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요 손해보험사 순손해조사비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NH농협손해보험의 순손해조사비가 지난 1년 동안 30% 가까이 오르며 주요 손해보험사들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NH농협손해보험이 자연 재해 관련 국가 정책보험 시행자라는 특성이 반영된 결과다. NH농협손해보험을 제외하면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신한EZ손해보험 등 디지털보험사와 KB손해보험·메리츠화재가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순손해조사비는 보험사고 발생 시 손해액과 보험금을 산정하기 위해 손해사정법인 등에 지급하거나 자체 조사에 투입한 비용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사고 건수가 증가하거나 물가 상승에 따른 인건비·조사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경우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13일 손해보험협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국내 주요 15개 손보사의 순손해조사비는 2025년 12월 기준 7조647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7조1426억 원과 비교해 약 5053억 원(7.1%) 증가한 규모다.
이 가운데 NH농협손해보험의 순손해조사비는 2024년 12월 기준 3047억 원에서 2025년 12월 기준 3934억 원으로 887억 원 증가하며 29.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화재의 순손해조사비는 2024년 12월 기준 1조4836억 원에서 2025년 12월 기준 1조5454억 원으로 618억 원(4.1%) 증가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은 1조2929억 원에서 1조3699억 원으로 770억 원(5.9%) 늘었다.
DB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1조2254억 원에서 1조2740억 원으로 486억 원(3.9%) 증가했다. KB손해보험은 8368억 원에서 9391억 원으로 1023억 원(12.2%) 늘었고, 메리츠화재는 4866억 원에서 5388억 원으로 522억 원(10.7%) 증가하며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NH농협손보 관계자는 “2025년 영남권 산불 영향으로 장기·농작물·정책보험 사고 접수와 보험금 지급 건수가 증가하면서 순손해조사비도 함께 늘었다”며 “순손해조사비는 사고 건수와 지급 금액 등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손해보험사들의 순손해조사비 증가세도 눈에 띄었다. 영업 확대에 나선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순손해조사비는 2024년 12월 기준 66억 원에서 2025년 12월 기준 104억 원으로 55.6% 증가했다. 또 다른 디지털 손보사인 신한EZ손해보험 역시 같은 기간 43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12.3% 늘었다.
업계에서는 순손해조사비 증가 배경으로 보험사기 적발 규모 확대와 실손보험 청구 건수 급증 등을 꼽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기 적발액은 2020년 8986억 원에서 2024년 1조1502억 원, 2025년 1조1571억 원으로 매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2025년 기준 진단서 위·변조 등을 통해 보험금을 과다 청구하는 ‘사고 내용 조작’ 유형이 전체의 54.9%(6350억 원)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허위 사고(20.2%), 고의 사고(15.1%) 순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병원과 연계해 자동차보험 치료비를 부풀리는 보험사기 적발액은 273억 원으로 전년 대비 582.5% 급증하며 조사 비용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보험사기의 상당수가 보험금 지급 심사 단계의 정밀 조사 과정에서 적발되는 만큼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방어를 위해 철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실손보험 청구 건수 역시 2019년 1억532만 건에서 2024년 1억6614만 건으로 5년 새 약 58% 증가하면서 조사 업무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의료비와 차량 수리비 등 원가 상승과 함께 이상기후에 따른 자연재해, 다중 추돌 사고 등이 잦아지면서 손해조사에 투입되는 물리적 비용이 전반적으로 상승했다”며 “순손해조사비는 보험금 지급의 객관성과 적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비용이지만 증가 폭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손해율 관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어 효율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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