(128억 원 증가), 흥국화재(110억 원 증가) 등도 연체금액이 늘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대출채권 연체액이 늘어나긴 했지만 대부분 회수가 가능한 건으로, 보수적인 기준에 따라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해상과 롯데손해보험은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현대해상은 대출채권 규모를 약 6810억 원 축소하면서 연체금액도 514억 원 줄였다. 롯데손해보험은 대출채권 규모를 늘리면서도 연체금액을 994억 원 감축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손보사들이 수익성 다변화를 위해 대출 취급을 확대하고 있으나, 고금리 장기화와 경기 둔화 우려가 겹치면서 차주의 상환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며 “특정 손보사에서 연체액이 단기간에 급증한 만큼, 해당 여신의 건전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선제적인 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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