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투자가 다시 늘어나고 있다. 장기간 1000억원대 초중반 수준에 머물던 신기술금융 자산은 올해 1분기 3년 만에 1090억원대를 회복했으며, 삼성카드도 처음으로 관련 투자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와 함께 사업 다각화 수요가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기술금융업을 영위하는 5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롯데·우리카드)의 올해 1분기 신기술금융 자산은 1096억90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052억3200만원) 대비 4.24% 증가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롯데카드의 올해 1분기 신기술금융 자산은 84억8700만원으로, 전년 동기(54억6300만원)보다 55.35% 늘어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의 신기술금융 자산은 40억8900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4% 증가했다.
이에 대해 롯데카드 관계자는 “본업 중 하나인 신기술금융업을 통해 직접투자와 집합투자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시장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롯데카드는 신기술을 활용하는 중소·벤처기업 등에 투자와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며 “지난해 신규 출자가 이뤄지면서 신기술금융 자산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신한카드의 올해 1분기 신기술금융 자산은 907억3200만원으로, 전년 동기(925억8600만원) 대비 2.00% 감소했다. 다만 여전히 카드업계 신기술금융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자산이 다시 1090억원대를 넘어선 것은 1096억8800만원을 기록한 202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이후 신기술금융 자산은 줄곧 1000억원대 초중반 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신기술금융업은 투자를 받은 기업이 성장해 수익을 내야 투자사도 투자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구조다. 보유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이를 사업화해 수익을 창출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최근 몇 년간 수익성 확보가 절실했던 카드사 입장에서는 투자금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신기술금융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다.
이러한 가운데 올해는 삼성카드가 처음으로 신기술금융 투자에 나선 점이 눈길을 끈다. 삼성카드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신기술금융에 28억5000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삼성카드 관계자는 “삼성카드는 신기술 도입과 새로운 비즈니스 등 미래 준비를 위한 투자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3년 11월 카드사 가운데 가장 늦게 신기술금융 라이선스를 취득한 삼성카드는 그동안 관련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다. 현재 8개 카드사가 모두 라이선스를 취득했지만, 실제 투자를 집행하며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곳은 2022년 이후 신한·KB국민·롯데·우리카드 등 4곳에 불과했다.
카드사들의 움직임이 변한 데에는 금융당국의 요청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9월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4개 여신전문금융회사 CEO와 여신금융협회장을 만나 간담회를 열고 답보 상태인 신기술금융 사업의 확대를 요청했다.
당시 금감원장은 “기술 기반 성장단계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이 확대돼야 한다”며 “여전사들이 혁신을 지속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해 달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카드사들의 신기술금융 투자 확대 배경으로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를 꼽고 있다. 카드사가 은행처럼 기업대출을 통해 생산적 금융을 지원하기 어려운 만큼, 신기술금융 투자가 정책 기조에 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카드사는 은행처럼 직접 기업대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생산적 금융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신기술금융 투자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드사들도 당국의 정책 방향을 외면하기 어려운 만큼 최근 신기술금융 투자 확대에는 이러한 업계 분위기가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업계에서는 카드사들의 투자 확대를 당국의 정책 기조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신기술금융은 투자금 회수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단기 수익 확보가 중요한 카드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기 어려운 분야였다. 그러나 최근 업황 악화로 기존 수익원이 위축되면서 장기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 차원에서 신기술금융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기술금융 투자는 당국의 별도 지침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이뤄지는 측면이 크다”며 “카드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악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신기술금융 투자에 나서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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