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시그널이 강해지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빠르게 치솟고 있다. 여신전문금융회사채권(여전채) 금리가 약 3년 만에 다시 4%대를 돌파한 데 이어 추가 상승 압력까지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이자 부담이 한층 가중될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일 기준 여전채(3년물·AA+ 기준) 금리는 연 4.147%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날(2.812%) 대비 1.335%포인트 상승한 수준이다.
여전채 금리가 4%대를 넘어선 것은 2023년 이후 약 3년 만이다. 지난 2022년 10월 불거진 레고랜드 사태 여파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 기조가 맞물리면서 당시 시장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컸다. 한국은행 역시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끌어올리며 채권시장 금리 상승을 자극했다.
이후 채권시장이 점차 안정을 되찾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형성되면서 여전채 금리도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로 지난해 10월까지 여전채 금리는 2%대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그러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지난해 11월 다시 3%대에 진입했고, 올해 4월 23일에는 다시 4%선을 넘어선 뒤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여전채 금리가 다시 급등하는 배경으로는 한국은행의 긴축 기조 강화 가능성이 꼽힌다.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와 새롭게 금융통화위원 후보로 추천된 김진일 고려대 교수가 상대적으로 매파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시장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 여전채 금리 역시 추가 상승 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한국은행은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지난 3일(현지시간)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가 열린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물가가 예상보다 많이 오르고 있어 인상 사이클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며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 왔다”고 밝혔다.
씨티은행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행이 내년 4월까지 총 네 차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구체적으로는 올해 7월과 10월, 내년 1월과 4월 각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며 기존 전망보다 긴축 강도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물가 압력에도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성장률 전망이 상향되고 있다는 점 역시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명분을 강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확실해진 물가 상승과 기대인플레이션 확대, 견조한 성장 모멘텀에 더해 양호한 금융환경과 세수 호조 등을 종합하면 기준금리 인상을 미룰 이유가 크지 않다”며 “한국은행의 연말 기준금리 전망치를 기존 2.75%에서 3.00%로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민간소비 개선으로 수요 측 물가 상방 압력이 누적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급 측 물가 압력도 확대되고 있다”며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지지 않도록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최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시장금리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주요 국채 금리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국채 금리 상승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통화정책 방향이 다시 긴축으로 기울 가능성이 커지면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도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대부분의 자금을 여전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는데, 여전채 금리는 시장금리 영향을 크게 받는다. 결국 기준금리가 오르면 카드사들의 차환 비용도 함께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8개 카드사의 지난해 연간 이자비용 총합은 4조5872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올해 대규모 만기 물량까지 겹치면서 카드사들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수 연구원은 “올해 여전채 만기도래액은 77조1000억원으로, 2024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며 “이 중 카드채 3년물 만기도래액은 14조8000억원으로, 해당 물량의 평균 조달금리는 3.82%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카드채 3년물 금리는 4.09% 내외에 형성돼 있어 카드사들은 과거 조달금리 대비 약 26.7bp(0.267%) 높은 금리로 차환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만기도래 규모가 크고 금리 레벨도 높아진 만큼, 단순 차환만으로도 이자비용 부담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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