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리다임 상장, 주주 가치 훼손” 투자자들 ‘부글부글’…SK, 사태 진정 나섰지만 ‘우려 일파만파’

SK하이닉스 손자회사 솔리다임 美 상장설 확산
SK㈜·SK스퀘어·SK하이닉스 이은 ‘중복 상장’ 논란
뿔난 소액 주주들 “솔리다임 상장 추진 재검토해야”
SK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 없다”…사태 진화 나서
주주들, 투자 가치 희석 우려에 ‘탄원서 제출’ 엄포

SK하이닉스 이천 M!6.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지난 7월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마무리 지으며 나스닥 시장에 화려하게 데뷔한 지 3개월여 밖에 지나지 않는 동안, 솔리다임 상장설은 수차례 제기됐다. 이는 이른바 ‘중복 상장’ 논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솔리다임이 상장할 경우,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의 가치를 그만큼 인정 받을 수 없게 되고, 주주들의 투자 가치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SK하이닉스는 즉각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설에 대해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시장의 의혹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결국 소액 주주 단체는 “솔리다임 상장을 재검토하라”며, 한국거래소에 탄원서를 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소액 주주 플랫폼 액트는 2일 보도자료를 내고, “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이 모회사 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며 “솔리다임 상장 추진 재검토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액트는 “SK㈜,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이미 상장된 상황에서, 솔리다임까지 추가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들이 누리던 솔리다임의 성장 가치가 신규 주주와 나뉘게 된다”며 “이른바 ‘모회사 할인’이 심화되고,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익과 주주 가치가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렇듯 소액 주주들이 SK하이닉스를 향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선 것은 최근 전해진 충격적인 외신 보도 때문이다.

미국 솔리다임 본사. <사진=솔리다임>

로이터 통신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25일 솔리다임이 이르면 내년 미국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로이터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최근 솔리다임은 투자은행(IB)과 이른바 ‘베이크 오프(bake-off)’라고 불리는 IPO 주관사 제안 회의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솔리다임이 미국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이다.

이어 로이터는 “IPO 규모와 시기는 아직 초기 단계라 변경될 수 있다”면서도 “IPO를 통해 150억달러(약 20조3655억원)를 조달하게 될 것이라 예상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솔리다임의 기업 가치는 최대 1500억달러(약 203조6550억원)로 평가 받을 것이다”며 “이번 상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반도체 IPO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다”고 낙관했다.

로이터는 솔리다임 상장에 대해 호평일색이었으나, 해당 보도가 나간 이후 SK하이닉스 주가는 액트가 경고한 대로 크게 출렁였다.

지난달 28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186만3000원 대비 5.48%(10만2000원) 내린 176만1000원에 장 마감했다. 같은 기간 SK㈜와 SK스퀘어도 각각 5.11%, 7.54% 떨어졌다.

이를 두고 액트는 솔리다임 추가 상장 가능성에 따른 지분 희석 및 모회사 할인 우려가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가운데)을 비롯한 SK그룹 주요 경영진이 7월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 ‘오프닝 벨’ 행사에서 ADR 거래 개시를 축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솔리다임 상장설은 이번에 처음 불거진 게 아니다. 앞서 올 8월 초 시장에는 솔리다임이 미 나스닥 상장을 위해 5조~10조원 규모의 프리 IPO를 추진하고 있다는 풍문이 전해졌다. 프리 IPO는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기 전에 외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또 솔리다임이 미국 현지에서 외부보고담당 이사를 채용 중이라는 소식도 날아들었다. 해당 직책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제출 보고서와 증권신고서 등을 작성·검토·제출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이에 솔리다임 상장설에 신빙성을 더했다.

이에 당시 SK하이닉스는 ‘풍문 또는 보도에 대한 해명’ 공시를 즉각 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해외 종속회사인 솔리다임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현재까지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관련 내용을 재공시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SK하이닉스의 발빠른 대처에도 불구하고 솔리다임 상장설은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되레 솔리다임의 미 나스닥 상장은 사실상 중복 상장인 만큼, 기업 가치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논란만 지폈다.

SK그룹의 반도체 부문 지배구조는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SK하이닉스의 자회사)→솔리다임’ 순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현재 상장돼 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나스닥 시장에도 상장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솔리다임도 추가 상장한다면 SK하이닉스는 물론, SK㈜와 SK스퀘어 주가에 낸드 사업의 가치가 반영되기 어렵다. 이는 SK 반도체에 투자한 주주들의 가치를 희석시키는 효과를 가져 온다. 결국 투자자들의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청주캠퍼스. <사진=SK하이닉스>

현 상황을 방관할 수 없었던 소액 주주들은 본격적인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액트는 지난 9월 21일 주주들의 전자 서명을 받아 SK하이닉스 이사회에 주주 서한을 보냈다.

액트는 서한에서 “솔리다임이 신주 발행 등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하면 SK하이닉스가 가진 솔리다임 지분이 희석되고, 향후 가치 상승분 일부가 외부 투자자에게 넘어갈 수 있다”고 지탄했다.

그러면서 “외부 자금이 왜 필요한지, 자체 자금이나 차입과 비교해 주주에게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이사회가 검토해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솔리다임 상장설이 사회적 논란을 초래하자 SK하이닉스는 공식 입장을 내고. 사태 진정시키기에 나섰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관련 최근 보도에 대해 설명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최근 솔리다임의 향후 사업 운영 및 자본 활용 방안과 관련해 다양한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여러 보도에서 중복 상장과 연결해 기존 주주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SK는 솔리다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누누이 밝혀 왔다”며 “지금도 마찬가지다”고 강조했다.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사진=SK>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투자 재원 마련 방안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SK는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생산 능력과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솔리다임과 관련한 자본 활용 방안은 SK 전체의 투자 계획, 재무 상황 및 자본 배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는 현재 재무 여력을 확보하고 있고, 자체 자금 활용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자체 자금으로 모든 투자를 단행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뜻은 아니다”고 했다.

이어 “내부 자금과 외부 자본 등 투자 재원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지는 시장 상황과 투자 시점, 회사의 재무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검토할 사안이다”고 부연했다.

SK하이닉스는 모든 판단의 기준을 장기적 주주 가치에 두겠다고 약속했다. SK는 “외부 자본 활용 방안은 기존 주주의 경제적 가치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살펴 판단해야 한다”며 “자본 활용에 따른 효과와 자금 조달의 재무적 영향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방안을 검토하더라도 이런 요소들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며 “향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게 될 경우, 이사회 차원에서 재무적·사업적 영향을 면밀히 살피고 관련 규정과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기존 주주에 미치는 영향과 필요한 주주 보호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충분히 설명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 청주 M15. <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의 진정성 있는 설득에도 불구하고, 소액 주주들은 합당한 주주 가치 보호 방안이 명확히 마련되지 않은 채 솔리다임 상장 추진이 강행될 경우, 한국거래소에 주주 연명 탄원서를 제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조대현 액트 기업지배구조연구소 전문위원은 “SK하이닉스는 상장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지만, (솔리다임 상장) 준비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동안 주주는 이사회가 무엇을 검토하는지 알 수 없는 실정이다”고 짚었다.

이어 “이사회가 언제부터 주주 영향을 평가해야 하는지 한국거래소가 분명히 정해야 한다”며 “해외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직접적인 상장 심사 대상이 아닌 만큼, 회사가 해외 시장을 선택한 사업상 필요성과 국내 상장 시 요구되는 주주 보호 기준을 어떻게 고려했는지 직접 설명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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