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60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한국 기업 역사상 유례 없는 대기록을 썼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첨단 AI(인공지능) 칩 경쟁력을 빠르게 회복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기세를 몰아 올해 실적 흥행 돌풍을 이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특히 6세대 HBM(고대역폭메모리)인 ‘HBM4’, 7세대 HBM인 ‘HBM4E’ 등 차세대 AI 메모리 리더십을 적극 제고하고, 고부가 수요 위주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역량을 집중해, 지속적으로 실적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올 1분기 매출액이 133조8734억원으로 집계됐다고 7일 밝혔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79조1405억원 대비 69.16% 증가한 수치다. 영업익은 더 큰 폭으로 확대됐다. 올 1분기 영업익은 57조232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조6853억원 대비 무려 756.1% 폭증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지난해 4분기에 세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1개 분기 만에 다시 경신했다. 직전 분기인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3조8374억원, 영업익은 20조737억원 등이었다.
이뿐만 아니다. 올 1분기 실적은 새 기록을 여럿 달성했다. 분기 매출이 100조원선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분기 영업익이 50조원을 돌파한 것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60조원에 이르는 이번 분기 영업익은 삼성전자가 지난 한해 동안 벌어들인 영업익을 대폭 상회했다. 올 1분기 영업익은 지난해 전체 영업익 43조6011억원을 14조원가량 웃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삼성은 AI 반도체 공룡 엔비디아의 턱 밑까지 추격했다. 엔비디아의 2026 회계연도 4분기(지난해 11월~올해 1월) 영업익은 442억9900만달러(약 65조7220억원)였다.
회계연도 기준이 달라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실적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를 감안하더라도 60조원에 달하는 분기 영업익을 거둔 삼성이 65조원대의 엔비디아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 이처럼 대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선전 덕분이다. 올 1분기 DS 부문 영업익은 53조7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조1000억원 대비 무려 50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해 DS 부문 연간 영업익 24조9000억원의 두배가 넘는 영업익을 단 1개 분기 만에 벌어 들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DS 부문에서 AI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확대되고, 메모리 가격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갈아치웠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삼성 반도체의 초대박 실적 중심에는 메모리가 자리하고 있다. 메모리사업부는 시장 가격 상승 효과와 함께 제한된 공급 가능 수량 내에서 AI 고부가가치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해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메모리 시장의 성장 모멘텀은 AI 수요가 이끌고 있다”며 “재고 수준이 상당히 타이트한 가운데, 공급 가용량이 고객 수요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고, 수요 대비 공급 충족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메모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 하다보니, LTA(장기공급계약) 체결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일부 고객사와 LTA를 체결한 상태다. 이를 통해 AI 메모리 사업을 안정시키고 시장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한다는 게 삼성의 복안이다.
아울러 HBM 역량을 빠르게 제고하며 AI 메모리 패권 확보에 성공한 것도 실적 개선에 주효했다.
삼성은 차세대 HBM 주도권 다툼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업계 최고 성능의 6세대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했다.
삼성 반도체는 HBM4 개발 착수 때부터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을 능가하는 성능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라 최선단 공정 1c(10나노급 6세대) D램을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또 HBM 적층 구조 하단에서 전력·신호를 제어하는 기반 칩인 베이스 다이의 특성을 고려해 성능과 전력 효율 측면에서 유리한 파운드리 4나노 공정을 적용했다.
이를 앞세워 삼성전자는 단숨에 글로벌 HBM 시장 내 선두 주자로 발돋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HBM 경쟁력을 인정 받은 삼성은 이미 주요 고객사로부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김 부사장은 “올해 생산 능력은 이미 ‘솔드아웃(완판)’된 상태다”고 전했다.
HBM4는 현재 계획대로 증산이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HBM4 공급량을 본격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은 “HBM4 매출은 올 3분기부터 전체 HBM 매출의 절반을 넘어서고, 올해 연간으로도 과반을 차지할 것이다”며 “올해 HBM 매출은 지난해 대비 3배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다”고 자신했다.
비단 HBM4 뿐만이 아니다. 삼성은 7세대 HBM4E 분야에서도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16일부터 19일까지 나흘 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GTC 2026’에 참가했다.
이번 GTC에서 삼성은 별도의 전시 공간인 ‘HBM4 Hero Wall’을 마련하고, HBM4E 실물 제품과 코어 다이 웨이퍼를 최초로 공개했다. 지난 2월 업계 최고 성능의 HBM4를 세계 최초로 양산 출하한지 불과 한달 만에 차세대 HBM의 실물 제품을 전 세계에 선보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HBM4E 샘플을 출하하며 AI 메모리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포부다.
또한 HBM을 포함해 서버용 D램·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차세대 메모리 수요 강세에 적극 대응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바탕으로 AI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해 AI 메모리 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밝혔다.
DS 부문의 또다른 핵심 사업인 파운드리는 비수기 영향으로 올 1분기 실적이 감소했다. 그러나 HPC(고성능컴퓨팅) 시장을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며 재기의 발판을 닦았다. 특히 광통신 모듈 대형 업체 수주에 성공하며 실리콘 포토닉스 사업의 기반을 확보했다.
삼성 파운드리는 2나노 기술력을 바탕으로 선단 공정 수주를 확보하는 동시에 체질 개선을 통해 실적을 개선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모바일용 제품 중심에서 AI,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으로 사업 구조의 다변화를 추진한다.
강석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레거시 공정의 경우 기술 장벽이 상대적으로 높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 수요에 역량을 집중하고, 경쟁력이 낮은 공정은 과감히 정리할 것이다”며 “수익성과 투자 효율을 고려한 최적의 제품 믹스로 사업 체질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미국 테일러공장 가동과 관련해선 “테일러공장 첫 번째 팹은 지난주 장비 반입식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두 번째 팹은 글로벌 고객사와의 수주 논의를 병행해 구축 검토를 진행 중이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미 텍사스주 테일러공장은 2나노 첨단 공정 기반의 파운드리공장이다. 올해 말 초기 가동을 시작한 뒤, 내년부터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들의 첨단 칩을 본격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사 확보도 적극 추진한다. 강 부사장은 “글로벌 고객사와 2나노 협력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고객사와는 가까운 시일 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확보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DS 부문과 달리 DX(디바이스경험) 부문은 다소 저조한 실적을 거뒀다. 올 1분기 DX 부문 영업익은 3조원에 그쳤다.
MX(모바일경험)사업부는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6’ 시리즈 중심의 견조한 판매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그러나 네트워크사업부, DA(생활가전)사업부 등 나머지 사업은 고객사 투자 감소, 원가 상승, 관세 여파 등으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한편 이날 열린 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는 삼성전자 노조가 다음달 예고한 총파업을 우려하는 질의가 쏟아졌다. 삼성은 최대한 생산 차질이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순철 삼성전자 CFO(최고재무책임자) 부사장은 “파업이 벌어지더라도 전담 조직 및 대응 체계를 통해 생산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적법한 범위에서 대응하겠다”며 “노조와 대화를 우선해 원만히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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