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한국산업은행·IBK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노동조합이 연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에서 참가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중앙부처 이전 계획으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서울 소재의 주요 금융당국 기관들의 지방 이전이 결정됐다. 이에 따라 산하 국책은행들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재점화됐다.
각 은행 노동조합이 격렬히 반대하고 있어 향후 갈등이 예상되는 국면이다.
18일 정부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이 세종시로 이전하는 방안을 포함한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계획’이 이달 말경 발표될 예정이다.
금융위는 정부서울청사에, 금감원은 여의도에 각각 위치하고 있다. 금융권과 당국에 따르면 현재 정부는 구체적인 이전 시기 및 신청사 등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금융위 산하에 속한 국책은행의 이전 여부다.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포함되는데 금융위 이전이 확정되면서 이들의 지방 이전 가능성도 대두된 것이다. 아울러 금융위 산하는 아니지만 농협중앙회 및 농협금융 계열사의 이전까지 거론되면서 노사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도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이 추진돼 온 만큼 국회에는 이들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법안이 꾸준히 발의돼 왔으나, 반대 여론에 부딪혀 계류 중이다.
전재수 부산시장 등이 의원 시절이던 22대 국회에서 발의한 산업은행 부산 이전법이 국회 계류 중이며, 기업은행 대구 이전 법안도 각각 이전 국회에서 발의된 뒤 수 년째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각 국책은행 노조는 격렬히 반대해 왔다. 지난 11일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산은·기은·수출입은행 노조는 지방이전 반대 공동 집회를 열기도 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만 약 2000여명의 노조원과 임직원이 참석했다. 이날 류장희 기업은행지부 노조 위원장은 “단순한 약속 파기가 아니라 도리, 이성, 신뢰, 과학적 근거를 모두 부정하는 폭거”라고 정치권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대 여론이 있는 만큼 법안 통과와 이전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출신인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방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국책은행 본점 이전이 아니라, 지방기업에 적기에 충분한 저리의 정책 자금이 원활히 투자되는 것”이라며 국책은행 이전 반대의 뜻을 밝혔다.
국책은행 이전 문제로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 이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농협 및 계열사는 전남 나주 등이 이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농협중앙회 노조는 “1차 공공기관 이전 당시 직원 1000명 규모 기관 하나를 이전하는 데 평균 5000억원이 소요됐다”며 “농협중앙회 이전에는 그보다 훨씬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것이 자명하나 결국 농민과 조합원이 출자한 재산과 농업지원 재원에서 충당될 수밖에 없다”며 “지주회사와 계열사를 전국으로 흩어놓고 어떻게 책임 있는 관리와 신속한 위기 대응을 하라는 것인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와 당국에서는 수도권에 쏠린 금융기관의 비수도권 이전을 통해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 일자리 공급을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기업 지방이전 노력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쏠림현상은 여전하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의 상장 계열사 205곳 중 82.4%에 달하는 169곳의 본점이 수도권에 위치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기존 수도권에서 형성된 금융 인프라와 멀어짐으로써 발생하는 효율성, 경쟁력 저하와 우량 인력 이탈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지난 정부에서 산은 부산 이전이 추진되던 2023년 산은이 황운하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총 168명의 직원이 퇴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와 30대의 젊은 직원이 퇴사자의 약 80%에 달해 지방 이전에 따른 젊은 직원의 퇴직률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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