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떠안고 있는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1년 새 4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전쟁 발발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로 고환율이 장기화한 영향이다. 연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치고 ‘통합 대한항공’으로 공식 출범을 앞둔 가운데 수익성 방어가 과제로 떠올랐다.
19일 대한항공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외화환산손실은 865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외화환산손실(1880억원)과 비교하면 360.2% 증가한 수치로, 약 4.6배 치솟았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외화환산손실에서 외화환산이익을 뺀 순외화환산차손은 6221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1245억원)보다 400% 급증했다. 별도 기준으로 봐도 순외화환산차손이 지난해 1분기 926억원에서 올해 1분기 3892억원으로 320.3% 늘어났다.
문제는 외화환산손실 증가로 수익성 지표가 하락한 점이다. 대한항공의 올해 1분기 법인세차감전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9.6% 줄어든 468억원, 분기순이익은 90.4% 감소한 337억원에 그쳤다. 대한항공의 기타영업외비용 1조903억원 중 외화환산손실이 차지하는 비중은 79.3%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외화환산손실 부담이 커진 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고유가와 함께 고환율 흐름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다른 항공사들과 마찬가지로 항공기 리스료, 정비비, 유류비 등 주요 운영비를 달러로 결제하는 구조라 환율 민감도가 큰 편이다.
실제 지난 3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순외화부채는 약 55억 달러로 환율 10원 변동 시 약 550억원의 외화평가손익이 발생한다. 연간 예상 달러 부족량은 약 16억 달러로 환율 10원 시 약 160억원의 현금 변동을 감수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환율을 비롯해 유가·금리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장 위험관리를 수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회사 내 자금기획팀에서 5명의 리스크 관리 담당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대한항공 측은 “원화 고정금리 차입과 엔화·유로화 등 잉여 저금리 통화 고정금리 차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통화·이자율 스왑 계약 등을 통해 차입구조를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이 지난달 1일부터 전사적인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한 가운데 오는 12월 17일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 마무리를 선언한 만큼 수익성 방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이달 14일 합병 계약을 체결하고 통합 항공사 출범 일자를 공식화했다. 합병 비율은 1대 0.27이며,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자산과 부채, 권리 의무, 근로자 일체를 승계하게 된다.
대한항공은 남은 2분기 여객 사업에서 한국발 수요 정체에 대비해 해외 출발·환승 수요 유치에 집중하고, 수요 변화에 맞춘 탄력적 노선 운영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계획이다. 화물 사업에선 시즌성 화물 물량을 선점하고, AI(인공지능)·K-뷰티 등 성장산업 수요 유치 확대를 병행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유가 단계적 대응을 통해 전사적 비용 효율화를 추진 중”이라며 “재무 구조적 체질을 강화해 안정적인 미래 성장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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