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30년]② 파두·오스템임플란트·신라젠…서른 살 코스닥의 ‘잔혹사’

버블 붕괴부터 주가조작·횡령·부실 상장까지…영광 뒤 자리한 대형 금융스캔들
혁신 이면엔 버블·작전주·모럴해저드가 남긴 깊은 상처…결국 개미들 피해로

대한민국 벤처·혁신기업의 산실인 코스닥(KOSDAQ)이 출범 30주년을 맞았다. 코스닥은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업을 잇달아 배출하며 한국 자본시장의 성장 엔진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화려한 성공 신화 뒤에는 버블 붕괴와 주가조작, 횡령, 분식회계, 부실 상장 등 수많은 금융 스캔들로 얼룩진 또 다른 30년이 존재한다.

분명 혁신 산업 육성이라는 거대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부실기업과 모럴해저드 세력에게 자본을 조달해 주는 통로가 되기도 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시장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상장 심사의 철저한 검증과 함께, 불법 행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강력한 처벌이 동반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부실·좀비기업에 대한 선제적 퇴출 조치는 이러한 코스닥 시장의 잔혹사를 끝내고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평가받고 있다.

버블·작전주·횡령…코스닥을 뒤흔든 사건들

코스닥 초기 역사는 자본시장의 폭발력과 함께 투기적 광기가 초래한 비극을 동시에 보여준다. 1990년대 후반 몰아친 닷컴버블은 코스닥의 덩치를 키웠지만, 실적 없는 기대감이 얼마나 허무하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증명했다.

상장 6개월 만에 주가가 150배(1만5000%) 폭등하며 코스닥 시가총액 1위 자리에 올랐던 새롬기술은 뚜렷한 수익 모델 부재와 기술 상용화 실패로 사명 변경과 경영권 분쟁을 거듭한 끝에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2007년 발생한 자동차 부품업체 ‘루보’ 주가조작 사건은 대한민국 자본시장 역사상 가장 기괴한 작전 중 하나로 꼽힌다. 작전세력은 다단계 조직을 동원해 평범한 제조업체의 주가를 40배 넘게 끌어올렸다. 검찰 수사로 작전 세력의 계좌가 동결되자 주가는 11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직격탄을 맞았고, 뒤늦게 뛰어든 수많은 개미 투자자들은 고스란히 파산의 길로 들어섰다.

기업의 덩치는 거대해졌으나 내부 감시 체계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지 못해 발생한 초대형 스캔들도 잇따랐다. 시가총액 최상위권 기업들이 내부 횡령과 배임으로 단숨에 상장폐지 위기까지 내몰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2022년 초, 국내 1위 임플란트 기업 오스템임플란트에서 재무팀장이 회삿돈 2215억원을 빼돌려 개인 주식 투자와 금괴 매입에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코스닥 시장 단일 임직원 횡령액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본업의 탄탄한 이익 창출력 덕분에 상장폐지 처분은 면했으나, 시장의 신뢰를 잃은 기업은 결국 사모펀드에 인수된 후 자진 상장폐지 절차를 밟으며 시장을 떠났다.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기대감으로 한때 코스닥 시가총액 2위까지 치솟았던 신라젠은 바이오 거품의 상징이 됐다. 임상시험 실패라는 초대형 악재가 발표되기 전 경영진이 내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보유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는 혐의가 드러나며 파문이 일었다. 주식 거래가 장기간 정지되면서 수십만 명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후 거래는 재개됐지만 과거의 기업가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무자본 M&A·부실특례 상장…반복된 시장의 허점

장부를 조작하거나 있지도 않은 기술 및 원료를 앞세워 투자자를 속인 사례들은 코스닥 시장의 신뢰도를 급격히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2015년 중장년 여성들 사이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시가총액 1조원을 돌파했던 네츄럴엔도텍은 가짜 원료인 ‘이엽우피소’ 혼입 사건 이후 한순간에 고꾸라졌다.

에이치엔티 등 수많은 부실기업들은 ‘기업사냥꾼’들의 먹잇감이 됐다. 이들은 사채업자 등에게 돈을 빌려 상장사를 인수한 뒤, 허위 호재 공시로 주가를 띄우고 회삿돈을 횡령해 도주하는 ‘무자본 M&A’ 수법을 썼다. 이로 인해 수십 개의 기업이 좀비 기업으로 연명하다 결국 무더기 상장폐지되는 사태를 맞았다.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가장 고질적인 문제는 상장 심사 단계에서 부실기업을 걸러내지 못하는 제도적 허점이다. 애초에 진입 자격이 없던 기업들이 시장에 들어와 막대한 피해를 안겼다.

2011년 코스닥에 화려하게 상장한 중국 고섬은 상장 후 고작 두 달 만에 1000억원대 분식회계가 적발되며 거래가 정지됐다. 해외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 감사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사건으로, 국내 투자자들에게 해외 기업 기피증을 심어준 계기가 됐다.

2023년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통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몸값으로 상장한 반도체 설계 기업 파두는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허점을 드러낸 대표 사례로 꼽힌다. 상장 직후 ‘어닝 쇼크’를 기록했으나 공모가 산정 직전 분기 매출이 고작 14억 원에 불과했던 사실을 고의로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뻥튀기 사기 상장’ 논란이 불붙었다. 이후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파두 사태는 ‘기술 실패’ 사건이라기보다, IPO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실적 악화 가능성을 충분히 알렸는지를 둘러싼 대표적인 공시·정보공개 논란으로 평가된다.

‘소 잃고 외양간’…금융당국의 뒤늦은 제도 개선

코스닥 30년사에서 발생한 숱한 대형 금융 스캔들 뒤에는 ‘금융감독 당국과 한국거래소의 부실 심사와 사후 대처 미흡’이라는 날카로운 비판이 늘 따라붙었다. 시장에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감독 기관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는 책임론이 끊이지 않았다.

감독 기관의 실책 유형은 △상장 심사 시스템의 구멍 △사후 모니터링 공백 △솜방망이 처벌과 ‘작전 세력’의 놀이터 방치로 요약된다.

파두와 같은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허점은, 기술력이 있다면 당장 적자라도 상장을 시켜주는 취지는 좋았으나 주관사와 기업이 제출한 뻥튀기성 매출 전망치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장 직전 매출이 거의 제로(0)에 가까운 상태였음에도 이를 잡아내지 못해 ‘제도적 면죄부’를 주었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미 시장에 들어온 기업들에 대한 상시 감시 체계와 내부통제 검증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오스템임플란트 사태에서 보듯 매년 외부 감사를 받고 감독 기관의 모니터링을 받는 시총 상위권 기업에서 한 개인이 천문학적인 돈을 빼돌릴 때까지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지 못했다. 당국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독이 형식적인 서류 점검에 그쳤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또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시스템은 이상 거래를 조기에 포착해 차단하지 못하면서 ‘사건이 발생한 뒤에야 제도가 바뀐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수사 이후에도 불법 행위에 대한 사후 처벌과 제도적 징벌이 약하다 보니, 코스닥이 범죄의 온상이 되었다는 비판도 등장했다. ‘걸려도 남는 장사’라는 인식이 시장에 팽배해지도록 방치한 책임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의 피해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문제가 터지면 당국은 거래정지나 상장폐지 카드를 꺼내 들지만, 정작 이 과정에서 아무 죄 없는 소액주주들의 자금이 장기간 묶이거나 휴지조각이 되는 등 주주 보호 대책에는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파두 사태의 사례처럼 상장 이후 실적 부진의 책임을 상장주관사에만 묻는 관행에 대해서도 지적이 나온다. 기업을 심사하고 승인한 거래소와 금감원 등 당국의 책임 강화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상장 이후 시장 변화에 따른 주가 하락은 사전에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주관사의 ‘사기 상장’으로 모는 분위기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을 위축시키지 않으면서도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비판이 쏟아지자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최근 들어 상장 주관사(증권사)의 책임을 대폭 강화하고, 상장사 시가총액이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을 일정 기간 밑돌면 상장폐지하거나 주가 1000원 미만의 이른바 ‘동전주’ 폐지 등을 도입하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또 코스닥 상장사를 성장성, 유동성, 수익성 등의 기준으로 나눠 우량 기업을 따로 분류하는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번 제도 개선에 따라 올해에만 88곳에 달하는 기업들이 상장폐지될 수 있을 정도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정돼 있다.

주형신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 부장은 “그간 한계기업을 적극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는 점, 기관투자자 유인책이 부족했다는 점이 주로 지적돼 왔는데 동전주 상장폐지 시행과 세그먼트제 시행 등으로 이를 반영했다”며 “과거에 이뤄졌던 여러 대책과는 전혀 다른 정책 시행을 통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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