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곳간’ 채운 현대로템…‘K2 전차’ 다음이 진짜 시험대

선수금 효과로 ‘무차입 경영’ 안착, 신용등급 ‘AA-’로
1.8조 미래 투자·10년 만의 자사주 매입…책임경영
폴란드 의존 탈피·후속 수주 및 신사업 재투자 과제

현대로템이 ‘빚 갚던 회사’에서 ‘현금 쌓는 기업’으로 체질을 바꿨다. K2 전차의 폴란드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쌓인 현금을 바탕으로 재무 체력을 키운 덕에 신용등급도 ‘AA-’에 닿았다. 다만 이 곳간을 떠받친 것이 상당 부분 수출 선수금이라는 점은 변수다. 현대로템이 ‘K-방산’ 호황에 힘입어 벌어들인 돈을 어디에 쓸지 관심이 쏠린다.

30일 현대로템 재무제표 분석 결과, 이 회사의 지난해 말 연결 기준 총차입금은 1099억원인 반면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084억원에 달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는 총차입금 1095억원,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6817억원을 기록했다.

차입금보다 현금이 많은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 지속이다. 약 9조원 규모인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에 따른 선수금이 유입되고, 수출 물량 인도가 본격화한 덕분이다. 지난해 말 부채비율은 206%로 높아 보이지만, 선수금을 제외하면 58.5% 수준에 그쳤다.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자 신용등급도 따라 올랐다. 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는 지난 4월 현대로템의 신용등급을 ‘A+’에서 ‘AA-’로 일제히 상향했다. 2023년 ‘A0’, 지난해 7월 ‘A+’를 거쳐 8개월 만에 다시 한 단계 오른 것이다. ‘AA-’는 10개 등급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구간으로, 채무 상환 능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의미다. 신평사들은 방산 수출로 다진 수익 구조와 선수금을 고려한 낮은 실질 부채비율을 근거로 들며 디펜스 부문 추가 수출이 이뤄지면 등급 상향도 가능할 것으로 평가했다.

원동력은 실적이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매출 5조8390억원, 영업이익 1조56억원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1조4574억원, 영업이익 224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3.9%, 10.5% 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올 1분기 기준 전사 수주잔고는 30조원에 육박해 주력 사업부문인 디펜스솔루션과 레일솔루션 모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현대로템이 차곡차곡 쌓은 현금은 미래 투자로 향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생산능력 확충과 유·무인 복합 무기체계의 무인화 기술 개발, 로봇·항공우주 등 미래 사업을 포함한 전 부문에서 2028년까지 1조8000억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K2 전차 추가 수주에 대비한 생산 설비 확충과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에 대한 투자가 골자다.

K2 전차 기동훈련 모습.<사진제공=현대로템>
K2 전차 기동훈련 모습.<사진제공=현대로템>

책임경영 행보도 뒤따랐다.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을 포함한 임원 37명은 지난 12일 약 16억원 상당의 회사 주식 8683주를 사들였다고 공시했다. 현대로템 경영진이 전사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한 것은 2016년 이후 10년 만이다. 실적과 재무구조에 대한 자신감을 시장에 내비친 조치로 해석된다.

현대로템 측은 임원진의 이번 주식 매입이 미래 성장을 위한 책임경영 실천과 함께 방산·철도·플랜트를 비롯해 미래 사업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미래 사업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경영 활동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로템의 재무 전략은 K-방산의 맏형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확실히 다르다는 점에서 눈에 띈다. 실제 공격적인 투자로 차입을 늘려 외형을 키우는 한화에어로와 달리 현대로템은 선수금으로 무차입에 가까운 구조를 만들었다. 한화에어로의 경우 지난 22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인 ‘A-’를 받았다. 국내 방산·우주항공 기업이 글로벌 신용등급을 획득한 첫 사례로, 록히드마틴·BAE시스템즈와 같은 등급이다.

다만 현대로템의 현금 곳간이 상당 부분 K2 전차 폴란드 수출 선수금에 기대고 있는 부분은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선수금은 차량 납품이 진행될수록 매출로 풀려 현금성 자산이 빠져나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이를 메울 신규 수주가 꾸준히 이어져야 현금성 자산이 유지된다. 폴란드라는 단일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점과 이라크·페루 등 후속 수주가 수요국 정치 상황에 좌우될 수 있는 부분도 변수로 지목된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확실성 또한 상시 관리해야 할 위험 요인이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현대로템이 방산 부문에서 벌어들인 돈을 철도, 수소 등 미래 사업에 얼마나 잘 재투자하느냐가 다음 스텝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