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파운드리, 다시 부활 하나…“앤트로픽과 2나노 협력 가능성 커”

앤트로픽, 자체 AI 칩 제조 파트너로 삼성전자 주목
“삼성 2나노 파운드리 공정·첨단 패키징 활용 검토”
앤트로픽 AI 반도체 양산 땐 삼성 파운드리 위상↑

AI(인공지능) 모델 ‘클로드’를 개발한 미국 앤트로픽이 자체 AI 반도체를 만들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장 누가 앤트로픽의 파트너가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2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에서 AI 칩을 생산한다는 게 앤트로픽의 복안이다.

세계적인 AI 기업으로 손꼽히는 앤트로픽의 AI 반도체를 삼성전자에서 양산하게 될 경우, 그동안 적자 기조를 이어 온 삼성 파운드리는 단숨에 흑자 사업부로 돌아설 수 있다는 평가다.

미국 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2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이 자체 AI 칩 개발을 위한 초기 단계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다.

디인포메이션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로픽은 AI 반도체 생산을 위한 잠재적 파트너로 삼성전자를 낙점하고, 현재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의 2나노 공정과 첨단 패키징 설비를 활용해 AI 칩을 양산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앤트로픽이 AI 반도체 제조 파트너로 삼성 파운드리를 주목하고 있는 것은 우수한 기술력 때문이다.

초미세 공정인 2나노 파운드리 공정은 집적도를 높여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 것이 장점이다. 대신 그만큼 고도의 기술 경쟁력을 필요로 한다. 이에 2나노 공정 기술을 확보한 파운드리 업체들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업계에서는 대만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이 2나노 파운드리 공정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고 평가한다.

메인 프로세서를 메모리 칩에 가깝게 배치해 데이터 이동 속도를 높여주는 첨단 패키징 기술을 갖춘 업체도 그다지 많지 않다. 패키징 분야에서도 TSMC와 삼성전자가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에 앤트로픽은 ‘파운드리 투톱’ TSMC와 삼성전자 중에서 AI 칩 파트너를 물색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앤트로픽 CI. <사진=연합뉴스>

독보적 기술력을 입증한 두 업체를 놓고 앤트로픽의 고민이 깊어진 가운데, 최근 삼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투자를 통해 앤트로픽의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시리즈H 투자 라운드에서 총 650억달러(약 99조4435억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유치로 앤트로픽의 기업 가치는 무려 9650억달러(약 1476조3535억원)로 평가됐다. 주목할 점은 해당 투자 라운드에 삼성전자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빅3가 모두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참여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AI 에이전트 생태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앤트로픽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보고 있다.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선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AI 칩 설계 및 제조 등이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에는 AI 메모리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하지만 앤트로픽 발표에서 더 큰 관심을 받은 대목은 메모리가 아닌 파운드리다. 

앤트로픽은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로 참여한) 주요 메모리 업체들의 기술은 전 세계 메모리, 저장장치, 로직 칩 공급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며 “(이들과의) 협력 관계는 고객사 요구에 맞춰 컴퓨팅 역량을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앤트로픽이 ‘로직 칩’을 언급한 것을 놓고 삼성전자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짚었다. 통상적으로 로직 칩은 파운드리를 통해 양산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삼성전자를 제외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유일하게 파운드리사업부를 두고 있는 삼성이 앤트로픽과 함께 AI 칩 생산을 위한 협력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사실상 앤트로픽의 자체 AI 반도체를 삼성 파운드리가 양산할 공산이 큰 셈이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역량이 글로벌 빅테크로 부터 인정을 받은 점도 앤트로픽과의 협력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삼성은 TSMC에 이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에 랭크돼 있다. 현재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퀄컴 등 주요 빅테크의 첨단 칩을 양산 중이다. 특히 삼성은 지난해 7월 미국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로부터 약 23조원에 달하는 파운드리 공급 계약을 따낸 데 이어, 같은해 8월엔 스마트폰 경쟁자인 애플과 차세대 칩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최근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차세대 AI 반도체 ‘베라 루빈’에 들어갈 ‘그록(Groq)3’ LPU(언어처리장치)를 삼성에서 제조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가 주요 빅테크로 부터 러브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조해 온 ‘기술 초격차’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통해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당시 그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생산 및 연구개발(R&D)에 133조원을 투자해 전 세계 파운드리 업계 1위인 TSMC를 넘어서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삼성은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2나노 공정 기술을 빠르게 고도화했다. 이에 최근 삼성 파운드리의 2나노 공정 수율이 60% 이상으로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TSMC의 60~70%와 맞먹는 수준이다.

양호한 수율을 확보한 삼성전자는 올 하반기 2나노 2세대 공정을 적용한 신제품을 양산하며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성전자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공정 리더십을 더욱 강화한다는 포부도 내비쳤다. 삼성은 지난 3월 ‘2026년 삼성전자 기업 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올해 11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한다고 밝혔다. 삼성의 연간 투자 규모가 100조원을 상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해당 재원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에 집중될 전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2025년 1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NRD-K’ 클린룸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가 앤트로픽의 첨단 AI 반도체를 전격 제조하게 된다면,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상은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5%를 기록했다. 다만 세계 1위 TSMC에는 턱 없이 모자란 수치다.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72.3%에 달한다. 삼성전자와 TSMC 간 점유율 격차는 무려 65.8%p나 됐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2위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삼성이 TSMC와의 간극을 좀처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삼성이 앤트로픽의 첨단 로직 칩을 양산한다면 삼성의 파운드리 지배력은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 파운드리가 앤트로픽의 AI 반도체 파트너로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디인포메이션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앤트로픽은 현재 여러 업체와 논의를 진행 중이다”면서 “아직 세부적인 설계나 시험·제조 단계까지 진행되지 않은 상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앤트로픽은 향후 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고, 삼성전자도 논평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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