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이 25%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IT전기전자 대표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전년 대비 90% 가까이 줄면서 전체적인 영업이익 하락세를 주도했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 공기업들의 실적 호전이 감소 폭을 다소나마 상쇄시켰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영업이익은 각각 15.1조원과 11.6조원으로 각각 1, 2위를 차지해 6.6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삼성전자를 능가했다.
27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대표 김경준)가 국내 매출 상위 500대 기업 중 이달 25일까지 사업보고서 및 감사보고서를 제출한 264개사를 대상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을 조사한 결과, 이들 기업의 전체 매출액은 2506조164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2543조6015억원 대비 1.5%(37조5851억원)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감소폭이 더 컸다. 지난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은 104조7081억원으로, 전년도 141조2024억원에 비해 25.8%(36조4943억원)나 축소됐다.
업종별로 보면, 전체 18개 업종 중 13개 업종에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특히 수출을 주도해 온 IT전기전자 업종의 실적 하락이 두드러졌다.
IT전기전자의 지난해 영업익은 6조5203억원으로, 2022년 59조986억원에 비해 무려 89.0%(52조5783억원)나 급감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로 반도체를 비롯해 TV, 생활가전 등의 판매 부진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의 영업이익 감소 폭도 컸다. 2022년 23조7755억원에 달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익은 지난해 11조8970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같은 기간 운송업도 65.3%(11조549억원) 넘게 줄어든 5조8873억원에 그쳤다.
이 외에도 △철강 1조6115억원(41.6%↓) △건설·건자재 1조1554억원(15.9%↓) △제약 1조876억원(42.6%↓) 등의 업종에서 1조원 이상 영업이익이 하락했다.
반면 공기업의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공기업은 2022년까지만 해도 30조4651억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조4741억원 손실을 기록, 손실폭을 크게 줄였다. 한국전력(한전) 등 극심한 적자에 시달려 온 공기업들이 재무 건전성 제고에 주력한 결과다.
자동차·부품의 영업이익도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자동차·부품의 영업익은 34조2067억원으로, 2022년 22조718억원보다 55.0%(12조1349억원)나 확대됐다.
또한, 같은 기간 조선·기계·설비 부문도 1조5782억원에서 6조5707억원으로, 무려 316.3%(4조9925억원)나 급증했다. 이어 유통 1205억원(5.2%↑), 통신 176억원(0.4%↑) 등도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반도체 한파’의 직격탄을 맞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줄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6조5670억원으로, 2022년 43조3766억원 대비 84.9%(36조8096억원)나 급감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익이 10조원을 밑돈 것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친 2008년 6조319억원 이후 15년 만이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이처럼 대폭 감소한 것은 반도체 사업을 영위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실적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의 누적 적자 규모는 14조8795억원에 달했다.
삼성전자의 뒤를 이어 SK하이닉스도 두 번째로 실적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2년 6조8094억원의 영업 흑자를 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7조730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연간 기준으로 적자전환했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큰 호황을 누렸던 HMM도 지난해 영업익이 대폭 쪼그라들었다. 2022년 9조951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HMM은 1년 새 94.1%(9조3668억원)나 급감한 5848억원을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이 외에도 △GS칼텍스 2조2957억원(57.7%↓) △SK에너지 2조1916억원(84.3%↓) △HD현대오일뱅크 2조1731억원(77.9%↓) △S-Oil 2조506억원(60.2%↓) △SD바이오센서 1조3947억원(적자전환) △대한항공 1조405억원(36.8%↓) 등이 1조원 이상 영업익이 감소했다.
반면 한전의 영업이익은 최대 규모로 증가했다. 한전은 영업 적자 규모를 2022년 32조6552억원에서 지난해 4조5416억원으로 대폭 줄였다. 1년 동안 적자 폭을 28조1136억원이나 축소시킨 것이다. 지난해 세 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과 국제 연료 가격 하락 등이 맞물리면서 재무 위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도 실적이 큰 폭으로 개선됐다. 지난해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4.0%(5조3071억원) 늘어난 15조1269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영업이익도 60.5%(4조3748억원) 증가한 11조6079억원에 달했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 두 기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합산액은 26조7348억원으로, 삼성전자(6조5670억원)의 4배를 웃돌았다.
또한 △한화오션 1조4171억원(적자축소) △삼성중공업 1조877억원(흑자전환) △LG에너지솔루션 9495억원(78.2%↑) △지역난방공사 7186억원(흑자전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6221억원(88.1%↑) 등이 5000억원 이상 영업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한편 주요 대기업의 분기 실적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500대 기업의 지난해 4분기(10~12월) 전체 매출액은 647조470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같은 기간 637조1082억원 대비 1.6%(10조3625억원)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익은 24조9251억원으로, 2022년 같은 기간 10조9028억원에 비해 무려 128.6%(14조223억원) 확대됐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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