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등기임원 수가 지난 1년간 정체 또는 감소한 반면 비등기임원 수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등기임원은 등기임원보다 법적 책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에서 보험업계 전반에 권한과 책임 간 불균형이 심화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국내 22개 생명보험사와 14개 손해보험사의 등기임원 수는 2025년 1분기 228명에서 2026년 1분기 224명으로 4명(1.8%) 감소했다. 반면 비등기임원 수는 같은 기간 789명에서 820명으로 31명(3.9%) 증가했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업계의 올해 1분기 등기임원 수는 137명으로 전년 동기(136명) 대비 1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반면 비등기임원 수는 424명에서 441명으로 17명 증가했다.
라이나생명은 등기임원 수를 7명으로 유지한 가운데 비등기임원을 27명에서 35명으로 8명 늘렸다. 교보생명 역시 등기임원 수(8명)는 변동이 없었지만 비등기임원 수는 55명에서 61명으로 증가했다.
손해보험업계의 변화는 더욱 뚜렷했다. 손해보험사의 등기임원 수는 2025년 1분기 92명에서 올해 1분기 87명으로 5명 감소한 반면 비등기임원 수는 365명에서 379명으로 14명 늘었다. 주요 손보사들이 등기임원 비중을 유지하거나 축소하면서 비등기임원을 확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손해보험은 등기임원을 7명에서 5명으로 줄인 반면 비등기임원은 35명에서 44명으로 늘렸다. 삼성화재도 등기임원을 7명에서 6명으로 축소했지만 비등기임원은 58명에서 60명으로 증가했다. SGI서울보증은 등기임원 수를 9명으로 유지한 채 비등기임원을 9명에서 11명으로 확대했다.
보험업계는 비등기임원 확대가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디지털 전환, 자산운용, 신사업 등 특정 분야의 전문 인력을 신속하게 영입할 수 있고, 의사결정 과정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 비등기임원 확대에 책임성 논란…당국은 보수공시 강화
반면 일각에서는 비등기임원 확대가 상법상 책임과 공시 의무를 상대적으로 덜 부담하기 위한 구조적 변화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상법상 등기임원은 주주총회 결의 등을 통해 선임되고 보수 역시 정관 또는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결정된다. 반면 비등기임원은 상대적으로 주주 통제를 덜 받는 구조다.
보험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과거부터 보수 공시를 회피하기 위해 등기임원에서 비등기임원으로 이른바 ‘갈아타기’를 하는 행태가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이런 비등기임원 중심의 인력 구조 개편은 성과와 무관한 ‘보수 잔치’로 전락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자본시장연구원 역시 경영성과가 부진한 기업에서도 최고경영진 보수가 인상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분석한 바 있다. 특히 비등기 경영진 또는 지배주주가 고액 보수를 수령하는 경우 성과와 보수 간 연계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금융당국은 보험업의 장기적 특성을 고려해 경영진이 단기 실적에 치우치지 않도록 보상체계 개선을 추진하고 있다.
2025년 발표된 '보험회사 경영진 보상체계 모범관행'은 성과보수의 상당 부분을 3년 이상 이연 지급하고, 하향 조정(Malus) 및 환수(Clawback)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임원의 책임성을 높이고 주주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5월부터 개정 기업공시서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12월 결산법인은 반기보고서부터 이사와 감사의 보수총액 및 1인당 평균 보수액을 영업이익, 총주주수익률(TSR) 등 주요 경영성과 지표와 연계해 공시해야 한다.
주식기준보상에 대한 공시도 강화됐다. 임원 보수 공시 시 주식기준보상 지급액과 미실현 주식기준보상의 현금환산액을 구분해 기재해야 하며 개인별 주식기준보상 부여 현황도 공개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임원의 직무 특성을 반영한 성과평가 체계를 구축하고 장기 성장을 위한 비재무적 지표 비중을 확대하는 것은 국제적 추세”라며 “경영진이 단기 성과보다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비재무적 평가 기준과 비계량 지표에 대한 모범사례를 공유해 각 보험사가 자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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