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광그룹 학교법인인 일주세화학원이 국세청이 매년 공시하는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 명단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광그룹 총수인 이호진 태광산업 고문이 일주세화학원 이사장을 맡은 첫해에 국세청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자존심을 구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지가 국세청 누리집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 24곳 가운데 태광그룹 산하 학교법인인 일주세화학원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의무 위반’을 근거로 일주세화학원을 불성실기부금단체에 포함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화학원은 국세청으로부터 3900만원의 증여세를 추징 당한 바 있다.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제85조5 등에 따라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 명단을 공개하고 있다. 공개 대상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의무 위반으로 1000만원 이상 추징된 단체 △기부금영수증 발급명세를 작성·보관하지 않은 단체 △거짓영수증을 5건 이상 또는 5000만원 이상 발급한 단체 등이다.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에는 통상 교회·사찰 등 종교기관이 다수를 차지한다. 일주세화학원과 같이 대기업 관련 학교법인이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다. 일주세화학원은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故) 일주 이임용 회장이 1977년 설립한 학교법인으로, 세화여중·세화여고·세화고를 운영하고 있다.
이호진 전 회장은 앞서 지난 2004년부터 2012년까지 태광그룹 회장을 지냈지만, 횡령·배임 등 법적 문제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2025년 태광산업 고문과 일주세화학원 이사장직을 맡은 데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세화예술문화재단 이사장에도 선임되며, 그룹내 경영활동 전면에 나서고 있다.
◆ 기부받은 20만평 임야…공익목적 사용 못해 증여세 추징
일주세화학원의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 지정은 지난 2018년 기부받은 충북 영동군 소재 임야가 발단이 됐다.
2018년 일주세화학원 결산공시를 분석한 결과, 재단은 당해 년도에 이기화 전 태광그룹 회장으로부터 21억원 상당의 토지를 기부 받았다. 이기화 전 회장은 태광그룹 창업주인 고 이임용 전 회장의 처남으로, 1997년부터 2004년까지 회장직을 맡아 그룹을 이끌었으며 2019년 12월 30일 별세했다.
그는 별세 전인 2018년 해당 토지외에도 72억원 상당의 주식·출자지분을 일주세화학원에 추가로 기부했다.
문제가 된 것은 토지 부분이다. 일주세화학원 측은 “2018년 10월 충북 영동군 소재 임야 약 20만평을 기증 받았지만, 전체 면적의 93%가 보존산지여서 공익목적사업에 직접 활용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해당 토지(약 20만평, 21억원 상당)는 공익법인이 3년 이내에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전부 사용해야 한다는 의무 규정을 충족하지 못했고, 결국 기부가 아닌 증여로 인정돼 증여세 3900만원이 추징됐다.
이와 관련, 일주세화학원 관계자는 “국세청에 해당 사정을 설명하고 불성실기부금수령단체 명단에서 제외해 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바 있다”고 밝혔다.
◆ 공익목적 불가능, 왜 수령했나…자산관리 적정성 논란
세금을 납부했다는 것은 위반 상태에 대한 사후 정산이다. 공익목적 활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보존산지를 공익법인이 왜 수령했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익법인이 그룹 자산의 우회 보유처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국세청의 2024년 결산공시 자료에 따르면, 일주세화학원의 2024사업연도 총자산은 919억2999만원이다. 이 가운데 토지는 40억3772만원, 건물은 165억1089만원, 주식 및 출자지분은 270억3771만원, 금융자산은 439억5814만원으로 집계됐다.
주목되는 것은 계열사 지분 보유 현황이다. 일주세화학원은 대한화섬 6만6399주(지분율 5%), 태광산업 5만5669주(5%), 티시스 32만1567주(3.40%), 티알엔 5만2768주(1.84%)를 보유중에 있다. 장부가액 기준 총 270억3771만원에 달한다. 특히 4개 회사 보유 주식 모두 의결권이 있는 것으로 기재됐다.
특히 세화학원내 구성원중 이호진 전 회장을 포함해 김오영·강정석·유태호·이재석·김대현·박영출 등 7명이 직전 3년 또는 5년 내 계열기업 임원 근무 경력이 있는 것으로 표시됐다. 이사진 대부분이 그룹 출신 인사로 채워진 형태다.
한편 일주세화학원은 공익목적사업비로 학교 운영을 목적으로 1억원을 사용했다. 이는 총 자산의 0.1%에 해당하는 수치다.
이호진 전 회장이 태광산업 고문, 학교법인 이사장, 문화재단 이사장 등 그룹내 관련 직책을 모두 맡고 있는 시점에서 국세청 명단이 공개됐다는 점에서, 태광그룹내 공익법인 운영을 둘러싼 투명성 논란은 한층 더 커질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소연 기자 / soyeon060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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