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의 ESG채권 발행 열기가 계속해서 쪼그라들고 있다.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4700억원대로 1년 전보다 30% 가까이 줄었다. 과거 여전채 금리 부담 속 조달 다변화 수단으로 주목받았지만, 최근에는 투자 수요 감소와 조달 필요성 축소 등이 맞물리면서 발행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현대카드와 하나카드는 올해 1600억 가량의 ESG채권을 발행하며 친환경 차량 금융 서비스 제공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1일 한국거래소 자료를 분석한 결과,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가 올해 상반기 동안 발행한 ESG채권 물량은 12개로, 이에 따른 발행 규모는 543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6700억원)보다 18.86% 감소한 수준이다.
카드사별로는 현대카드와 하나카드의 발행이 두드러졌다. 현대카드는 올해 상반기 3건, 총 1605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으며 하나카드는 4건, 총 160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삼성카드는 15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하며 뒤를 이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가 이번에 발행한 그린본드는 단순한 자금 조달을 넘어, 소비금융 영역에서도 탄소 저감과 친환경 산업 생태계 조성 등에 기여를 하게 된다”면서 “앞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 차량의 금융 서비스에 활용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카드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증대되는 환경에 발맞춰 ESG 채권 발행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 발행된 채권은 전액 친환경 차량 대상 금융상품 제공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나카드는 ESG채권 발행을 통해 가맹점 결제대금 지급주기 단축과 취약계층 금융지원서비스 지원, 친환경 차량 대상 금융상품 제공 등에 활용 중”이라고 부연했다.
지난해 4500억원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하며 시장을 견인했던 우리카드는 올 상반기 5000만 달러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이는 발행 당시 환율 기준 732억원 규모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밖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롯데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ESG채권 발행 기록이 없었다.
그간 카드사들은 친환경 자동차 할부나 대출 등 ESG 목적의 금융서비스를 기반으로 녹색채권·사회적채권 등 다양한 ESG채권을 발행해 왔다. 특히 지난 2024년에는 녹색분류체계(Taxonomy)에 따라 전기차 등 친환경차 관련 금융상품이 녹색채권 범주에 포함되면서 발행에 속도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카드사의 ESG채권 발행 열기는 지속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23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카드업계의 ESG채권 발행 규모는 1조180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24년 상반기 1조600억원으로 소폭 줄어들더니, 2025년 들어서는 6700억원으로 절반 가량 줄어들었다. 올해 역시 발행 열기가 시들해지며 전년 대비 또 한 번 줄어들게 된 것이다.
과거 카드사들이 ESG채권 발행을 확대했던 것은 단순히 금리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만은 아니다. ESG채권 역시 일반 여전채와 마찬가지로 시장금리와 발행사의 신용도 영향을 크게 받는 만큼 조달금리 자체를 획기적으로 낮추기는 어렵다.
다만 ESG채권은 ESG 투자 원칙을 적용하는 기관투자가와 전용 펀드 등 새로운 투자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투자 수요가 확대될 경우 모집 물량을 웃도는 주문이 유입돼 일반 회사채보다 낮은 금리로 발행되는 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발행 성공 가능성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 여전채와 함께 ESG채권, 자산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조달 수단을 활용하면 특정 시장의 변동성에 따른 자금조달 부담을 분산할 수 있다. 특히 여전채 시장이 위축됐던 시기에는 ESG 투자 수요를 바탕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ESG채권 발행이 확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이점이 있음에도 최근 들어 ESG채권 발행 열기가 시들해진 데는 국내 채권 시장의 변동성과 ESG채권에 대한 투자 수요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ESG 전용 투자 수요가 과거보다 줄어들면서 일반 회사채 대비 확보할 수 있는 금리상 이점도 제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채권은 수요가 있어야 발행이 가능한데, 2~3년 전부터 ESG채권에 대한 실수요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굳이 비싼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발행할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카드사가 주로 다루는 전기차 중심의 오토금융에 대한 수요도 줄면서 자연스럽게 ESG채권 발행도 감소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올해 상반기 카드사들의 ESG채권 발행 물량이 줄어든 이유로 카드론 등 대출 공급 축소에 따른 자금조달 수요 감소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봤다. 이미 최근 몇 년간 ESG채권 발행을 이미 상당 규모를 발행한 상태인 만큼, 추가 조달 필요성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게 골자다. 뿐만 아니라 ESG채권의 금리 메리트 역시 과거보다 많이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한국신용카드학회 학회장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론 대출 공급이 줄면서 자금 조달에 대한 니즈가 많이 감소했다”며 “최근 들어 발행을 많이 해 놨기 때문에 자금 조달에 대한 필요성이 많이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ESG채권을 발행했을 때 발행금리에 대한 메리트가 많았는데, 최근에는 조달비용 절감에 도움되는 것도 좀 제한적인 것 같다”며 “아울러 최근 들어서는 해외채권 발행도 많아진 만큼, 조달 수단 다변화도 ESG채권 발행 감소의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ESG채권 발행을 통한 조달 다각화는 필요할 것이란 제언도 나온다. 서 교수는 “카드사의 경우 여전채 의존도가 여전히 높기 때문에 이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ESG채권에 대한 발행 관심은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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