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닭 신화’를 이끈 김정수 부회장이 회장 자리에 오른다. 불닭볶음면을 앞세워 회사를 수출 중심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김 신임 회장은 해외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내수 경쟁력 강화와 포스트 불닭 발굴이라는 경영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18일 삼양식품에 따르면 김정수 부회장은 내달 1일 회장으로 승진한다. 2021년 12월 총괄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이후 약 5년 만이다. 회사 측은 이번 승진에 대해 글로벌 시장 확대와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책임 경영 강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김 신임 회장은 1964년생으로 삼양식품 창업주인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며느리이자 전인장 전 회장의 아내다. 서울예고와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한 뒤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했다. 이후 2010년 총괄사장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며 삼양식품의 체질 변화를 주도했다.
김 신임 회장의 대표 성과는 단연 불닭볶음면이다. 불닭볶음면은 2010년 김 회장이 딸과 함께 방문한 명동의 한 음식점의 매운 음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으며 개발이 시작됐다. 당시 긴 대기 줄을 본 김 신임 회장은 매운맛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고, 연구소에 시중 매운 소스를 보내며 제품 개발을 지시했다.
이후 닭 1200마리와 소스 2톤을 활용한 테스트 끝에 2012년 불닭볶음면이 출시됐다. 출시 초기에는 “너무 맵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김 신임 회장은 제품 콘셉트를 유지한 채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016년 이후 유튜브와 SNS를 중심으로 ‘불닭 챌린지’ 열풍이 확산되며 해외 소비자들의 관심이 급증했고, 삼양식품은 불과 2년 만에 80여개국에 수출 판로를 확보했다.
김 신임 회장의 글로벌 전략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삼양식품 해외 매출은 2016년 930억원에서 2025년 1조8838억원으로 20.3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해외 매출 비중은 26%에서 80%로 확대됐다. 사실상 불닭 브랜드가 삼양식품의 글로벌 성장을 이끈 셈이다.
불닭의 성공으로 회사 매출도 10년 새 6.5배 이상 성장했다. 삼양식품 매출은 2016년 3593억원에서 2020년 6485억원, 2022년 9090억원, 2023년 매출 1조1929억원, 2024년 1조7280억원, 2025년 2조3518억원으로 상승했다.
회사의 수장이 된 김 신임 회장이 향후 풀어야할 과제는 매출 구조가 해외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흥행을 이끌었지만, 장기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내수 경쟁력 강화도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김 신임 회장도 내수 시장 공략에 힘을 싣고 있다. 대표 사례가 지난해 11월 출시한 ‘삼양1963’이다. 삼양1963은 삼양라면 초창기 제조 방식이었던 우지 유탕 방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동물성 우지와 식물성 팜유를 배합한 ‘골든블렌드 오일’을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출시 당시 김 신임 회장은 발표회에서 “삼양1963은 과거의 복원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초석”이라며 “한국의 미식문화를 세계로 전파하는 글로벌 식품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여기서 멈추지 않고 또 한 번의 혁신을 시작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근본’을 핵심 키워드로 제시하며 ‘삼양1963’과 맞닿은 메시지를 내놨다. 김 신임 회장은 “근본은 우리를 붙잡는 것이 아니라 더 멀리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 신임 회장은 불닭의 후속 제품인 ‘맵탱’과 ‘탱글’의 시장 안착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운 국물 라면인 ‘맵탱’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건면 파스타 브랜드인 ‘탱글’로 서양권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아직 매출 기여도는 제한적이다.
삼양식품이 라면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확대하고 있는 소스 사업에서도 성과를 내야 한다. 지난해 소스·조미소재 매출은 706억원에 그치며 전체 매출 비중은 3.0% 수준에 머물렀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지원 기자 / kjw@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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