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여타 대기업집단 평균치 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의 동일인(총수) 지정을 계기로, 높은 내부거래 비중, 끼워팔기 등 독과점 시장상황을 악용한 불공정 거래 사례가 기업 규제당국의 새로운 타깃이 될 전망이다.
쿠팡의 경우 물류·배달을 축으로 한 높은 내부 의존도가 ‘폐쇄형 수직계열화’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4일 CEO스코어데일리와 부설 기업연구소인 CEO스코어가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쿠팡 국내 계열사의 내부거래액을 조사한 결과, 쿠팡의 국내 주요 계열사 9곳의 지난해 기준 내부거래 매출은 15조8698억원으로 전년(12조7361억원) 대비 24.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계열사의 지난해 전체 매출액 약 58조원에서 내부거래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27.0%로 전년(25.8%) 대비 1.2%p 증가했다.
특히, 쿠팡의 내부거래 비중은 다른 대기업 집단의 평균치와 비교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 지정된 공시집단(92개)의 국내계열사 간 내부거래 비중(2024년 기준)은 12.3%를 기록했다.
이처럼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은, 쿠팡이 전자상거래 플랫폼을 중심으로 물류·결제·배송·자체브랜드(PB) 상품·부동산까지 핵심 기능을 자회사로 분리해 운영한 결과로 보인다. 각 자회사는 독립적인 외부 시장 없이 쿠팡이라는 단일 내부 고객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조로 고착화돼 있다.
쿠팡 계열사중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담당하는 ‘씨피엘비’는 100%의 내부거래 비중을 보였다. 쿠팡이츠 배달기사 관리 및 CS 업무를 담당하는 ‘쿠팡이츠서비스’의 국내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99.98%에 달했다.
또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운영하는 ‘쿠팡페이’는 매출의 99.67%가 계열사로부터 나왔고, 물류센터 설립에 관여하는 부동산 전문 자회사 ‘쿠팡프라퍼티’는 내부거래 비중이 98.7%에 달했다. 물류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96.71%,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씨피엔터테인먼트’의 내부거래 비중은 77.94%를 기록했다. 또 물류 인프라를 담당하는 ‘쿠팡풀필먼트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73.57%로 조사됐다. 이어 국내 계열사의 정점에 있는 '쿠팡'의 내부거래 비중이 1.68%, 여행플랫폼 ‘떠나요’의 내부거래 비중이 0.07%로 비교적 낮은 편에 속했다.
쿠팡 관계자는 이들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과 관련 “모두 쿠팡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법인 최정점에 위치한 쿠팡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계열사들의 모기업이다. 쿠팡이 씨피엘비, 쿠팡이츠서비스, 쿠팡페이, 쿠팡프라퍼티, 쿠팡로지스틱스, 씨피엔터테인먼트,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떠나요의 지분 100%를 쥐고 있다. 또한 쿠팡 본사인 미국 ‘쿠팡Inc(Coupang, Inc.)’가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쿠팡의 이같은 내부거래를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통합 전략’으로 볼지, 아니면 ‘경쟁 제한적 구조’로 볼지를 두고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서비스 품질과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와 함께, 외부 시장 검증이 제한되는 불공정 구조라는 지적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쿠팡이 수직계열화 구조 안에서 내부 계열사간에 수익을 극대화 하는 폐쇄적 구조는 이번 총수 지정을 계기로 공정위의 새로운 형태의 규제 심사 대상이 될 전망이다.
이전까지 쿠팡은 총수가 법인으로 지정돼 있어, 친족 및 특수관계인 기준의 공시 의무와 사익편취 규제 적용에서 사실상 제외돼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김범석 의장이 총수로 지정되면서, 쿠팡은 기존보다 더 강화된 책임을 지게 될 전망이다. 당장, 김 의장 개인 뿐만 아니라 친인척, 해외 계열사까지 공정위 규제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김 의장의 공시대상 지정은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자와 대기업집단 시책 적용의 최종 책임자인 총수를 일치시켜 권한과 책임의 괴리를 해소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공정위는 지난달 29일 김 의장을 총수로 지정한 바 있다. 2021년 쿠팡이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처음 지정된 후 5년 만이다. 총수 지정의 직접적 근거는 김 의장 동생 김유석 부사장의 경영 관여다. 공정위 현장 점검에서 김 부사장은 물류·배송 정책 관련 정기·수시 회의를 수백 회 이상 주최하고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대표 등을 불러 주간 업무실적을 점검하거나 물량 확대, 배송 정책 변경 등을 논의하며 주요 사업 방향에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부사장이 2021년부터 4년간 쿠팡으로부터 받은 보수와 인센티브 규모만도 14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쿠팡은 이번 공정위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계획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윤선 기자 / ysk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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