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단순 금융 지식만으론 노후 못 지켜…보험硏 “중고령층 금융행동 지원 시급”

보험硏, 26일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 개최
변혜원 선임연구위원 “은퇴 가구 10곳 중 3곳, 생활비 부족 경험”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은퇴 후 생존 기간도 길어지면서, 자산 인출기에 접어든 중고령층 금융소비자의 금융 실수를 줄이고 금융 후생을 높이는 문제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한 ‘금융 지식 습득’을 넘어 실제 ‘긍정적 금융 행동’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 행동은 금융 후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금융 지식은 금융 행동을 매개로 금융 후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는 설명이다.

변혜원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금융 지식 수준이 높더라도 긍정적인 금융 행동 실천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재정적 만족도나 안정도는 개선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고령 금융소비자의 금융 실수를 줄이고 금융 후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금융 지식 제고뿐 아니라 부채 및 현금 흐름 관리, 노인 돌봄 대비, 재정 위임, 금융 자문 활용 등 실질적 행동을 지원하는 복합적 체계가 필요하다”며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나 사망 등에 대한 대비 필요성을 높이고, 구체적인 계획 수립을 지원하는 공공 상담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지식이 아무리 높아도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금융 역량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사냥하는 방법을 배워도 실제 사냥을 하지 않으면 먹고살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취지에서 전국 55~79세 중고령자 3000명을 대상으로 금융 지식·행동·후생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중고령 금융소비자의 퇴직연금 지식(75점)과 노인장기요양보험 지식(69.3점)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이런 지식이 미래 위험에 대비하는 실제 금융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응답자의 48.9%는 노인 돌봄 비용에 대해 “생각만 해봤거나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갑작스러운 건강 악화 시 제3자에게 자산 관리를 위임하는 장치(재산관리 위임장 등)를 마련해둔 비율은 16%에 불과했다. 장례 비용(54.7%)이나 상속·증여(44.7%) 계획이 없다는 응답도 절반 수준에 달했다.

중고령 금융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재정 상태 만족도는 100점 만점에 44.8점에 그쳤다. 특히 은퇴 가구의 32.5%는 지난 1년간 생활비 부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부채를 보유한 응답자(전체의 49.2%) 가운데 61%는 “빚이 너무 많다”며 과도한 부채 부담을 호소했다.

변 선임연구위원은 “금융 지식 수준이 같더라도 일상적 돈 관리나 재무계획 수립 등 금융 행동 지수가 높을수록 금융 후생 개선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며 “이 시기의 금융 실수는 만회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개인의 빈곤을 넘어 사회적 비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금융역량 강화 프로그램의 목표를 ‘지식 습득’에서 ‘긍정적 금융 행동 실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감독원과 국민연금공단 등의 무료 공적 금융자문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고, 비대면 재무 진단 서비스 편의성 개선과 대면 상담 채널 유지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지원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소비자가 감정·심리·인지적 요인으로 인해 자신에게 불리한 선택을 하는 경향을 줄일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수정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기획팀장이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보험연구원에서 열린 ‘소비자 금융역량 진단과 정책과제’ 세미나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백종훈 기자>

앞서 첫 번째 주제 발표를 맡은 허수정 금융감독원 금융교육국 금융교육기획팀장 역시 금융 지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국내 금융소비자들의 현실을 지적했다.

허 팀장이 인용한 ‘2024 전국민 금융이해력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금융 이해력은 65.7점으로, 2023년 OECD 평균(62.7점)보다 높았다.

다만 평소 재무 상황 점검이나 장기 재무 목표 설정 등 실제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금융 행위’ 점수는 64.7점에 머물렀다. 지식이 행동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현실이 드러난 셈이다. 저축보다 소비를, 미래보다 현재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주는 ‘금융 태도’ 점수 역시 53.7점으로 낮게 나타났다.

허 팀장은 “금융 이해력이 높더라도 구체적인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금융 역량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융 교육 역시 배운 내용을 실제 생활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 교육은 어느 한 기관이 전담하기 어려운 평생교육인 만큼 관계 부처와 교육 유관기관, 금융권이 함께 움직이는 견고한 협업 체계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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