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결국 직접 고개를 숙였다.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논란이 불거진 지 약 8일 만이다. 스타벅스를 넘어 광주 스타필드 사업과 그룹 브랜드 신뢰도 전반까지 흔들리자 정 회장이 대국민 사과 카드를 꺼내 들며 사태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정 회장의 사과에도 비판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으면서 후폭풍이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 회장은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일로 깊은 상처와 실망을 느끼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에 대한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사과문을 발표한 것은 2024년 3월 회장 취임 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약 5분간 사과문을 낭독하며 세 차례 허리를 숙였다.
재계에서는 스타벅스발(發) 리스크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 정 회장이 직접 정면 돌파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스타벅스를 넘어 그룹 핵심 사업과 브랜드 가치 전반에까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논란은 스타벅스코리아가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인 지난 18일 진행한 ‘탱크데이’ 프로모션에서 비롯됐다. 행사 문구인 ‘책상에 탁’이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발표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빠르게 확산됐다.
이후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불매 움직임이 확산했고, 이재명 대통령도 SNS에 해당 논란을 거론하며 “저질 장사치의 비인간적 막장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결국 5·18 유공자 일부가 경찰에 정 회장 등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처벌법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발한 상태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이마트의 핵심 수익원 중 하나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총 1062억원 규모 배당을 실시했고, 지분 67.5%를 보유한 이마트가 수령한 배당금만 단순 계산 기준 약 716억원에 달한다. 스타벅스 실적과 브랜드 가치가 흔들릴 경우 이마트 수익 구조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번 논란 여파로 스타벅스 매출은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지금은 당장 매출을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매출 감소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가 추진 중인 광주신세계 ‘광천터미널 복합화사업’과 신세계프라퍼티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사업도 빨간불이 켜졌다. 일부 5·18 관련 단체들은 신세계그룹의 광주 사업 전면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논란이 장기화할 경우 지역 여론 악화와 사업 추진 부담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정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도 그룹 전반으로 확산된 브랜드 리스크를 단기간 내 진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탱크데이’ 마케팅 담당 실무진 5명 가운데 3명이 스마트폰 포렌식을 거부하면서 그룹 차원의 조사만으로는 고의성이나 사전 공모 여부를 명확히 규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원론적 수준의 사과 외에 구체적인 재발 방지책이나 후속 조치가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도 한계라는 지적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논란과 관련한 직원 및 임원진의 고의성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확보하지 못했다.
전 부사장은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과 결재 라인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를 진행했지만, 고의성을 특정하지 못했다”며 “관련 실무진 5명 전원을 직무에서 배제하는 수준의 인사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직원들이 고의성을 부인하고 있는 데다 법적·절차적 제약도 있어 사실관계 규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주선 기자 / js753@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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