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성과급 재협상’ 갈등 고조…통합 노조 설립 속도, 노사 협상 장기화 하나

사측, 성과급 일부 주식 지급 방안 제시
직원들, 성과급 제도 재협상 시도에 반발
SK하이닉스 직원들, 통합 노조 설립 추진
노동부 검토 거쳐 이르면 12일 설립 승인
사측, 재협상 요구…정부도 N% 성과급 부정적
김정관 장관 “N% 성과급, 최소 주총 동의 구해야”

‘반도체 슈퍼 사이클’의 최대 수혜주로 부상한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제도를 둘러싼 갈등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최근 사측이 성과급의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을 두고, 직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성과 보상 체계를 손보며 ‘억대 성과급 시대’를 열었던 SK가 1년도 채 되지 않아 성과급 개편 논의에 돌입하면서, 원만했던 노사 관계에도 균열이 생기는 모습이다. 특히 현재 전임직(생산직)과 기술사무직 등 직군별로 나뉘어져 있는 노동조합(노조)을 통합한 거대 단일 노조가 조만간 출범할 것으로 보이면서 갈등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고용노동부(노동부) 성남지청은 SK하이닉스 직원들이 지난 8일 제출한 통합 노조 설립 신고서를 10일 접수했다.

노동부 검토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이르면 오는 12일 설립 승인이 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내에 통합 노조가 탄생하는 것이다.

현재 SK하이닉스는 한국노총 산하 이천·청주캠퍼스 전임직 노조와 민주노총 산하 기술사무직 노조 등 복수 노조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노조는 각각 별도로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교섭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통합 노조가 출범하면 임단협 교섭에서 각 노조들이 사측과 따로 협의할 필요 없이 직원들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 전달할 수 있게 된다.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이러한 강점을 고려한 듯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최근 통합 노조 설립에 속도를 내 왔다. 지난 5일 직원들은 통합 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을 꾸렸다. 해당 모임에는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의 약 10%인 3500명 이상이 동참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일부 직원들은 기존 산별 노조를 탈퇴하고, 통합 노조에 즉시 가입하겠다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하이닉스 직원들은 통합 노조가 최종 설립될 경우, 사측과의 협상에서 교섭력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직원들은 통합 노조를 통해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통합 노조 설립을 위한 준비 모임 임시 위원장은 “통합 노조의 최우선 출범 목적은 지난해 합의된 성과급 지급 약속의 완벽한 이행이다”며 “최근 사측이 제안한 성과급 협상안을 전면 철회시켜 임단협에서 성과급 안건을 완벽히 분리하고, 향후 10년간 협상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9월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초과이익분배금(PS)’으로 지급하되,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년도에 지급하고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PS는 ‘생산성격려금(PI)’과 함께 SK하이닉스의 대표적인 성과급 제도다.

새 기준에 따라 올해 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은 2025년도 PS로 억대 성과급을 수령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 영업익은 약 47조2063억원이었다. 이에 영업익의 10%인 4조7206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됐다.

4조7000억원을 웃도는 재원을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직원 수 3만4549명으로 나눠보면, 1인당 약 1억3663만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당해년도에 80%만 지급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직원 1인당 1억900만원대의 성과급을 손에 쥔 것으로 계산된다.

또 SK하이닉스 노사는 성과급 배분 규정을 10년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매년 반복되는 논란을 원천적으로 제거하고, 장기적으로 노사 간 신뢰를 확보해 직원들이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과급 제도를 개선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측이 성과급 제도를 개편하자는 뜻을 내비치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사측은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직원들은 성과급을 주식으로 지급할 경우, 주가 변동에 따라 보상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는 후문이다. 더구나 지난해 합의한 성과급 제도를 불과 1년 만에 다시 교섭 대상에 올린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결국, 직원들은 노조의 교섭력을 한층 강화하기 위한 카드로 통합 노조 출범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현재 각각의 산별 노조들이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책임론도 통합 노조 설립의 당위성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노사는 벌써 5차 본교섭까지 치렀다. 그러나 별다른 진전 없이 협상은 장기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업계의 억대 성과급을 문제 삼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조직의 필요성 또한 대두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산업부) 장관은 지난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토론회에서 사회적 논란으로 부상한 반도체 업계의 ‘영업이익 N% 성과급’ 지급에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김 장관은 “회사의 주인은 주주고, 그에 준하는 것이 리스크를 지는 투자자다”며 “그런데 성과급 논쟁에서는 정작 주주와 투자자가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주와 투자자의 의견을 무시하는 기업에 어느 누가 투자를 하고, 어느 누가 주주가 되려고 하겠느냐”며 “결국에 그 피해는 경영진과 노동자에게 돌아간다”고 짚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8월 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 장관은 영업익을 기준으로 성과급을 지급하는 인센티브 구조에 대해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혔다. 그리고 주주와 투자자의 이익에 반하는 성과급 배분은 월권이라고 규정했다.

이번 논란과 관련해 해결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도 전했다. 김 장관은 “영업익의 N% 성과급을 지급하려면 최소한 이사회나 주주 총회(주총)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며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할 때 주총 의결을 거치도록 자본시장법과 상법 개정을 관계 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김 장관의 발언으로 인해 당장 K-반도체의 억대 성과급 지급에 제동이 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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