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직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은 데 반해, TV·가전 등 완제품 사업을 맡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에겐 10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성과 보상에 그치면서, 삼성전자 내부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전사 대표 노조로 출범했던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가 반도체 중심 노조로의 전환을 천명하면서, 비(非)반도체 직원들의 박탈감은 분노로 변모하는 모습이다. 심지어 DX 부문 중심의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동행) 내부에서 초기업노조를 향한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이 쏟아져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초기업노조는 “이번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두 노조의 갈등이 감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삼성전자 내부 분위기도 급격히 심각해지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하루 전인 14일 동행노조에 ‘동행 소통방 내 임직원 및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대상 폭력적 표현·비하 발언에 대한 공식 입장 및 재발 방지 대책 요구’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초기업노조는 공문을 통해 “조합원 제보를 통해 동행노조의 텔레그램 ‘권리 조합원 소통방’에서 삼성전자 임직원과 최 위원장을 겨냥한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이 게시된 자료를 접수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해당 자료에는) 특정인의 죽음을 바라거나 신체에 위해를 가하고 싶다는 표현, 타운홀 미팅에서 폭발물을 사용하고 싶다는 표현, 특정 사업부 및 조직 직원들을 비하하는 표현 등이 담겨 있다”며 “이는 보상 제도나 교섭 결과에 대한 의견 차이를 넘어, 당사자와 동료 직원들에게 불안과 모욕감을 줄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고 지탄했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초기업노조가 공문과 함께 제시한 소통방 캡처에는 상당히 우려스러운 표현들이 다수 포함돼 있었다.
먼저 최 위원장에 대해선 ‘(최 위원장은) 최대한 고통스럽고 끔찍한 최후를 당했으면 한다’, ‘막말로 칼부림이라도 해야 하나’, ‘(형사 소송에 이어) 민사 집단 소송 등으로 (최 위원장을) 끝내야 한다’, ‘최 위원장에게 감당 안 될 빚을 전가하고 패가망신하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등의 폭언이 쏟아졌다.
삼성전자 경영진에 대한 섬뜩한 발언도 잇따랐다. ‘(노태문 삼성전자 DX 부문장 사장은) 제발 친구 JH(타계한 고 한종희 전 DX 부문장 부회장) 따라 비명횡사해라’, ‘박학규 (사업지원실장 사장) XXX를 운동장에 끌고 나와 쳐 죽이고 싶다’, ‘노태문 발언이 현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그냥 오늘 길 가다 급사해라’ 등의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소통방에 공유됐다.
‘타운홀 미팅 때 사제 폭탄이라고 만들어서 던지고 싶다’는 표현도 버젓이 등장했고, ‘메모리(사업부) 진짜 다 쳐 죽이고 싶다’ 등 특정 사업부 및 조직을 타깃으로 삼은 내용도 확인돼 충격을 안겼다.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가 공개한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의 텔레그램 ‘권리 조합원 소통방’ 캡처. <사진=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이에 대해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를 향해 이번 사태와 관련한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으라고 요청했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 소통방의) 해당 발언들을 동행노조의 공식 입장으로 일반화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소통방에서 이러한 발언이 게시된 이후에도 경고, 삭제 등 어떠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행노조 소통방은 권리 조합원 개별 인증을 거쳐 입장이 가능한 폐쇄형 공간으로, 게시자를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에 소통방 운영 주체로서 동행노조 집행부의 관리 책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에 △소통방의 운영 및 관리 주체, 발언 사실 확인 △집행부의 발언 인지 여부와 시점, 경고·삭제 등 조치 내역 공유 △피해 당사자에 대한 사과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에 대한 금지 기준 등 구체적 재발 방지 대책 등을 오는 18일까지 서면으로 회신해 달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초기업노조는 관련 사실 확인을 위해 동행노조 소통방의 대화록 전문, 게시물의 경고·삭제 등 조치 내역, 소통방 운영·관리 권한 보유자에 대한 관련 기록 등 원본 자료를 보존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최 위원장은 “(동행노조에 보낸) 공문에 첨부된 소통방 캡처는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하다”며 “현재 법무법인의 검토를 받고 있고, 차차 대응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다”고 전했다.

최승호 삼성그룹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이렇듯 초기업노조와 동행노조 간 갈등 수준이 매우 위험한 단계로 치달은 것은 사업 부문 간 성과급 보상 격차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초 삼성전자는 ‘2026년 임금 협약’에 따라 DX 부문 및 CSS(컴파운드반도체솔루션)사업팀에 성과급으로 자사주를 지급했다.
이에 앞서 삼성은 올 6월 말 DX 부문 등 직원들에게 1인당 22.65주의 자사주를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공지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22주는 주식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0.65주는 현금 17만3920원으로 지급키로 했다.
이에 따라, DX 부문 및 CSS사업팀 직원들은 성과급으로 올 7월 6일 종가 31만8000원 기준 699만6000원어치의 자기 주식과 17만3920원의 현금을 받았다.
DX 부문 직원들이 손에 쥔 성과급은 DS 부문 직원들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2026년 임금 협약’에 따라 새로 마련된 DS 부문 한정 특별 경영 성과급은 노사가 합의해 선정한 사업 성과의 10.5% 수준을 재원으로 삼는다. 지급 상한도 없다.
만약 노사가 합의한 사업 성과를 영업이익으로 본다면, 올해 삼성전자 영업익 전망치 393조원의 10.5%인 41조2650억원이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된다.
특별 경영 성과급 재원 41조2650억원 중 DS 부문 공통 재원 40%는 16조5060억원에 달한다. 이를 올 상반기 말 DS 부문 직원 수 7만8562명으로 나누면, DS 부문 직원 1인당 2억1010만원을 지급 받는다.
각 사업부별로 차등 지급되는 재원 60%는 24조7590억원이다. 올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LSI시스템 등 비메모리 사업은 적자 기조를 계속 이어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일한 흑자 사업부인 메모리가 해당 재원을 독식할 공산이 크다. 지난해 말 메모리사업부 직원 수 약 2만8000명으로 나누면, 1인당 무려 8억원 넘게 받는다는 얘기다.
더 주목할 점은 적자 사업부도 억대의 성과급을 받는다는 것이다. DS 부문 공통 재원에서 지급되는 특별 경영 성과급 덕분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파운드리·LSI시스템사업부 직원들도 2억원 가량의 보상을 받는다.
이렇듯 DS 부문 직원들이 수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반면에, DX 부문 직원들은 700만원 규모의 자사주를 받는 데 그치면서, 비반도체는 상대적으로 큰 박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삼성전자노동조합동행이 7월 16일 경기 수원시 삼성전자 수원캠퍼스 앞에서 성과급 격차 등에 반발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상황이 이러한데 최근 초기업노조가 기존 전사 대표 노조에서 DS 부문 중심 노조로 전환을 추진한다고 공언한 것도 내부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는 지난 9일 ‘교섭 안건 조율 관련 안내문’을 발표했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안건은 초기업노조 가입 자격 축소에 따른 규약 변경안이다. 이와 관련해 초기업노조는 “당초 DS 부문과 DX 부문을 모두 대표하는 노조로 출범했으나, 올해 임금 교섭 이후 성과급 재원을 둘러싼 노조 간 견해 차가 커졌다”며 “DX 부문 중심의 동행노조가 전사 재원을 통한 성과급 분배를 요구하며 공동 교섭단을 탈퇴하는 등 갈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를 이유로 초기업노조는 내년 임금 교섭에서 공동 교섭을 고려하지 않고, 조합원 가입 자격을 DS 부문으로 명확히 구분하는 방향으로 규약을 변경하기로 했다.
이렇듯 성과급 보상 격차, 가입 자격 변경 등을 놓고 DS 부문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DX 부문 중심의 동행노조가 서로 대립각을 세우면서, 삼성전자는 사업 부문별로 양분되는 초유의 상황에 직면했다.
일각에선 삼성전자 내 노노 갈등이 상대방을 향해 폭력적 표현과 비하 발언을 일삼는 적대적인 감정 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에 심히 우려하고 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서로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자연스러우나, 특정인의 죽음이나 신체 위해를 언급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은 결코 정당화할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전자 직원은 “요즘 회사 분위기가 많이 안 좋다”며 “노조끼리 서로 싸우면서 매우 뒤숭숭한 실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점심 시간만 되면 (직원들 간에) 노조 갈등 문제를 두고 시끌시끌하다”며 “불안하면서도 참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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