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난달 27일 출시된 지 2주가 넘은 가운데, 증시가 큰 폭으로 등락을 거듭하는 이른바 ‘롤러코스피’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기초자산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한다. 일반 ETF보다 변동성 및 손실 위험이 큰 고위험 상품이다.
이에 해당 ETF가 증시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커지며 주의가 당부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그간 국내에서 허용되지 않다가 증시 활성화를 목적으로 올해 처음 상장이 허용됐다.
이에 지난달 27일 삼성·미래에셋·한국투자·KB·신한·한화·키움·하나자산운용 등 8개 운용사들이 레버리지·인버스 ETF 16종을 일제히 상장했다. 당시 상장 규모는 4조3000억원에 달해, 국내 ETF 시장 개설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고위험 상품이지만 전문투자자가 아닌 일반투자자도 거래 가능하다. 투자자는 거래 전 금융투자교육원에서 ‘국내외 레버리지 ETF 가이드’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사전교육’을 온라인으로 각각 1시간씩, 총 2시간을 수강하면 되므로 문턱이 높지 않은 편이다.
상품 출시 전 금융투자교육원이 집계한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장지수상품 사전교육 신청자는 10만명에 달했다.
문제는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 위험 또한 증가한 것이다.
해당 ETF 상장일인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종가는 30만7000원, SK하이닉스는 224만3000원으로 각각 마쳤으나 환율 급등과 미국 반도체주 약세 등으로 연일 등락을 반복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8일 29만5500원까지 내렸으며 SK하이닉스는 같은 날 191만1000원으로 하락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기초자산과 ETF 간 괴리율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투자자 불안을 키우고 있다. 실제 주가는 상승했지만 레버리지 ETF는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시가총액의 약 48%를 점유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자금이 들락날락하며 시장도 요동쳤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매도 사이드카, 8일 매도 사이드카·서킷 브레이커(주식매매 일시정지), 9일 매수 사이드카, 10일 매도 사이드카를 각각 발동했다. 4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된 것이다.
이 같은 변동성 확대의 원인 중 하나가 레버리지·인버스 ETF 자체라는 지적도 있다. 레버리지 ETF의 특성상 목표 배율인 2배를 맞추기 위해 매일 장 마감 전 리밸런싱(자산 비율 재조정)을 실시하는데, 주가가 오르면 기초자산을 추가 매수하고 주가가 내리면 매도한다. 이 때문에 시장의 등락폭이 더 커지게 된다는 것이다.
통상 일반 지수형 ETF는 여러 종목과 자산을 담고 있어 시장의 등락을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어 직접 투자보다 안정적인 자산으로 꼽힌다. 하지만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는 보다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대신 안정성은 적다.
아울러 등락폭이 큰 상품의 성격상 ‘단타’가 많은 점도 시장 변동성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일일 회전율 상위 10개 종목 중 7개 종목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종목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도 해당 상품의 특성상 단기투자를 권하고 있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사업그룹장은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상품은 특정 종목의 방향성에 대한 단기 투자 판단을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지만, 일반적인 분산투자형 ETF와는 위험 구조가 크게 다르다”며 “특히 시장 관심도가 높고 변동성이 큰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큼, 투자자는 매일 투자 내역을 점검하고 손실 감내 범위 내에서 최대 일주일 이내의 단기 트레이딩 목적으로만 활용할 것을 권장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현재와 같은 심한 변동성 국면은 오래지 않아 진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펀더멘털발 악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 ETF발 수급 혼란과 증시 과속의 후유증이 만들어낸 단기 기술적 조정의 성격이 짙다”며 “펀더멘털 악화 신호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현재 포지션을 유지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이번 ETF발 시장 변동성 극대화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금감원은 11일 12개 증권사 감사를 소집, ‘내부감사 간담회’를 열고 “변동성에 위법하게 편승하는 시장질서 교란행위나 투자자 보호를 도외시하는 위법 영업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투자수익만 강조하며 특정 부문에 대한 고위험·쏠림 투자를 광고·권유하는 무책임한 영업행태에 대해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당초 해당 상품 출시 당시부터 금융사의 마케팅을 전면 금지하고 있던 만큼, 보다 근본적이고 실효성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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