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지급보증 70조 돌파…수출회복세 영향, 하나은행 증가세 두드러져

작년 4대 시중은행 지급보증 전년 대비 10.5%↑
수출호조·기업대출 수요 맞물려 대기업 중심 증가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지급보증 규모가 70조원을 넘어섰다. 지급보증은 채무자가 빚상환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은행이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계약을 의미한다. 불어난 지급보증과 함께 은행의 고객이 결제기일에 채무를 변제하지 못해 은행이 대신 지급한 대지급금 역시 증가했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4대 시중은행이 보유한 지급보증 금액은 70조56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63조8301억원) 대비 10.5% 증가한 규모이다.

은행의 지급보증 규모는 지난 3년간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2021년 2분기 말 5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 분기별 3~10% 안팎의 증가율을 보이다 2022년 12월 말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1분기부터 다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급보증은 주채무 확정 여부에 따라 확정지급보증과 미확정지급보증, 기업어음 매입약정이 포함된 개념이다. 은행은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 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 고객의 채무에 대해 보증하는 대신 수수료를 수취한다. 가계보다 주로 기업에 대한 지급보증 비율이 99% 가까이 된다.

은행별로 규모를 살펴보면 하나은행이 지급규모와 증가 속도 면에서 두드러진 결과를 보였다. 2022년 20조6442억원에서 이듬해 23조5355억원으로 14% 증가해 은행 중 지급보증 규모가 가장 컸다. 신한은행은 전년 대비 1.8% 증가에 그친 18조3031억원을 기록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각각 13.5%, 14.5% 증가한 15조939억원, 13조6288억원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지급보증 규모가 증가한 건 기업대출 수요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2022년 말부터 회사채 발행 시장이 침체되자 은행을 통한 기업의 자금조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대출 증가율을 살펴보면 지난해 4대 은행의 가계대출이 0.22% 소폭 늘어날 동안 기업대출은 8.5%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4대 은행의 대기업대출이 25% 이상 증가한 가운데 지급보증도 덩달아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급보증은 계약이 까다롭고 기업의 신용도도 함께 고려하는 만큼 대기업들이 주 고객이다”며 “작년 대기업 대출이 늘어나면서 이들 위주로 지급보증도 함께 늘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4대 은행 중 유일하게 사업보고서에서 기업별 지급보증 규모를 공시하고 있는 KB국민은행의 경우 대기업 지급보증 규모가 전체의 89.63%에 달했다. 이는 전년(85.9%) 대비 3.73%포인트 늘어난 수치이다.

게다가 지난해 수출이 회복된 점도 지급보증 증가를 견인한 요인이다. 시중은행의 지급보증은 대부분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이뤄지는데 신용장 거래를 비롯해 무역거래를 통한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은행이 지급보증을 내준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5월부터 올 1월까지 반도체 등 수출 회복으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9개월 연속 흑자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지급보증 규모가 늘면서 은행이 대신 변제한 대지급금 규모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하나은행의 대지급금은 105억800만원으로 전년(55억3300만원)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8.8%, 1.1% 증가율을 기록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안은정 기자 / bonjour@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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