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선두’ 삼성전자, 車 메모리도 선점…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1위

삼성 차량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 40%…“세계 1위”
마이크론은 36% ‘2위’…“세계 시장에 큰 지각 변동”
삼성전자, 저전력 D램 등 앞세워 선두 자리 수성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 메모리인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구축한 가운데,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에 한발 뒤처져 줄곧 2위를 유지해 온 삼성이 마침내 세계 1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저전력 D램, 그래픽 D램, 차량용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차량용 메모리 선두 자리를 수성한다는 구상이다.

자동차 산업 전문분석기관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글로벌모빌리티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40%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35% 대비 5%p 증가한 수치다.

이로써 삼성은 전 세계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에 등극했다. 반면, 1위 자리를 지켜 온 마이크론은 2위로 한 계단 내려 왔다. 마이크론의 차량용 메로리 시장 점유율은 2024년 40%에서 지난해 36%로, 4%p 하락했다.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큰 지각 변동이 일어나면서 삼성전자는 ‘메모리 최강자’로서의 위상을 한층 공고히 하게 됐다.

그동안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는 마이크론의 독주 체제가 상당 기간 유지돼 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제조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차량용 메모리보다 AI 서버·모바일·PC 등 IT 기기에 탑재되는 고부가 메모리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SK는 고성능 메모리 분야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했으나 차량용 메모리 분야에서 그렇다 할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이를 틈 타 마이크론은 차량용 메모리 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갔다.

또 과거 차량용 메모리는 7~8년에 달하는 긴 제품 교체 주기 탓에 수요가 한정적이라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그러나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대가 개화하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로 인해 차량용 메모리 시장이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기회를 엿본 K-반도체는 부랴부랴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 뛰어들었으나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았다. 완성차 업체들이 성능보다 내구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삼고 보수적인 공급망 관리를 고수하는 탓에,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은 탓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자동차연구원은 ‘K-메모리의 사각지대, 차량용 반도체’ 보고서를 통해 “국내 메모리 제조 업체들은 유독 차량용 반도체에서만 해외 기업에 점유율이 뒤처지고, 격차가 확대되는 추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K-반도체가 오랜 기간 고성능·대용량의 AI 서버·모바일·PC용 메모리에 집중해 온 것과 달리,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는 2010년대 중반 후발 주자로 진입해 기술 축적과 경쟁력 확보가 늦어졌다”고 분석했다.

사태의 위중함을 인식한 삼성·SK는 서둘러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술 초격차 전략을 앞세워 차량용 메모리 역량 제고에 부단히 힘썼다.

실제로 삼성은 2015년 저전력 D램 LPDDR, UFS(유니버설플래시스토리지)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IVI(차량용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에 최적화된 성능을 뽐냈다.

이어 차량용 SSD와 그래픽 D램 GDDR 등을 잇따라 출시하며 자율주행 중심의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세계 차량용 메모리 시장에서 연평균 40% 이상의 매출 성장을 이룬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그리고 마침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마이크론을 꺾고, 글로벌 차량용 메모리 시장 1위에 오르게 됐다. 이는 한국은 물론 유럽, 일본 등 전통적인 자동차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크게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 IVI 시스템 등이 고도화함에 따라 고용량·고성능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삼성 LPDDR과 UFS 등 첨단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호응을 얻은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세계 1위에 등극한 삼성전자는 제품 라인업을 더욱 강화해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차량용 메모리 시장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켜 낸다는 구상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LPDDR5X, LPDDR5 등 고성능 저전력 D램과 차량용 품질 규격인 AEC-Q100을 충족하는 고신뢰성 메모리, 첨단 V낸드 기반의 차량용 SSD 등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했다.

최근엔 차세대 저전력 D램을 개발하며 압도적인 경쟁 우위도 갖췄다. 삼성은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LPDDR6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LPDDR은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탑재되는 D램 규격으로, 전력 소모량을 최소화하는 저전압 동작 특성을 갖고 있다. 최신 규격은 LPDDR6로, 1-2-3-4-4X-5-5X-6 순으로 개발돼 왔다.

삼성 LPDDR6는 AI 시대의 요구에 맞게 새롭게 설계된 차세대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으로 평가된다.

LPDDR6는 10.7Gbps 이상의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또 늘어난 I/O(입·출력)를 통해 대역폭까지 확장시켰다.

전력 소모량도 획기적으로 효율화했다. 삼성 LPDDR6는 D램 공급 전압 특성에 따라 완벽하게 분리해 설계됐다. 또 시스템의 요구 조건에 맞춰 전력을 가변적으로 활용하는 DVFS(동적전압스케일링), 다이나믹 효율화 모드 등 새로운 기능도 갖췄다.

이로써 LPDDR6는 이전 세대 대비 약 21% 향상된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면서도 안정적인 고속 동작을 구현해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 LPDDR6는 성능과 에너지 효율, 안정성 간의 밸런스를 맞춘 필수적인 저전력 메모리 솔루션이다”고 자평했다.

삼성전자 ‘LPDDR6’. <사진=삼성전자>

삼성은 LPDDR6를 IT 기기뿐만 아니라 차량용 메모리로도 확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모바일 기기에서 시작된 저전력 기술에 대한 요구는 이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삼성 LPDDR6는 확장된 응용 호환성을 바탕으로 오토모티브 등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되며 고성능·저전력을 자랑하는 차세대 메모리 솔루션으로서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렇듯 고도의 성능을 자랑하는 삼성 차량용 메모리는 날로 성장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솔루션으로 각광 받을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전 세계 차량용 메모리 시장 규모는 지난해 73억9000만달러에서 오는 2030년 125억달러로, 연평균 11.1% 고속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차량용 메모리는 모바일·가전 메모리보다 단가가 높고, 장기 공급 계약이 일반적이다”며 “향후 산업 하강기에도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등 국내 메모리 제조 업체들의 교섭력이 크게 향상된 현 시점에 차량용 메모리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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