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기존 대형 증권사뿐 아니라 온라인 경쟁력을 앞세운 증권사들까지 잇따라 시장에 진출하면서다. 리테일 점유율이 높은 대형 증권사와 간편성을 강점으로 내세운 온라인 기반 증권사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서 마케팅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퇴직연금 사업자로 공식 인가를 받아 사업을 영위 중인 증권사는 총 15곳(DB·KB·NH투자·iM·대신·미래에셋·삼성·신영·신한투자·우리투자·유안타·하나·한국투자·한화투자·현대차증권)이다.
여기에 다음 달 1일부터 키움증권도 퇴직연금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사업자는 더욱 늘어나게 됐다.
그간 국내 퇴직연금 시장은 확정급여형(DB) 중심 구조로 인해 낮은 수익률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이에 지난 2022년 사전지정운용제도(디폴트옵션)가 도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자산운용 노하우를 보유한 증권사로 ‘머니무브’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지정한 포트폴리오로 자금을 운용하는 제도다.
지난해 말 기준 은행의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 비중은 52.4%로 가장 높았다. 다만 전년 대비 증가율은 15.4%에 그친 반면, 증권사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증권사들도 퇴직연금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기존 위탁매매 수익과 달리 장기 투자 기반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2024년 기준 국내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서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인구 구조 변화에 따른 퇴직연금 시장 성장 가능성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간 적립금 경쟁에서는 미래에셋증권이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퇴직연금포털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수익률과 적립금 규모(DB·DC·IRP 합산)를 공시한 14개 증권사 가운데 미래에셋증권의 적립금 규모는 42조441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는 2위 삼성증권(23조2681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달 퇴직연금을 포함한 개인연금 자산 규모가 7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증권은 “연금자산 70조원 돌파로 증권업계 내 압도적 1위 입지를 더욱 강화했다”며 “글로벌 자산배분 전략을 기반으로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금 고객에게 약 12조6000억원의 누적 운용수익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퇴직연금 적립금 상위권에는 리테일 경쟁력이 높은 대형 증권사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적립금 10조원을 넘긴 증권사는 △한국투자증권(22조5945억원) △현대차증권(18조8552억원) △NH투자증권(10조7541억원) 등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계열사 물량 비중이 높은 현대차증권을 제외하면 나머지 상위권 증권사들은 모두 대형 증권사들이다.
여기에 최근 키움증권까지 합세하면서 다음 달부터 퇴직연금 사업자는 총 16곳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키움증권은 다음 달 1일부터 퇴직연금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온라인 기반 증권사 강점을 살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환경을 퇴직연금 서비스에도 적용했다. 기존 주식거래 플랫폼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높인다는 설명이다.
이를 통해 후발주자임에도 오는 2035년까지 시장점유율 10%, 업계 5위권 진입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는 “퇴직연금은 노후를 책임지는 장기 투자인 만큼, 가입자 중심의 투자형 온라인 플랫폼을 처음부터 새롭게 설계해 고객 스스로 더 스마트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외 온라인 기반 증권사들도 연금시장 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비록 퇴직연금 사업 인가는 받지 않았지만, 연금저축 서비스를 통해 연금시장 경쟁력을 시험하는 모습이다.
지난 2024년 연금저축 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50만 계좌를 돌파했으며, 토스증권도 연내 연금저축 계좌 출시를 준비 중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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