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굴 위한 플랫폼법인가] ③ 논란의 ‘플랫폼법’, 정부도 한발 후퇴…“국회·산업계·소비자 모두 ‘반대’”

공정위, 세부 내용 발표 연기하고 ‘사전지정’ 전면 재검토 발표
국회 입법조사처 “현행 공정거래법 효용성 제고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
학계·스타트업·소비자도 ‘과잉규제’ 한 목소리
미국과 통상 문제 비화 조짐…“규제 관행 무시·무역 합의 위반”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출처=공정거래위원회>
한기정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출처=공정거래위원회>

최근 윤석열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사전에 막는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을 추진하고 나섰다. IT 업계는 물론 유통전반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글로벌 빅테크는 물론 국내 플랫폼 사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공정경쟁을 유도하겠다는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정작 국내 사업자들에만 족쇄를 채우게 될 것이란 비난이 높다. 특히 플랫폼법 시행으로 소비자 편익이 증대되고 스타트업 등 영세 사업자들이 새로운 기회를 얻을 것이란 전망과 달리, 관련 업계는 물론 소비자들도 산업적으로 역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윤 정부 출범 초기에는 민간 사업자 중심의 자율규제를 제시했다, 돌연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플랫폼법을 들고 나오면서 시장에 큰 혼란을 주고 있다. 역차별 논란을 빚고 있는 정부의 플랫폼법 내용을 살펴보고, 국내외 산업계와 해당 기업, 소비자들에 미칠 파장 등을 기획 시리즈를 통해 점검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서두르던 정부가 결국 한 발 물러섰다. 법안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는 규제 대상인 ‘사전 지정’에 대해 전면 재검토에 들어간 것이다.

플랫폼 업계 뿐만 아니라 국회, 학계, 스타트업, 소비자 단체 등에서 플랫폼법 처리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고, 해당 법안이 미국과의 통상 문제로 번질 우려까지 커지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브리핑을 통해 “플랫폼법 입법을 위해 국내외 업계 및 이해 관계자와 폭넓게 소통하고 있다”며 “사전 지정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 열어놓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법안의 세부 내용 발표를 잠정 연기하고, 업계 의견을 추가로 수렴하기로 결정했다. 목표 달성에 있어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사전 지정과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정위가 당초 강경기조에서 한발 물러 선 것은 산업계 뿐만 아니라 각계에서 플랫폼법 도입에 대한 반발여론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법·정책 조사분석 기관인 국회 입법조사처가 보고서를 통해 플랫폼법 처리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법 제정을 추진할 명분이 약해졌다는 평가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5일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규제 이슈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서 “현행 공정거래법과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지침’으로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남용행위를 규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면서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는 방식의 규제 도입 필요성 또는 시급성이 분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배적 사업자 지정은 ‘민간자율 존중 원칙’과 배치되는 측면이 있고, 이를 지정할 때 정성적 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경쟁당국(공정위)이 자의적 개입을 할 여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국회 뿐만 아니라 학계와 스타트업 업계, 소비자 단체들도 플랫폼법 반대에 한 목소리를 냈다. 서종희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31일 한국지역정보화학회가 개최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제의 쟁점 진단’ 토론회에서 “정부가 부담하는 입증 책임을 규제대상인 사업자에게 부담하게 했다는 점에서 과도한 제재”라며 “이는 결국 새로운 투자, 서비스 등의 경영상 결정을 매우 보수적으로 진행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해외 플랫폼과의 경쟁을 저해해 국가경쟁력 감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도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디지털경제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면 경영이 힘들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준 셈이다. 성장에 제한이 있는 생태계에 누가 적극적으로 투자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스타트업이 엑싯(exit)할 수 있는 방법은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이 있는데, 한국에서 스타트업을 가장 적극적으로 인수하는 곳은 시장 독점 지적을 받는 네이버와 카카오”라고 덧붙였다.

곽은경 컨슈머워치 사무총장도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소비자 권익 관점에서 본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안 정책토론회’에서 “ 쿠팡·네이버·카카오를 규제할 시 로켓배송, 쿠팡플레이, 네이버 음식점 예약 할인 쿠폰, 카카오 선물하기 등의 연계서비스 제공이 제한돼 소비자 후생이 저하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 <출처=연합뉴스>
찰스 프리먼 미 상공회의소 부회장. <출처=연합뉴스>

미국 재계를 대변하는 미국상공회의소(이하 미 상의)도 한국의 플랫폼법 추진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바 있다. 미 상의는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찰스 프리먼 아시아 담당 부회장 명의의 성명에서 “플랫폼 규제를 서둘러 통과시키려는 듯한 한국에 대해 우려한다”면서 “소비자에게 분명 도움이 되는 경쟁을 짓밟고, 건전한 규제 모델의 기본이 되는 좋은 규제 관행을 무시하며, 외국 기업을 임의로 겨냥해 정부들을 무역 합의를 위반하는 위치에 처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플랫폼법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공정위가 플랫폼법을 재검토하는 것이 추진 자체를 백지화하거나 무기한 연기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독과점을 효과적으로 규제하면서도 업계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을 방안을 찾기 위한 ‘전략적 숨 고르기’다. 플랫폼법 입법 계획 자체는 변함이 없다”면서 “사전 지정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원안대로 사전 지정을 포함해 입법에 나설 수도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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