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후 바로 기름값 폭등”…검찰, 정유 4사 가격 담합 의혹 기소

정유 4사 담합 거래 관행 적발…증거 인멸·허위 보고 수사
HD현대오일·SK에너지 가격부서 책임자 간 인상시기·규모 담합 조사
“일시적 일탈 아니라 만성화된 담합 관행…위기상황, 노골적 표출”
GS칼텍스·에스오일도 가격 뒤따라 인상…기소 범위에서는 제외

6월 21일 서울의 한 주유소 입구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내 4대 정유 회사와 주요 임원들이 미국·이란 전쟁을 빌미로 담합해 유가를 끌어 올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나희석 부장검사)는 SK에너지, GS칼텍스, HD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정유 4사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검찰은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직후, 유가가 이례적으로 폭등하자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 결과,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부서 책임자들이 전쟁 직후 석유 제품 가격 인상 시기와 규모를 담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HD현대오일뱅크 소속 직원들이 전쟁 이전에도 지속해 SK에너지 임직원과 가격 정보를 교환한 정황도 드러났다.

검찰은 “일시적 일탈이 아닌 만성화된 담합 관행이 전쟁과 같은 국제적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표출된 것임을 파악했다”고 말했다.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해 상당한 양의 원유를 비축해 둔 만큼 가격이 급등할 이유가 없음에도 모든 회사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규모로 가격을 올린 것이다.

특히 국내 정유 시장에서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을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이 뒤따르는 행태가 만연한 것으로 파악됐다. HD현대오일뱅크와 SK에너지의 가격 담합이 전체 유가 시장의 가격 폭등을 촉발했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의 주총 행위도 경쟁 질서를 교란하는 전형적인 의식적 병행 행위에 해당하지만, 공정거래법상 형사 처벌 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아 기소 범위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유가 상승 원인으로 지목된 ‘전량 구매 계약’과 ‘사후 정산제’ 관행을 수사해 혐의점을 찾았다. 정유 4사는 자영 주유소와 전량 구매 계약을 체결한 뒤,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으로 결정·통보한 가격으로 석유 전량을 해당 정유사에서만 구매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들이 가격을 비교해 더 저렴한 유통 경로로 석유 제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위반하면 거액의 손해 배상 청구 등 각종 불이익을 주는 내용의 계약 구조를 유지한 사실도 확인했다.

또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가 공정거래위원회 현장 조사 실시 정보를 미리 파악해 증거 인멸에 나선 정황을 포착하고, 두 회사 직원을 공정거래법상 조사 방해 등 혐의로도 기소했다.

검찰은 정유 업체 3곳이 산업통상부(산업부)에 석유 제품 공급가를 실제 인상액보다 낮춰 허위 보고한 사실을 확인하고, 산업부와 추후 관련 자료를 공유하고 협력할 계획이다.

검찰은 “담합 행위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유가를 교란한 피고인들에게 죄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대한 기자 / dayha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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