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주희 티빙 대표이사. <출처=티빙>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티빙(TVING)’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계기로 정부의 데이터 보호 규제가 대폭 강화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가 연계정보(CI)와 주민등록번호의 분리·보관 시행일을 당초 계획보다 4개월 앞당기는 이른바 ‘규제 쇼크’를 단행하고 나섰다. 이번 사태는 데이터 기반 플랫폼 산업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산업 전반의 보안 전략 재편과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촉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방미통위는 최근 제17차 전체회의를 열고, CI와 주민등록번호 분리·보관 시행일을 기존 2027년 5월 1일에서 내년(2027년) 1월 1일로 4개월 단축하는 ‘연계정보 생성·처리 등에 관한 기준’ 고시 개정안을 보고했다.
당초 방미통위는 기술적 인프라 재구축과 검증 기간이 필요하다는 사업자들의 요청을 수용해 유예기간을 두었지만,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유출 사고로 인한 2차 피해 위험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조기 시행을 결정했다.
CI(연계정보)는 이용자 본인확인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를 기반으로 암호화해 생성되는 고유 식별값이다. 지난 2014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으로 기업의 주민등록번호 수집이 금지되면서 이를 대체하기 위해 도입됐다. 네이버·카카오 등 간편인증이나 서비스 연계 로그인 시 플랫폼이 달라도 동일한 값이 사용돼 사실상 ‘온라인 주민등록번호’로 불린다.
특히 사이트마다 다르게 부여되는 확인정보(DI)와 달리 CI는 모든 사이트에서 일치하기 때문에, 다른 개인정보와 결합될 경우 맞춤형 스미싱이나 보이스피싱 등 심각한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크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후발 조치를 준비하는 사업자에게 필요한 시간을 보장하는 선에서 일정 기간 단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번 고시 개정으로 소중한 개인정보가 더욱 안전하게 지켜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방미통위가 규제 고삐를 바짝 죄고 나선 데에는 티빙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결정타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티빙은 지난 2일 외부의 비인가 접근으로 인해 개인정보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DB)가 해킹당했으며, 해당 파일이 외부로 전송된 정황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출된 항목은 아이디, 이름, 생년월일, 성별, 휴대전화번호, 이메일, 환불 계좌번호, 비밀번호를 비롯해 핵심 식별 정보인 CI와 DI까지 포함됐다. 현재까지 파악된 피해 규모만 약 1300만명에 달한다.

지난 12일 경기도 과천 정부청사에서 열린 제 17차 방미통위 전체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 모습. <출처=방송통신미디어위원회>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티빙이 ‘삼중고’에 직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선 과징금 부담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보호조치 소홀로 인한 유출 사고 발생 시 전체 매출액의 최대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계는 티빙의 예상 과징금 규모를 최대 122억원 수준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년간 적자가 누적된 재무 구조를 고려할 때 수백억원대 추가 비용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집단소송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지난 11일 법무법인 지향은 피해 이용자를 대리해 1인당 3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무법인 세담 역시 “CI와 DI 등 민감 정보가 유출되면서 2차 피해 우려가 크다”며 안전조치 의무 위반을 근거로 추가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전체 피해자가 약 13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배상 규모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누적 적자 문제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티빙은 2020년 CJ ENM에서 물적 분할된 이후 단 한 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순손실은 약 5077억원에 이른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3년 말 1013억원에서 지난해 말 143억원으로 급감했으며, 부채비율 역시 2021년 말 64.5%에서 지난해 말 140.1%로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로 촉발된 ‘규제 쇼크’가 단순히 개별 기업의 위기를 넘어 국내 IT·플랫폼 산업 전반의 규제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재편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주희 티빙 대표는 “이용자 여러분이 믿고 맡겨주신 정보를 지켜드리지 못한 책임은 전적으로 티빙에 있다”며 “피해 구제와 이용자 보호를 위해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진채연 기자 / cyeon1019@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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