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13년 만에 라면가격 인상...농심·삼양식품, 언제까지 버티나

오뚜기, 라면 가격 평균 11.9% 인상…원가 부담 가중 높아 결단
농심, 삼양식품 "아직 논의된 바 없어"…눈치보기 작전 돌입

오뚜기 주요 제품 가격 현황. <자료제공=오뚜기>

오뚜기가 13년 만에 주요 라면 가격을 평균 11.9% 인상한다. 그동안 라면 가격에서 만큼은 미동도 하지 않았던 오뚜기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라면 업계 전반으로 인상 분위기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가 라면 판매가를 인상한 이유는 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올 들어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1분기 라면3사는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인한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 지난해 동기 대비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는 2008년 4월 이후 13년 4개월만에 라면 가격을 인상하기로 했다. 8월 1일자로 대표 제품인 진라면(순한맛/매운맛)은 684원에서 770원으로 12.6%, 스낵면은 606원에서 676원으로 11.6%, 육개장(용기면)은 838원에서 911원으로 8.7% 인상한다.

오뚜기는 라면이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해 가격 인상을 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설비 자동화, 원료 및 포장재 등의 원가 절감, 유틸리티 비용 절감 등으로 가격 인상을 억제해 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근 밀가루, 팜유와 같은 식품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의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워낙 심해 가격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 FIS에 따르면 지난달 밀가루 가격은 260달러로 작년 말보다 17.2% 상승했고 라면 원재료인 소맥, 팜유도 크게 가격이 올랐다. 소맥은 지난달 국제 평균가격보다 27%, 팜유는 71% 올랐다. 여기에 더해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5.1% 오른 9160으로 결정되며 인건비 부담도 가중된 상황이다.

농심 신라면 볶음면

업계 1위인 농심과 3위인 삼양식품은 각각 2016년 12월과 2017년 5월 라면 가격을 올린 적이 있다. 농심은 2016년 12월 신라면, 너구리, 짜파게티, 육게장사발면 등 18개 브랜드 가격을 평균 5.5% 올렸다. 삼양식품은 2017년 5월 삼양라면을 포함한 12개 브랜드 제품 권장 소비자 가격을 평균 5.4% 인상했다.

이전에 경쟁자가 가격을 올릴 때도 버텼던 오뚜기가 이번에 인상하게 된 것은 장기간 가격을 동결하면서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 라면이 지금까지 좋은 품질과 가격적 혜택을 제공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가격은 물론,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로 보답할 것" 이라고 말했다.


국내 라면 시장 2위인 오뚜기의 가격 인상으로 시장 선두 농심과 3위 삼양식품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것으로 분석된다. 밀 등 주요 원재료 가격이 워낙 급등해 버티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증권업계는 농심의 2분기 실적이 전년 대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심의 2분기 연결 매출액 및 영업이익을 각각 6332억원, 189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2%, 54.3% 떨어질 것으로 추정했다. 심은주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주요 원재료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하반기까지도 이익 개선은 쉽지 않아 보인다"며 "마지막 국내 라면 판가 인상 시점이 2016년 12월 임을 감안하면 가능성은 열려있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농심이 5% 판가 인상시 약 300억원 내외로 이익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올해 기준 연결 영업이익 및 지배순이익이 각각 27%, 20% 개선되는 효과다.

하지만 라면 가격 인상에 대해서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심은 당장 인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인 반면 삼양식품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농심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게 없어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며 "인상요인이 압박하는 것에 대해 고민스러운 상황은 맞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1일 신동원 회장이 취임하면서 2세 경영을 시작한 시점에 바로 가격인상을 한다는 것은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반면 삼양식품은 조만간 가격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원재료에 대한 부담으로 검토는 하고 있지만 가격 인상에 대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예랑 기자 / yr1116@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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