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 분쟁조정 신청 늘었지만 소송은 감소…‘조정 중심’ 해결기조 확산

손보사 분쟁조정, 1분기에 1.3% ↑…삼성·메리츠 늘고 현대해상 줄어
“실손·수술비 해석 차이 주된 원인…보험사는 내부통제·비교공시 강화”

주요 손보사 분쟁조정 신청 건수 현황. <그래프=CEO스코어데일리>

국내 손해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한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지난 1년간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분쟁조정 과정에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는 '소 제기' 건수는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해 소송보다는 당국 중재와 내부 통제를 통해 갈등을 해결하려는 기조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 분쟁조정은 보험계약 또는 보험업과 관련해 소비자와 보험사 간 이견이 발생했을 때 금융감독원 등 제3의 기관이 개입해 합의를 유도하는 제도다. 보험사의 소비자 보호 역량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로 평가된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 15곳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총 1만218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1만2028건)보다 159건(1.32%) 증가한 수치다.

손보사별로는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의 증가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2056건에서 올해 2135건으로 79건 늘었고, 메리츠화재는 1842건에서 1911건으로 69건 증가했다.

롯데손해보험도 같은 기간 229건에서 263건으로 34건 늘었다. 반면 현대해상은 2125건에서 2012건으로 113건 감소하며 가장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KB손해보험 역시 1643건에서 1624건으로 19건 줄었다.

최근 보험 분쟁은 복잡해진 의료기술과 보험약관 해석 차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주요 분쟁 사례로는 △4세대 실손보험 비급여 특약의 할인·할증 적용 △위소매절제술의 치료 목적 병적 비만 수술 여부 △미세 갑상선암 수술 후 조직검사에서 암세포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은 경우의 보험금 지급 여부 등이 있다. 의학적·법률적 판단이 동시에 요구되는 사안들이 분쟁의 중심에 있다는 설명이다.

소송 대신 조정으로…분쟁 중 소 제기 16% 급감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증가했지만 소송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 분쟁조정 절차 진행 중 신청인 또는 보험사가 소송을 제기해 조정 절차가 중단되는 '분쟁 중 소 제기' 건수가 감소한 것이다.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손보사의 분쟁 중 소 제기 건수는 9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112건)보다 18건(16.0%) 감소한 수치다.

보험사별로는 삼성화재가 20건에서 10건으로 절반 줄었고, 흥국화재는 7건에서 1건으로 감소했다. 메리츠화재 역시 14건에서 9건으로 줄어드는 등 전반적인 감소세가 확인됐다.

업계에서는 보험사들이 소비자 불만을 소송으로 대응하기보다 자체 민원 관리와 분쟁조정 결과 수용을 확대하면서 관련 건수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연구원도 과거 보고서를 통해 ‘분쟁금 청구 및 지급 관련 소송에 대해 보험사들이 내부통제와 비교공시를 강화하면서 소송 건수가 감소하는 추세’라고 분석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도 분쟁조정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금감원은 소비자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2023년 ‘신속상정제도(Fast-Track)’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제도는 합의가 어려운 사안에 대해 기존 합의 권고 절차를 생략하고 분쟁조정위원회에 직접 회부함으로써 처리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올해 초 홈페이지 내 ‘보험 분쟁조정 사례’ 공개 방식도 개편했다. 기존 생명보험·손해보험 중심의 분류 체계에서 벗어나 실손보험, 진단비, 수술비, 자동차 대인·대물 등으로 세분화하고 최신 사례 75건을 추가 공개했다. 소비자가 보험금 청구 전 유사 사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겠다는 취지다.

업계 관계자는 “분쟁조정 신청 건수가 증가했다고 해서 무조건 해당 보험사의 서비스 질이 하락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며 “새로운 형태의 의료 시술이나 실손보험금 청구가 급증하는 과도기적 현상일 수 있으며, 오히려 소송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보험업계의 분쟁 대응 방식이 점차 성숙해지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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