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년] ③ 덩치 커졌지만 내실은 제자리…‘코스피 2부리그’ 오명 벗을 때

시총 70배 늘어 490조원…세계적 벤처시장 성장
한계기업 늘어도 상장폐지는 외면…신뢰도 하락 이어져
시총 상위 기업 이탈도 여전…알테오젠도 이전상장 발표

코스닥 시장이 출범 30년 만에 세계 2위 벤처금융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시장 신뢰와 우량기업 유출이라는 고질적인 과제는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70배 가까이 늘고 상장기업 수도 5배 이상 증가했지만, 부실기업 증가와 코스피 이전 상장이 이어지면서 혁신기업 성장시장이라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올해는 연초 코스닥지수가 1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2000년 8월 이후 처음으로 1200선을 넘어섰다. 국민성장펀드 출시와 승강형 세그먼트 도입 등 시장 구조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코스닥 시장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시장을 둘러싼 고질적인 문제는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부실기업이 적지 않은 데다 기습적인 유상증자 등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시장에 대한 불신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자들의 외면은 결국 우량기업의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 코스닥에서 성장한 기업들이 잇달아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 상장하면서 코스닥 시장의 경쟁력 약화도 심화되는 모습이다.

◇ 시총 70배·상장기업 5배, 30년간 양적 성장은 합격점’…신뢰 구축 시급

코스닥 시장은 출범 당시 시가총액 7조원 규모에서 현재 약 490조원으로 30년 동안 약 70배 성장했다. 2000년 닷컴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경제 이벤트로 등락을 겪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상향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2010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시가총액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기간 증가한 시가총액은 287조6103억원으로 현재 시가총액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올해는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코스닥 시장도 한때 호황을 맞았다. 지난 4월 27일 코스닥 시가총액은 679조5452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상장기업 수도 꾸준히 증가했다. 시장 출범 당시 341개사에 불과했던 상장사는 지난해 말 기준 1827개사로 약 5배 늘었다. 2010년 처음 1000개사를 넘어선 이후 2018년부터는 8년 연속 매년 100개 이상의 신규 상장사가 시장에 진입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렇지만 지수는 좀처럼 오르지 않는다. 시장이 신뢰를 잃으며 거래도 줄어드는 상황이 반복돼 왔다.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5.84포인트(1.87%) 내린 831.2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812.70까지 밀리기도 했다. 이날 코스닥 거래대금은 6조1378억원으로 집계됐다.

거래는 연초와 비교해 크게 위축됐다. 올해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1월 26일 거래대금은 25조3341억원으로, 이날 거래대금은 당시의 4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달 들어 7일까지 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7951억원으로 10조원선을 밑돌았다. 6월 일평균 거래대금도 10조129억원으로 전월보다 35.67% 감소하며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반면 코스피 시장은 정부의 증시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투자자 자금이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50조3471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증시 전반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에서도 코스닥만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코스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신뢰 부족’을 꼽는다. 혁신기업의 성장 플랫폼을 표방하고 있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술특례상장 확대는 혁신기업의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일부 기업의 실적 부진과 주가 급락이 반복되면서 시장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한계기업 3곳 중 1곳, 퇴출은 더디고 불공정거래는 반복우량기업은 코스피로

외형은 커졌지만 내실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스닥 시장의 한계기업 비율은 32.6%로, 전체 상장사의 약 3분의 1인 596개사에 달했다. 이는 코스피 시장(16.7%)의 두 배 수준이다.

반면 부실기업 퇴출은 여전히 더디다. 연간 상장폐지 결정 기업은 2021년 22개사에서 2022년 16개사, 2023년 8개사로 감소했다. 이후 2024년 20개사, 2025년 38개사로 다시 늘었지만 여전히 한계기업 규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은 불공정거래나 시세조종에 악용되는 사례도 반복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거래 혐의 통보는 총 98건이었으며, 이 가운데 66건(67.3%)이 코스닥 시장에서 발생했다.

최지우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상무는 “부실기업 퇴출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업이 불공정거래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반복됐다”며 “이로 인해 코스닥이 믿고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시가총액 상위 기업의 잇따른 이탈도 코스닥 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코스닥에서 성장한 우량기업들이 코스피로 이전 상장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시장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피 이전 상장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기업가치 재평가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이 때문에 코스닥이 미국 나스닥처럼 독자적인 성장시장으로 자리 잡기보다 코스피 이전을 위한 ‘2부 리그’에 머물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코스닥 시장은 개인투자자가 지탱한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순매도에 나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은 코스닥에서 7조854억원을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20억원, 4816억원을 순매도했다. 반면 코스피 시장에서는 기관이 19조6926억원을 순매수한 반면 개인과 외국인은 각각 26조3675억원, 4조6546억원을 순매도했다.

우량기업의 이전 상장은 이미 수차례 반복됐다. 10년 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3개 기업이었던 셀트리온, 카카오, 동서는 모두 코스피로 이전 상장했다.

현재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인 알테오젠도 코스피 이전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지난 3일 기준 18조2997억원으로,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인 코스닥 상장사 3곳 가운데 하나다. 시장에서는 알테오젠마저 코스피로 이전할 경우 코스닥의 대표 우량기업 이탈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 코스닥 체질 개선 속도…시장 신뢰 회복이 관건

정부와 금융당국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해 부실기업 퇴출과 시장 구조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투자협회는 상장폐지 기업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금융투자협회는 코스닥 상장폐지 기업이 일정 기간 K-OTC 시장에서 거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운영 중이다. 투자자 보호와 시장 충격 완화가 목적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상장폐지 기업이 일정 기간 K-OTC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도록 완충 장치를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며 “현재 해당 제도를 통해 2개 기업이 거래되고 있지만 거래 기간이 종료되면 코스닥 시장으로 재상장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승강제(세그먼트)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우량기업을 별도 세그먼트로 관리해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고 혁신기업의 코스피 이전 상장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시장에서는 세그먼트 도입만으로는 코스닥 경쟁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프리미엄 기업군에만 투자자금이 집중될 경우 초기 성장기업과 중소형 종목의 소외 현상이 더욱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활성화가 일부 우량기업의 기업가치 재평가에 그쳐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성장 초기 기업에 대한 리서치 확대와 기업설명회(IR) 지원, 장기 투자자 기반 확충 등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가 함께 뒷받침돼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기업의 성장성이나 사업가치와 관계없이 시장 수급에 따라 소외되는 종목이 적지 않다”며 “우량기업을 별도로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종합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스닥은 지난 30년 동안 세계 2위 벤처금융시장으로 성장하며 외형 확대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부실기업 퇴출, 시장 신뢰 회복, 우량기업 이탈 방지라는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혁신기업 성장시장’이라는 본래 역할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형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의 전환이 향후 코스닥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꼽힌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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