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차 3사3색 돌파구] ①한국GM, 쉐보레·캐딜락·GMC ‘멀티 브랜드 전략’ 가속

한국GM, 지난해 중견 완성차 3사 중 수익 가장 높아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레일블레이저 수출 호조 지속
내수 점유율 확대 과제…올해 리릭 등 4종 신차 투입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중견 완성차 3사의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를 주도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독점적 지위를 굳힌 데다 수입차 업계 투톱인 BMW와 벤츠마저 존재감을 키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견 완성차 3사는 수출 확대를 통해 실적 돌파구를 찾았지만, 내수 점유율 상승 없이는 자칫 기업 존폐의 기로에 내몰릴 수 있다. CEO스코어데일리는 국내 완성차 업계의 총성 없는 전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중견 완성차 3사의 올해 전략과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조명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로벌 시장 수출을 위해 대규모 선적 중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사진제공=한국GM>

한국GM은 지난해 중견 완성차 3사 중 가장 높은 수익을 올렸다. 매출은 13조원을 가볍게 돌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글로벌 GM의 전략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대량 생산과 적기 수출에 성공한 덕분이다.

하지만 내수 판매량은 4만대를 채 넘기지 못했다. 이쿼녹스, 트래버스, 타호 등 쉐보레의 SUV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한 탓이다. 한국GM은 올해 내수 점유율 확대를 위해 쉐보레·캐딜락·GMC를 앞세운 멀티 브랜드 전략 추진을 가속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년 연속 흑자 행진…재무구조 안정화 결실

30일 한국GM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조7340억원, 영업이익 1조350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과 비교해 매출은 4조7237억원(52.4%)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1조744억원(389.6%) 증가했다.

특히 한국GM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8%로 전년 대비 무려 6.7%포인트 상승했다. 실적 신기록을 연이어 경신한 현대자동차의 지난해 영업이익률(6.9%)보다도 높은 수치다. 지난해 순이익의 경우 1조4996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2895억원(613.8%) 급증했다.

2022년 흑자 전환 이후 2년 연속 흑자 행진이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과거의 실적과 극명히 대조된다. 한국GM은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2014년부터 3766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2021년까지 8년 연속 적자로 극심한 몸살을 앓았다. 2022년 영업이익 2766억원을 기록하며 9년 만에 흑자로 전환했다.

재무 건전성도 양호한 수준을 회복했다. 한국GM의 부채비율은 2017년 완전 자본잠식 이후 2018년 172.1%, 2019년 178.8%, 2020년 223.6%, 2021년 232.8%, 2022년 249.3%로 5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간 부채비율이 200%를 넘겼지만, 지난해 145.5%로 대폭 낮아졌다.

미처리 결손금 또한 상당 부분 해소했다. 한국GM의 지난해 미처리 결손금은 2조8613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조3609억원과 비교하면 1조4996억원(34.4%) 줄어든 수치다. 한국GM은 2018년 5월 미국 GM 본사로부터 시설투자·운영자금 외화대출을 목적으로 장기 차입한 2억달러(약 2535억원) 규모의 차입금을 지난해 10월에 전액 상환하기도 했다.

한국GM이 지난해 재무구조 안정화를 이뤄낸 건 수출 집중 전략이 주효했다. 글로벌 GM의 전략 차종인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의 지난해 수출량은 42만9304대로 전년 대비 20만1527대(88.5%) 급증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블레이저는 현대차 코나와 아반떼 등을 제치고 국내 승용차 수출 1·2위 차종에 등극했다.

한국GM은 창원공장에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부평공장에서 트레일블레이저를 대량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적기 공급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향후 부평·창원·보령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을 50만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내수 판매량 정체…멀티 브랜드 전략 가속

지난해 한국GM이 2022년 법인 설립 이래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뒀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산적해 있다.

한국GM은 적어도 앞으로 수년간 수출 호조세를 유지해 이익잉여금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수 점유율 확대를 통한 분위기 전환이 필수적이다. 한국GM의 지난해 내수 판매량(GMC 포함)은 3만8755대로 전년 대비 1518대(4.1%) 증가하는 데 그쳤다. 캐딜락의 지난해 국내 판매량은 975대로 전년 대비 2대(0.2%) 감소했다.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한 셈이다.

한국GM은 올해 내수 시장 공략을 위해 쉐보레와 캐딜락·GMC를 필두로 한 멀티 브랜드 전략을 본격 추진할 전망이다.

한국GM이 올해 안에 국내 출시를 예고한 신차는 캐딜락 리릭, 쉐보레 이쿼녹스 EV, 캐딜락 XT4, 쉐보레 콜로라도 등 4종이다. 캐딜락 리릭과 쉐보레 이쿼녹스 EV는 GM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얼티엄 기반의 전용 전기차다. 리릭은 올해 상반기, 이쿼녹스 EV와 신형 XT4·콜로라도는 올해 하반기 출시가 유력하다.

캐딜락 리릭.<사진제공=캐딜락코리아>

리릭은 캐딜락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이자 프리미엄 준대형 전기 SUV다. 이쿼녹스 EV는 쉐보레 브랜드의 중형 SUV인 이쿼녹스의 전기차 버전이다. 신형 XT4는 캐딜락의 준중형 SUV인 1세대 XT4의 부분변경 모델이며, 신형 콜로라도는 쉐보레의 준대형 픽업트럭인 2세대 콜로라도가 완전변경을 거친 3세대 모델로 출시를 앞두고 있다. GM의 프리미엄 픽업·SUV 브랜드인 GMC는 지난 2월 초대형 픽업트럭 5세대 시에라의 연식변경 모델인 2024년형 시에라를 출시해 판매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지난해 내수보다는 수출에 집중하는 전략을 펼치며 실적 돌파구를 찾는 데 성공했다”며 “중장기적으로 볼 때 수출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를 위한 경쟁력 있는 신차를 들여와 내수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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