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저축은행·캐피탈로 영토 확장…한화·교보 ‘종합금융’ 속도

교보, SBI저축은행 품어…한화는 애큐온캐피탈·저축은행 통매각
생보 본업 성장 둔화·IFRS17 자본부담에 ‘비보험 사업 다각화’ 가속

국내 양대 생명보험사가 잇따라 2금융권 인수에 나서며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화생명은 최근 애큐온캐피탈·애큐온저축은행 패키지 인수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교보생명은 이보다 앞선 지난 3월,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 승인을 받아 거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다.

생명보험 본업의 성장 정체, 자본규제 부담 등이 맞물린 상황 속에서 생보사들이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때마침 정부가 저축은행 인수합병(M&A) 빗장을 풀어주면서 두 딜이 동시다발적으로 성사된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30일, 당사가 애큐온캐피탈과 애큐온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당사자 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알려진 바로, 매각 대상은 애큐온캐피탈 최대 주주인 사모펀드(PEF) EQT파트너스가 보유한 애큐온캐피탈 지분 96.06%다. 또 애큐온캐피탈은 애큐온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어 캐피탈과 저축은행을 한꺼번에 품는 패키지 거래이며 인수가는 1조 원 안팎이다.

앞서 지난 3월 예비입찰에는 한화생명, 메리츠금융그룹, 바이칼인베스트먼트 3사가 참여했으나 이후 진행된 본입찰은 한화생명과 메리츠금융그룹 간 2파전으로 좁혀졌다. 메리츠금융그룹이 애큐온저축은행을 제외한 캐피탈사만 인수하겠다는 입장을 보인 반면 한화생명은 저축은행까지 함께 인수하는 ‘통매각’ 카드를 꺼내든 것이 승부를 가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로 한화그룹은 기존 한화저축은행(자산 1조 34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 저축은행을, 그리고 처음으로 캐피탈사를 보유하게 됐다. 애큐온캐피탈의 총자산은 2025년 연결 기준 9조 원, 기업대출 비중이 98.4%에 달하는 기업금융 특화 금융사이며 애큐온저축은행은 자산 5조 원으로 수도권 기반을 갖추고 있다.

교보생명은 금융위원회로부터 SBI저축은행 인수를 위한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으며, 조만간 50%+1 지분 인수를 완료해 SBI저축은행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예정이라고 지난 3월 밝힌 바 있다.

교보생명에 따르면 해당 거래는 일본 SBI그룹이 보유한 SBI저축은행 지분을 매입하는 것으로 인수 금액은 약 9000억 원 규모다. 교보생명은 지난해 5월 지분 8.5%를 우선 인수한 데 이어 조만간 41.5%+1주를 추가 매입해 총 50%+1주를 확보하게 된다. 자사주를 제외한 의결권 기준으로는 58.7% 수준이다.

SBI저축은행의 총자산은 2025년 기준 13조 1315억 원으로 업계 1위이며, 부산·울산·경남을 제외한 전국 5개 영업구역을 확보한 전국망 저축은행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보험 역량과 지방은행급 인프라를 갖춘 SBI저축은행이 만나 차별화된 금융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며 “양사의 강점을 바탕으로 고객 생애주기에 맞춘 금융 서비스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생보사 성장 정체 돌파구 된 2금융권…당국 규제 완화·몸값 하락도 한몫

업계는 이처럼 생보사들이 2금융권으로 눈을 돌리는 주된 배경에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의 지분이 큰 것으로 봤다. 2023년 도입된 IFRS17과 이에 따른 신지급여력제도(K-ICS, 킥스)는 이전과 달리,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고 장수·해지·대재해 등 신규 위험까지 반영하도록 요구하면서 동시에 보험사가 쌓아야 할 요구자본 규모를 크게 늘렸다.

문제는 보험 본업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이 같은 자본부담이 겹쳤다는 점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생보사 전체 수입보험료는 전년 대비 0.9% 성장에 그쳤다. 초회보험료는 37.5% 늘었지만 기존 보험계약 해지가 빠르게 증가하며 전체 성장세를 깎아 먹었고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잔액 증가율도 2.6%에 머물렀다. 이제 보험 본업만으로는 회사 성장과 자본 효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어려워진 셈이다.

이를 돌파하는 측면에서 보험사들이 저축은행·캐피탈과 같은 2금융권 자회사를 소유하는 길 자체는 새롭지 않다는 평가다. 보험업법은 보험사들이 다른 회사 지분을 15% 넘게 소유하는 것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도, 예외적으로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금융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허용해왔기 때문이다.

다만 보험연구원은 2008년 보고서를 통해 보험지주사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보험사들의 자회사 업무영역은 핀테크·헬스케어 등으로 단계적으로 넓어져 왔지만, 학계도 ‘보험사들로 하여금 자회사로 영위할 수 있는 업종이 법령에 제한적으로 열거돼 있어 보험사들이 새로운 사업 시도에 소극적일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저축은행 업권 자체의 규제를 완화한 게 큰 변수가 됐다. 금융위가 지난 3월 ‘저축은행 건전 발전 방안’을 발표하고 2년 한시로 저축은행 M&A 인가 기준을 대폭 하향한 것이다.

기존에는 적기시정조치 대상 저축은행 정도만 인수합병 간소화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최근 2년 이내 자산 건전성 계량지표 4등급 이하이거나 BIS 비율 11% 이하인 저축은행까지 그 대상을 넓힌 게 주효했다. 지난해 12월에는 후속 조치로 금융지주사가 저축은행의 대주주가 될 경우 정기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면제하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법 시행령 개정안도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낮아진 저축은행업계 몸값도 생보사들의 2금융권 인수 러시에 한몫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M&A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 인수 문턱이 낮아진 점,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 몸값이 낮아진 점 등이 자본력을 갖춘 생보사들의 눈길을 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한시적 규제 완화 시한이 정해져 있다 보니 자본 여력이 있는 금융사들이 ‘지금이 적기’라는 인식 아래 속도를 내고 있다”며 “다만 인수 이후 부동산 PF 부실 정리와 기존 계열사 간 영업구역·라이선스 조정 등 통합 과제를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실제 성과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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