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CPSP)에서 독일에 밀렸다. CPSP는 북미와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방산 시장으로 들어서는 관문이자, 단일 수출로는 한국 조선·방산의 가장 큰 무대로 주목받았다. 한국 정부까지 가세한 약 10개월에 걸친 수주전의 결론은 단순했다. 배를 잘 만드는 일과 나토 진영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다른 문제였다.
7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6일(현지시간) 노바스코샤주 핼리팩스 해군기지에서 CPSP 우선협상대상자로 독일 티센크루프마린시스템스(TKMS)를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CPSP는 캐나다가 노후한 빅토리아급 잠수함을 3000톤급 디젤 잠수함 12척으로 교체하는 사업이다. 건조비 약 300억 캐나다달러(약 30조원)에 이후 30년 치 MRO(유지·보수·정비)까지 더하면 총사업비는 600억 캐나다달러(약 60조원)에 달한다. 최종 경쟁은 한화오션의 ‘장보고-Ⅲ(수출명 KSS-Ⅲ) 배치-Ⅱ’와 TKMS의 ‘212CD’ 2파전으로 좁혀져 있었다. 한국은 한화오션을 대표주자로 세우고 HD현대중공업이 산업 기반으로 뒷받침하는 ‘팀코리아’로 전열을 짰다.
한화오션이 밀린 부분은 성능이 아니었다. 캐나다 국방조달청이 공개한 배점표에서 잠수함 플랫폼 자체는 20%에 그쳤다. 대신 MRO가 50%, 금융이 15%, 전략·경제 파트너십이 15%였다. 승부는 함정 밖에서 갈리도록 설계돼 있었던 것이다.
한국은 통제 안의 변수에서는 오히려 앞섰다. 한화오션은 실전 배치된 도산안창호함을 캐나다 에스퀴몰트 기지까지 항해시켜 성능을 증명했다. 2035년까지 4척을 인도할 수 있는 납기 능력과 수직발사관 기반의 순항미사일 운용 능력, 검증된 건조 실적 등은 아직 취역한 함선이 없는 212CD와 대조된다.
승부를 가른 것은 통제 밖의 변수였다. 캐나다는 지난해 12월 비(非)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는 처음으로 EU 무기 공동구매 프로그램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참여했고, 북극 안보와 나토 회원국 간 상호 운용성을 국방의 축으로 삼았다. 독일과 노르웨이가 공동 개발하는 212CD는 이 조건에 그대로 맞아떨어졌다. 유럽산 무기를 우선 구매하려는 바이 유러피언(Buy European) 기조와 절충교역(ITB) 원칙 앞에서 한국은 ‘동맹 밖의 공급자’였다.
산업 협력 측면에서도 양측은 대규모 경제효과로 맞붙었다. 한화오션은 2044년까지 700억 캐나다달러(약 70조원) 규모의 교역·투자와 연 2만5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제시했다. 독일·노르웨이 컨소시엄은 860억 캐나다달러(약 86조원)의 GDP(국내총생산) 효과와 65만개 이상의 고용 창출을 내세웠다. 지표의 성격이 달라 우열을 가리기는 어렵지만, 캐나다는 나토 동맹 구도와 맞물린 유럽 측 제안에 무게를 실은 것으로 해석된다.
배경에는 캐나다의 안보 전략 전환이 있다. 카니 정부는 2035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냉전 이후 최대 규모의 군비 확장 국면에서 나온 상징적 결정이었던 만큼 잠수함 공급자는 향후 30년을 함께 갈 안보 파트너의 성격을 띠었다. 캐나다 정부가 제안요청서(RFP) 절차를 사실상 생략한 데 대한 비판도 많았으나, 결정은 바뀌지 않았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우리 잠수함의 뛰어난 성능, 해군의 성공적인 잠수함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수주에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나토 동맹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이번 수주 경쟁을 통해 확인된 과제들을 면밀히 분석해 확실한 대안을 강구하고, K-해양 방산이 글로벌 시장에서 더욱 도약할 수 있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전했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도 “성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수주를 위해 대한민국이 원팀으로 뛰었던 경험은 우리 K-방산이 크게 도약할 수 있는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향후 K-방산 수출과 국익 증진이라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에 반전의 여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곧 최종 계약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카니 총리는 TKMS와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한화오션과 협상할 권리를 남겨뒀고, 본계약 목표 시점도 2028년으로 남아 있다. 다만 우선협상 수위가 뒤집힌 전례가 드물어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한편 캐나다 잠수함 수주전에서 한 배를 탔던 두 회사는 활로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한화오션은 나토·유럽 방산 시장 진입과 잠수함 수출 실적 확보라는 숙제를 다시 안았다. HD현대중공업은 미국 헌팅턴잉걸스와 손잡고 미 해군 지원함 시장으로 우회로를 텄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잠수함 성능과 납기 경쟁력만으로는 나토라는 진영의 문턱을 넘기 어렵게 됐다”며 “해당 진영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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