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증권사, PF위기 속 곳간 채우기…DB·신영 등 이익잉여금 급증

미처분이익잉여금 7% 늘어…16곳 중 13개사 증가
부동산 PF 손실 부담 여전…건전성 관리 집중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중소형 증권사들도 곳간 채우기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충당금 적립에도 여전히 상당한 규모의 손실 부담을 안고 있어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자기자본 2조원 이하 5000억원 이상 증권사 16곳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총 4조3080억원으로 전년 말(4조261억원) 대비 7.0% 증가했다.

지난해 미처분이익잉여금이 늘어난 중소형 증권사는 16곳 중 13곳에 달한다. 증가폭이 가장 큰 곳은 DB금융투자로 2022년 말 14억원에서 지난해 말 112억원으로 683.5%나 늘었고 신영증권도 164억원에서 852억원으로 418.6%나 증가했다.

이 외에 유화증권(47.5%), 다올투자증권(44.0%), 한화투자증권(17.7%), 한양증권(12.2%), 부국증권(10.2%) 등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익잉여금은 이익준비금, 임의적립금, 미처분이익잉여금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미처분이익잉여금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배당이나 상여금으로 처분되지 않고 회사 내에 누적된 잉여금을 말한다.

미처분이익잉여금은 향후 배당 여력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중소형 증권사에서 잉여금이 확대된 것은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소형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5% 늘었지만 배당이나 투자 확대보다는 보수적인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 PF 관련 손실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중소형 증권사의 추정 충당금 규모는 2조1000억원이지만 지난해 말 기준 적립된 충당금은 1조1000억원으로 아직 1조원 부족한 수준이다.

위지원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중소형사가 대형사에 비해 충당금 적립률이 아직 낮아 부동산PF의 추가 손실 부담에 대해 일정 수준 노출돼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사업포트폴리오와 재무안정성이 취약한 증권사는 부동산PF 시장 변동성 확대와 손실 인식 과정에서 단기적으로 재무부담 및 유동성 대응 부담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증권사는 미처분이익잉여금이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지난해 말 현대차증권의 미처분이익잉여금은 386억원으로 전년 말(708억원) 대비 45.5% 감소했다. 하이투자증권과 SK증권도 3209억원, 1956억원으로 각각 8.8%, 7.1%씩 줄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소형 증권사는 부동산 PF 부실 우려로 건전성 부담, 수익 악화 등이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다”며 “올해도 상황이 좋지 않아 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