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에 페이전쟁 주도권 내준 카드사, 중장기 전략 수립 ‘난항’

간편결제 일평균 이용액 8755억원…전자금융업자 비중 48.9%
금융사·휴대폰제조사 25.6%로 동일…규제 차이에 신사업도 어려워

현금결제 시대의 종말을 몰고 온 카드사들이 간편결제 시대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핀테크의 독주 체제가 몇 년간 이어지는 동안 카드사들이 고심 끝에 내놓은 오픈페이는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했고, 제도적 한계로 인해 신규 서비스를 내놓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간편결제 서비스의 일평균 이용금액은 8755억원으로 1년 전보다 15.0%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16년 645억원과 비교해선 약 1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간편결제 서비스는 모바일에 미리 저장해둔 신용카드, 은행계좌 등의 정보 또는 충전한 선불금 등을 이용해 비밀번호 입력, 단말기 접촉 등의 방법으로 간편하게 결제하는 서비스를 뜻한다.

간편결제 시장의 규모가 나날이 커지고 있지만, 은행과 카드사 등 금융사의 존재감은 예전과 같지 않다. 지난해 금융사가 간편결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용금액 기준)은 25.6%(2239억원)로 2016년 56.6% 대비 31.0%포인트나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네이버·카카오페이 등 전자금융업자의 비중은 26.6%에서 48.9%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전자금융업자는 2019년 금융사의 시장 비중을 넘어선 이후 시장점유율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다.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등 휴대폰제조사의 간편결제 시장 비중은 지난해 25.6%(2238억원)로 금융사와 같았다. 2016년 16.8%에 불과했던 휴대폰제조사의 비중은 2021년 22.7%에서 2022년 24.3%, 지난해까지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금융사가 간편결제 시장 주도권 싸움에 밀린 이유로 플랫폼 범용성이 꼽힌다. 전자금융업자와 휴대폰제조사의 경우 국내 금융사의 카드를 결제 서비스에 등록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금융사의 경우 하나의 앱에서 자사의 카드만 등록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카드업계는 하나의 앱에서 타사의 카드를 등록해 결제할 수 있는 ‘오픈페이’를 내놓으며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전업카드사 9곳 중 참여하는 곳은 6곳에 불과한 데다, 오프라인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존재감은 미미한 상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휴대폰제조사의 간편결제 서비스는 지문인식이나 비밀번호 입력 등 간단한 본인확인 절차만 거치면 바로 결제할 수 있지만, 카드사의 경우 앱을 열고 추가 인증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결제 혜택이나 포인트 사용 범위도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전자금융업자를 통한 결제 중 신용카드가 아닌 선불금 기반 이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도 카드사들의 고민거리다. 선불금 기반 간편결제 이용 비중은 2020년 27.7%에서 지난해 32.8%로 5.1%포인트 상승했으나, 같은 기간 신용카드 기반 이용 비중은 65.9%에서 61.1%로 4.8%포인트 하락했다.

휴대폰제조사를 중심으로 ‘지갑 없는 시대’가 도래한다는 점도 문제다. 삼성전자는 행전안전부와의 협력을 통해 최근 삼성페이 내 모바일 신분증을 탑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분 확인부터 결제까지 한 번에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전자금융업자와 휴대폰제조사가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는 가운데 카드사들은 규제로 인해 사업 확장에 쉽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카드업계가 그동안 요청해온 부수·겸영업무 범위 확대 등 규제 완화를 위한 여전법 개정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여신업계 한 관계자는 “빅테크와 휴대폰제조사들은 카드사보다 적용 규제가 적어 신사업 진출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을 모집해 간편결제 시장 영향력을 넓혀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기율 기자 / hkps099@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