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연속 동결 택한 美 연준…눈치 보는 한은, 하반기 인상론 ‘고개’

8대 4 이례적 표결 속 매파 기류 강화…인하 동력 약화
중동 전쟁·고유가에 인플레 경계감…정책 불확실성↑
한은, 금리 동결 무게 속 하반기 인상 가능성도 부상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4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회 연속 동결했다.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된 가운데 인플레이션 경계감까지 커지며 연내 금리 인하 기대감은 크게 약화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 달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1분기 GDP 호조와 고유가 흐름이 맞물리며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미 연준은 28~29일(현지시간) 열린 FOMC 정례회의에서 정책금리 목표 범위를 3.50~3.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9·10·12월 세 차례 연속 인하 이후 올해 1·3·4월 연속 동결을 이어가며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중동 지역 긴장에 따른 경제 전망 불확실성이 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격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유지됐다.

시장은 당초 금리 동결을 예상했지만, 이례적인 표결 구도에 주목했다. 이번 회의에서 FOMC 위원 표결은 8대 4로 의견이 갈린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으로 스티브 마이런 이사는 금리 동결에 반대하며 0.25%포인트 인하 의견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베스 해먹(클리블랜드) △닐 카시카리(미니애폴리스) △로리 로건(댈러스) 등 3명의 지역 연준 총재는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정책결정문에 포함하는 데 반대했다.

성명서 문구를 둘러싸고 소수 의견이 3표나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연준 내부의 매파적 기류가 강화된 신호로 해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추가 금리 인하 자체를 반대했다기보다는,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인하를 기본 시나리오로 설정하는 것이 정책 운신 폭을 제약할 수 있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문구는 이번 성명서에도 유지됐다. 다만 완화 편향 문구를 둘러싼 이견이 확대된 만큼 인하 기조의 동력은 이전보다 약화됐다는 평가다. Jerome Powell 연준 의장 역시 필요 시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으며 정책 방향의 유연성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FOMC가 다소 매파적이었다고 평가하면서도, 향후 금리 인상으로 정책 방향이 전환될 가능성은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일부에서는 중동 리스크가 완화될 경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쟁 종료 이후 최소 2~3개월 동안은 연준의 정책 무게가 인플레이션에 집중되며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이후 금리 인하 여부는 노동시장 흐름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흐름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높은 유가는 비용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해 금리 인하 기대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중동 리스크가 완화되고 유가가 안정될 경우 정책 초점은 다시 성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크다”며 “노동시장 둔화를 고려하면 향후 정책 방향은 금리 인상보다는 동결 및 인하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고, 하반기 한 차례 인하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 FOMC에 이어 이벤트 리스크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이어지고 있다”며 “유가 상승 영향이 물가에 반영되고, 수요 위축 효과도 6월부터 일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결국 6월 FOMC에서 ‘추가 금리 인하 시사 문구’ 유지 여부가 연내 가장 중요한 변수”라며 “문구가 유지된다면 연내 인하 가능성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금리 격차가 유지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다음 달 통화정책방향회의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경기 대응과 물가 안정이라는 상반된 정책 목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7% 성장하며 기존 전망치(0.9%)를 크게 웃돈 점을 들어, 한국은행이 하반기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강승원 연구원은 “1분기 GDP 호조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면서도 “한국은행은 추가 데이터를 확인하며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경기 개선의 방향성은 금리 인상을 지지하지만, 개선 강도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며 “전망 리스크가 상방으로 기울어 있는 만큼 금리 인상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허진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 이상 흐름을 지속할 경우, 이르면 8월이나 10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있다”며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내년 1분기 추가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한국은행은 당분간 신중한 대응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중동 정세와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상대 부총재는 “이번 FOMC에서 연준 내부 의견이 크게 갈리고,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력이 부각되면서 향후 통화정책 경로의 불확실성이 더욱 커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동 정세 역시 협상 난항으로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대내외 리스크 전개 양상과 금융·경제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필요 시 적기에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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